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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Feb 07. 2024

[가상 인터뷰] 영웅본색(英雄本色), 마크를 만나다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마크:


봐라! 이게 네 형이다!

네 형은 새 삶을 살 준비가 되어 있는데, 너는 왜 형을 용서할 용기가 없는 거야!? 왜!? 
형제란...


 탕!


그를 만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8-90년대를 불꽃처럼 살아간 사람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남자의 남자! 의리를 위해서라면... 친구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았던 바로 그 남자!


그가 송자호와 함께 홍콩의 야경을 내려다보던 언덕에서 오늘의 인터뷰가 잡혔습니다. 빅토리아 피크를 올라갑니다. 예전에 비해 더욱 화려해진 홍콩의 야경을 보며 그 둘이 함께 나눈 대화를 떠올립니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마크가 여전히 성냥을 입에 물고 롱코트를 휘날리며 지금 저 앞에 서 있습니다.



자호, 홍콩의 야경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 하지만 오래가지 못하니 아까워!
마크, 우리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어!




마크, 반갑습니다. 당신을 만나게 돼서 제가 얼마가 설레는지 아마 모르실 겁니다.

별말씀을... 저도 반갑습니다. 오히려 제가 영광이군요! (뭔가 의리의 큰형답게 자신을 낮춥니다. 역시 따꺼 大哥입니다! ) 이곳까지 올라오느라 힘들진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영웅본색(英雄本色)은 어떤 의미인가요?

본래 있는 사자성어는 아닙니다만, 아마도 '진정한 영웅의 본래 모습'정도가 아닐까요? 사실 제가 활동하던 시기는 홍콩의 중국반환의 시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중국에 반환이 돼서도 홍콩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중의적 의미도 담겨있죠.



영화 영문제목이 A better tomorrow입니다.

음... 더 나은 내일을 위해라... 제게는 배신과 오욕의 세월에서 벗어남을... 송자호에겐  자호, 자걸 두 형제간의 화해의 의미일 겁니다. 더 크게는 역시 홍콩과 중국 간의 관계의 의미겠지만요.  



우리나라에서 방영된 <응답하라 1988>에서 쌍문동 5인방이 당신에게 열광합니다. 물론 그 시대 모든 사람들의 영웅인데… 흔히 남자는 <영웅본색>으로 의리를 알게 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해주니 부끄럽네요. 사실 저는 암흑가 범죄조직의 2인자일 뿐입니다. 송자호의 10년 지기 친구이자 의형제죠. 조직의 넘버 3 아성의 배신으로 자호가 체포됩니다. 저는 자호를 위해 복수를 하다 불구가 되죠. 송자호 또한 자신의 친동생을 지키고 나를 위해 끝까지 싸우게 됩니다. 강호에 의리가 사라졌어도,  형제애만큼은 결코 흔들릴 수 없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열광을 해준 모양입니다.  잘 알다시피 자호 형을 위해서라면 목숨마저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 또한 그렇구요. 그런 친구 한 명씩은 다들 있을 거라 믿습니다.



홍콩 누아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원래 누아르는 프랑스에서 범죄나 사회적 소재에 어두운 분위기를 부각시킨 장르물을 말합니다. <영웅본색> 자체가 폭발적인 흥행을 하면서 '악당은 반듯이 응징된다'는 영화적 클리셰와 함께 일종의 영웅본색 류 장르 영화들이 만들어지게 되었죠.



당신이 지폐에 불을 붙여 담배 피우던 모습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아직도 생생한데요..

아시죠? 저는 위조지폐를 거래하는 조직에 2인자입니다. 위조지폐라고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그러니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잡혀갑니다. (덕분에 저를 포함, 수많은 청소년에게 조기 흡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마크, 당신을 보면 역시나 쌍권총이 떠오릅니다.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스타일의 액션였는데요... 물론 지금이야 할리우드 영화에도 흔히 볼 수 있지만요...

할리우드 영화에서 저를 따라한 건 분명하죠. 제가 좀 멋있어야 말이죠 (웃음). 사실 스타일리시하고 폼나게 하려 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아성 그 자식과 대만 조직의 배신으로 의형제 송자호가 체포됐을 때 홀로 복수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풍림각 복도 이곳저곳에 총을 숨겨 놓기도 하고, 홀로 놈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손으로 총을 든 겁니다.

 


그때 입은 상처는 이제 괜찮은가요?

여전히 무릎이 성치 않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더 그렇구요...



당년정 當年情 OST를 잊을 수 없습니다... 아마 이 노래를 흘러나오면 눈물 흘릴 사람 많을 텐데요

낮은 하모니카에 맞춰 노래를 부르던 장국영 때문일 수도 있고, 가사 때문일 수 도 있겠네요. 저도 노래를 들을 때마다 뭉클하고 울컥하답니다.


오늘의 나, 너와 어깨 나란히 하면

그때의 정, 더욱더 새로워지네~



끝으로 마크 당신을 좋아했던 8-90년대 청춘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글쎄요.. 여러분의 추억 어느 한 구석... 그 작은 공간을 내가 여전히 차지하고 있었다면,  절대 그 열정을 잃지 말기를... 한때 뜨거웠던 그 기억을...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문득 친구가 보고 싶어 졌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옛 친구와 밤새 오래도록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소주 한잔 생각나는 하루입니다.



절대 그 열정을 잃지 말기를... 한때 뜨거웠던 그 기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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