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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Jul 23. 2024

호랑이 등에서, 완전한 행복을

호랑이 등에서(쥴퓌 리바넬리, 호밀밭, 2024. 오진혁 역),  

완전한 행복(정유정, 은행나무, 2021)


「호랑이 등에서」는 오스만제국의 34대 황제이자 이슬람 세계의 99대 칼리프인 압둘하미드 2세가 폐위되고 테살로니키로 유배되며 겪는, 두려움과 망상이 뒤섞인 3년 6개월간의 시간을 담고 있다. 한때는 대제국의 황제였지만, 이제 두려움에 잠식된 병든 노인 압둘하미드. 그는 자기 삶의 행적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일관한다. “이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모든 인간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집에서 선택하지 않은 운명을 안고 태어나. 우리는 모두 호랑이 등에서 태어난 거야. 운명을 바꿀 수는 없지.”(본문 p20)   

   

「완전한 행복」은 2019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유정’ 사건을 모티브로 한 정유정의 책이다. 여러 사건에 개입되어 있는 신유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나는 그러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어.” (본문 p112-113) 그렇게 신유나는 완전한 행복을 위해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간다.      


압둘하미드는 “그 재수 없는 베이레르베이 궁의 대리석 기둥을 보자 충격을 받았다. (중략) ‘호랑이 등에서 내려오는 건 여기서겠구나!’.” (본문 p401) 신유나는 또 다른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던 중, 꼬리를 밟혀 실패하게 된다. 그녀는 이렇게 되뇐다. “나는 참 운이 없어.” (본문 p468)   


호랑이를 쳐다볼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운명을 야금야금 갉아먹다 어느새 늙고 병든 오스만제국의 황제와 기승전결이 모두 ‘나’인 나르시시스트 신유나. 전혀 다른 시대와 삶의 자리이지만, 이들의 호랑이를 다루는 방식은 유사하다.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면서 자기를 기만하는 것.  그래서인지 묘하게 어울리는 책이다.

  

그렇게 전혀 연결 고리가 없을 것 같은 책을 연달아 읽으며, 나는  <호랑이와 곶감>이라는 설화를 떠올린다. 

 “(중략) 호랑이는 곶감이라는 놈이 자신보다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때 소도둑이 소를 훔치러 왔다가 호랑이를 소로 착각하고 등에 올라탔다. 호랑이는 자신의 등 위에 탄 놈이 ‘곶감’이라고 착각하고, 무서워 죽을힘을 다해 달아났다. 하지만 도둑도 곧바로 자신이 호랑이 등 위에 탄 줄 알아채고 떨어지면 잡아먹힐까 봐 등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날이 밝자 소도둑은 호랑이 등에서 뛰어내려 고목 속으로 숨고, 호랑이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도망갔다.” [네이버 지식백과] 호랑이와 곶감 (한국민속문학사전(설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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