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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이븐 Oct 20. 2021

각자의 길을 힘차게 걸으며 그들에게 응원을-

'괜찮아-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2019년 1월, 그 좋아하던 술을 끊고 자극적인 음식들도 피하고 달리기, 요가, 명상 등을 하며 새로운 건강한 삶을 시작했었다.

(지금은 다시 술도 자극적인 음식들도 먹고 마시지요)

몇 년을 외국에서 지내는 동안 중독에 절은 방탕한 삶으로 건강도 잃고 정말 사랑했던 소중한 인연도 잃고 나서야 정신이 들어 건강한 사람이 되고자 한 노력이었다.

좀 더 마음을 내려놓고 재정비하기 위해 나는 미얀마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혼자 여러 사원들을 돌아다니며 많은 명상의 시간을 보내다 미얀마에 어느 작은 산속 마을에 트래킹을 하러 갔다.

같은 그룹으로 만난 친구 중 190cm는 돼 보이는 큰 키에 보디빌더 같은 다부진 몸, 깔끔하게 정돈한 금발 머리의 영국 청년 제임스가 있었다.

며칠을 함께 산을 넘고 강을 건너며 막사에서 밤을 보낸 트래킹 이후에도 미얀마 이곳저곳을 같이여행했다.

제임스는 틈만 나면 스쿼트라든지 푸쉬업 등의 운동을 했고,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며 자신의 생각들을 기록하고 있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흐트러짐 없이 곧곧한 이 친구는 회계사라는 자기의 성향에 어울리는일을 하고 있었다.

해외여행은 난생처음이었고 이직 전 잠깐 시간이 남아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 삼아 왔다던 그의 모습이 난 조금 갑갑해 보였다.

그때의 나는 한량 of 한량, 거진 5년의 시간을 파트타이머로 일하며 여러 국가를 유영하며 참으로 여유롭게 지냈던지라 20살 초반의 어린 나이에 일에만 몰두하며 목표를 따라 빡빡하게 살고 있는 제임스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일과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나는 불쑥 그에게 “너는 왜 그렇게 여유 없이 살아?"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친구는 나의 질문에 굉장히 불쾌해했고 그렇게나 화를 내는 모습이 나는 좀 의아했다.

각자의 길을 향해 가기 위해 작별 인사를 나누는 날까지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던 우리는 조금 서먹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최근에 누군가 내가 제임스에게 던졌던 물음과 같은 말을 나에게 건넨 적이 있다.

"너는 마음에 여유가 없어."


내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지금의 나는 이제야 그때 나의 질문이 너무도 무례하고 배려심이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뚜렷한 자신의 목표와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친구에게 나의 잣대를 들이대며 알량한 판단을 했던 것이다. 그 친구가 왜 그런 신념을 갖게 되었는지 물어보지도, 어떤 짐을 짊어지고 있는지조차 보려 하지 않은 채 내 기준으로서 그 친구를 바라봤던 것이다.


그 친구는 지금의 나처럼 여유를 갖는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여유를 가질 상황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의 최선을 다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그때 그 자리에 ‘넌 충분히 너만의 방식으로 잘하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내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라는 뒤늦은 후회를 해본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삶의 무게를 이고 제 길을 간다.

거기에는 어떤 정답도 없다.

자갈밭을 걷게 될지라도 늪을 지나게 될지라도 높은 고개를 넘어야 될지라도 그저 믿음을 갖고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다.

다른 쪽 길을 선택하는 이에게 내가 가는 길이 맞다며 나를 따라오라고 할 명분도, 쉬어가는 이에게 뛰어가라 재촉할 이유도, 뛰어가는 이에게 쉬어가라 나무랄 이유도 없다.

그저 그렇게 우리는 우리네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그들을 연민과 사랑의 마음으로 응원하면 되는 것이다.


오늘 괜히 누군가가 내게 '괜찮아-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해주길 바라는 일렁이는 마음으로 쓰게 된 글.


이 글을 읽으며 내가 내 자신에게 말해주어야지-


'괜찮아- 나 자신, 충분히 잘하고 있어!'


(2019년 5월 미얀마의 어느 산골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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