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닙니다. 저희들의 작은 뜻이니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어쩐지 책 한권을 들고 오시더군요.”
“예, 제가 변변찮은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눈 후 나는 퇴직 이후 자체 제작한 명함 1장씩을 각각 건냈다. 글쓰기 관련 앱을 깔고 구독자로 등록해줄 것과 많은 응원을 해달라고 부탁을 잊지않았다.
내가 현직게 몸담고 있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우리회사는 ‘수수료 우대고객’제도를 도입했다. 인감 통장, 카드 재발급 비용, 타행송금수수료 등을 VVIP고객을 중심으로 면제해주는 것이었다. 이 우대고객 등록의 최종결재권은 당연히 점포장에게 있었다.
내가 관리하는 고객들 대부분은 이미 우대고객 등록을 마쳤다. 그 수수료 혜택이란 것이 결코 큰 금액은 아니었다. 내가 점포장 자리에 있을 땐 우리 직원들에게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줄 것을 부탁하곤 했다.
이어 내가 지배인 자격을 반납한 이후에도 이런 내 영업스텐스는 계속 이어졌다. 내 고객은 물론 다른 직원의 관리 고객이라도 내가 대신 상담이나 업무처리를 해야 할 경우엔 그 고객들을 우대 고객으로 등록해달고 점포장에게 적극 요청했다. 우대고객 등록이 어려운 사정이 있을땐 업무처리를 하기 전에 미리 해당수수료는 내가 부담할테니 고객에게 징구하지말아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각종 수수료를 모아보았자 VVIP 고객의 자산규모나 재력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금액에 불과했다. 해당 수수료를 면제받은 고객에게 자신이 큰 고객으로 대접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오랜기간 동안 거래를 이어온 우량 VVIP고객이라도 하찮은 일로 기존 거래처를 뒤로하고 다른 금융기관을 찾아 떠나는 일을 나는 종종 지켜 본적이 있었다. 우대받은 수수료의 크기는 미미하지만 향후 이 고객이 우리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어마머마하게 불어날 것은 물론이었다.
어쨋거나 오늘 있었던 고객 주차비 지원건은 내게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형금융기관이 자신의 VVIP고객에게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우대고객 등록제도와 견주어 볼 때 그 규모가 훨씬 컸음은 물론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이었다.
다만 이쉬운 점 한 가지는 있었다. 내가 이미 현직에서 은퇴를 한 사정이었다. 이 음식점을 자주 찾아 고객을 접대하거나 친구 지인들과 들러 상당한 매출을 올려줄 수 있는 형편이 못되는 점이 그것이었다.
그럼에도 이곳 음식점 주인장이 우리에게 보여준 고객을 위한 파격적인 배려, 영업마인드, 세련된 마케팅기법에나는 무릎을 끓고 한 수 가르쳐달라고 부탁을 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오늘 만났던 절친과 다시 술약속을 잡는다면 우리는 또 이 음식점 테이블에 마주 앉을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그 기회가 오면 글쓰기모임 카페 회원들의 글을 모은 문집을 이 두 분에게 저자 친필 사인을 적어 건네고싶다. 내가 주차비 15,000원을 지원받았던 오늘의 일은 내 머리 속에 오랜 기간 자리잡고 지워지지 않을 것임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