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고온주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온 Jan 05. 2022

가라앉은 세상

(10)



뒷발에 채어 바닷물에 빠졌다

물거품이 일었다

버둥거리는 몸이 오래도록 빨려 들었다

질끈 감은 눈을 떴다

발에 이끼가 닿았다

발바닥이 미끈거리고 간질거렸다

이끼 위로 운동화 한 짝이 기어가고 있었다

흰 운동화를 들어 올리니 소라게달아났

물기를 털고 품에 안았


은 푸르렀다

우거진 나무가 중력 받치고 있었다

조금 더 발을 디디자, 책상이 보였다

물속 책상은 젖지 않았다

책상 위에 편지를 썼다

4B연필로 느린 그림을 그렸다

귓구멍먹먹했


같이 왔으면 했다

다리에 닿는 감각이 저렸다

눈을 두 번 감았다

물기를 토해냈다


그 사람이 떠올랐다

매거진의 이전글 겨우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