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사람, 한국사람.
독일어에는
'Ein Stein fällt mir vom Herzen'
이라는 표현이 있다.
'내 심장에서 하나의 돌이 떨어졌어.'
라고 직역된다.
우리말로 풀어서 하면
'마음이 무거웠는데 큰 걱정을 하나 덜었어.'
라는 표현이다.
조금 더 친절하고 상세하게 하면,
'내 심장에는 몇 개의 돌들이 들어있어.
그래서 온기가 덜하고, 무겁고 경직되어 있거든.
그 돌들 중 하나가 떨어져 나갔어. 그래서 가벼워졌어.'
라는 의미이다.
한국사람과 한국사람.
"마음이 무거웠는데 큰 걱정을 하나 덜었어."
"그래? 참 다행이네. 힘든 일이 있었구나."
"응. 그래도 잘 넘긴 것 같아."
"고생 많았겠다."
독일사람과 독일사람.
"내 심장에서 하나의 돌이 떨어졌어."
"그랬구나. 떨어졌구나."
"응. 드디어."
"이제 릴랙스 할 수 있겠네."
한국사람과 독일사람.
"마음이 무거웠는데 큰 걱정을 하나 덜었어."
"심장이 굳어있고 경직되어 있었겠구나."
"응. 이제야 좀 살겠다."
"이제 유연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축하를 해야지."
독일사람과 한국사람.
"내 심장에서 하나의 돌이 떨어졌어."
"그래? 힘들었겠다. 다행이야."
"맞아. 좀 쉬어야지."
"그래.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
이 미묘한 언어문화적 배경에서 오는 표현의 차이,
너무나도 미묘한 나머지
세세하게 들여다보자니 버겁기까지 느껴질 때가 있다.
'같은 것 아니야?'
한국사람과 한국사람 사이의 대화라 하여도
독일사람과 독일사람 사이의 대화라 하여도
모두가 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온 삶이기에
여전히 모두가 다르니까.
서로 겪어보고, 대화하는 시간을 거쳐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기까지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저 미묘한 경계를 타고 넘는
곡예 예술과 같다 생각해 본다.
쉽게 읽히는 한 권의 책을 마주하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런 편안함이 돌고 도는 사이라면
이 얼마나 소중한 축복인지를
잠시라도 잊지 않는,
그런 능력이 모두에게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