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불견 상사#2... 돌격 앞으로! 나만 빼고

슬직생 꿀팁 17... 상사 편(17)

by 이리천



소싯적, 옆 부서에 S부장이 있었습니다. 항상 웃는 얼굴에 쾌활한 성격이어서 누구든 마주치면 기분이 좋아지는 분이었습니다. 농담도 잘하고, 얘기도 잘 들어주고, 커피도 아낌없이 사주는 분. 그 덕에 인기도 꽤 좋았습니다.


하지만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평가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들은 S부장을 "인간 말종", "짜증 나는 인간"이라고 혹평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겉과 속이 너무나 다르다는 겁니다.


예컨대 이런 것들입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면 S부장은 부하들에게 일거리를 잔뜩 떠넘기고, 본인은 일찍 퇴근하곤 했습니다. 보고서나 기획안을 다음 날 오전까지 마무리하라고 지시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막상 결과물을 가져가면, 쳐들어 보지도 않고 그냥 책상 위에 둔다고 합니다. 한 번은 부원이 용기 내서 물어보니 “다 너희들 훈련시키는 거야”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무슨 똥개도 아니고.


그뿐 아닙니다. 어디 회의를 다녀오면 일거리를 잔뜩 가져와서 ‘자, 우리가 한번 멋지게 실력을 함 보여주자’며 직원들에게 던져 놓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일을 던져만 놓고 본인은 쏙 빠지는 거지요. 책임은 지지 않고 성과만 챙기려는 전형적인 구악 상사였던 거죠.


더 큰 문제는 ‘이중 잣대’였습니다. 부하 직원들에게는 근태와 출장, 법인 카드 사용 등 모든 것에 엄격하게 기준을 들이대면서, 본인은 예외를 당연히 여깁니다. 행선지를 모르는 외근, 출처가 불분명한 비용 지출 등 자신의 말과는 전혀 다른, 요즘 말로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면서도 항상 떳떳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나는 부장이고, 너희와는 일 자체가 다르다. 나는 밖에서 일을 하고, 너희는 안에서 잘 하면 된다.” 그가 말하는 바깥 일이란 사내 정치였습니다. 실세 임원과 골프를 치며 친분을 다지고, 내부 정보를 선점하며 빛나는 일을 먼저 챙기는 것이었습니다.


단기적으로 그의 실적은 좋았습니다. 부하들이 해놓은 성과를 홀로 챙겼지요. 위에서는 어떻게든 일을 성공시키는 재주를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신줏단지 모셨던 실세 임원이 회사를 떠나자, 그의 위치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그동안 들끊었던 민심이 터졌고, 조직은 잡음을 내는, 바람막이가 사라진, 그를 망설임 없이 내쳤습니다. 결국 그는 권고사직을 받아들이고 짐을 싸야했습니다.


직장에서 상사는 등대 같은 존재입니다. 등대는 늘 같은 자리를 지키며, 어둠 속 배들에게 방향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그 불빛이 들쭉날쭉하거나, 갑자기 꺼졌다 켜졌다 한다면 배들은 방향을 잃고 떠돌 뿐입니다. 조직에서의 ‘등대’가 존중받기 위해 필요한 건 화려한 외피가 아니라, 일관된 원칙과 진심입니다.


오늘 당신의 등대는 불을 제대로 밝히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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