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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즐리 Dec 30. 2021

싯다르타

내면의 자아를 찾아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어떤 순간에라도, 나 자신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 삶이란 자아실현의 과정이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타인에게 맞추거나, 아니면 어떤 일에 몰두하면서 바쁜 생활을 이어나가다가 지치는 순간이 오면 그 때는 내 자신을 잃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되찾으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싯다르타는 이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싯다르타의 삶의 여정을 그와 함께 다니는 듯했다. 싯다르타가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친구 고빈다와 아버지로부터 독립할 때에 내가 내 꿈을 위해 서울로 상경했던 그 때를 떠올리게 했고, 고빈다와의 헤어짐 속에서 각자의 선택들이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했으며, 싯다르타가 강가에서 깨달음을 얻는 순간에 내가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나는 나를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나는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나 자신에 대하여, 싯다르타에 대하여 가장 적게 알고 있지 않은가! 내가 나 자신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 싯다르타가 나에게 그토록 낯설고 생판 모르는 존재로 남아있었다는 것, 나는 나를 너무 두려워하였으며, 나는 나로부터 도망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싯다르타는 자아로 나아가는 도중에 있었다. 
_싯다르타 60p


카말라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리고 세월이 흘러 카말라라를 바라보는 싯다르타의 시선 속에서 사랑이라는 것이 언제까지나 유효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씁쓸함, 슬픔을 느끼고는 눈물이 나버렸다. 그냥 왜 눈물이 났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인생의 유한함을 매순간 자주 잊고 살아가는 나에게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러한 기색뿐만 아니라 그녀가 시들어 가고 있다는 표시, 그리고 아직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이 없으며 아마 한 번도 뚜렷하게 의식된 적도 없을 숨겨진 두려움, 말하자면 늙음에 대한 두려움, 인생의 가을에 대한 두려움,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한 숨겨진 두려움도 나타나 있었다.


싯다르타가 세속에 물들어가는 과정에서는 이상과 현실에 관한 괴리감을 느낀 것 같았다. 장사하는 법을 배우고, 이익을 보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하는 과정 속에서 장사꾼이 되는 길이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한 발은 현실에, 한 발은 이상에 걸치고 있는 그 모습이 내가 지금 느끼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와 비슷했다.

그리고 자신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스승이라는 싯다르타의 생각이 나를 한층 더 성장하도록 만드는 듯 했다. 내 자신을 지키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모습은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기도 하고, 그냥 모든 것에는 다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쁜 일은 그 자체로 나쁜 일은 없고, 어쩌면 더 좋은 일이 오기 위해 겪어야 했던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싯다르타가 말하는 단일성의 세계, 모든 것은 연결되어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희미하게 그림이 그려지는 느낌이다.

싯다르타는 뱃사공을 만나면서 현인으로서의 모습을 갖추는 계기가 되는데, 사실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싯다르타의 삶의 여정 속에서 배울만한 것은 무수히 많았으며, 중요한 것은 나의 내면을 찾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나를 지키는 것, 그리고 세상과 연결되는 것에 대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은 것이지만, 결국에는 이것을 누가 알려주는 것으로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오직 내 자아의 내면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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