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발에 채어 바닷물에 빠졌다
물거품이 일었다
버둥거리는 몸이 오래도록 빨려 들었다
질끈 감은 눈을 떴다
발에 이끼가 닿았다
발바닥이 미끈거리고 간질거렸다
이끼 위로 운동화 한 짝이 기어가고 있었다
흰 운동화를 들어 올리니 소라게가 달아났다
물기를 털고 품에 안았다
물빛은 푸르렀다
우거진 나무가 중력을 받치고 있었다
조금 더 발을 디디자, 책상이 보였다
물속 책상은 젖지 않았다
책상 위에 편지를 썼다
4B연필로 느린 그림을 그렸다
귓구멍이 먹먹했다
같이 왔으면 했다
다리에 닿는 감각이 저렸다
눈을 두 번 감았다
물기를 토해냈다
그 사람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