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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라미 Oct 24. 2023

쿠팡 멤버십에 재가입한 사연

남편 몰래 덕질하는 아내(feat.방구석)

2년 전 쿠팡 와우회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남편과 나는 각자 멤버십에 가입되어 있었는데, 문득 굳이 둘 다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영업을 운영하는 남편이 나보다 훨씬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었기에 내 쪽에서 해지하는 이 합리적이었다.


남편은 일용품 관리에도 진심이어서 세탁/주방 세제, 휴지, 물티슈 등은 떨어지지 않도록 늘 신경을 쓰는 편이다. 게다가 나는 먹거리 고르는 것을 귀찮아하는 타입인 데 반해, 그는 "무얼 먹을까?"를 고민할 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란다. 우리 집 쿠팡 서비스 이용 대표로서 자격이 충분하다.


덕분에 망설임 없이 해지했고,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았다. 쿠팡 없이도 나의 세상은 잘만 굴러갔으며 한 달에 4900원이 덤으로 절약되었다.



그런데, 올 7월 쿠팡 멤버십 서비스에 재가입을 해야 할 일이 터져버렸다. 남편은 변함없이 냉장고와 팬트리 쟁이기를 즐겼으므로, 나는 여전히 쿠팡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발단은 다름 아닌 축구 때문.(??)


7월 초, 최애 축구 스타 이강인 선수가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매번 경기를 챙겨보지는 못했어도 종종 전 소속팀인 마요르카 경기를 하이라이트와 분석 영상으로 나마 꾸준히 보아왔기에, 그의 이적 사가는 상반기 초미의 관심사였다. 소년 가장 노릇을 했던 마요르카에서 탈출한 것도 기쁜데, 심지어 PSG라니! 전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메가 클럽이란 말이다.

이강인 선수의 이적 하나로 PSG는 My Team이 되어 버렸다. 이강인 선수의 비하인드 컷과 활약은 물론, 동료 선수들 이름과 국적, 포지션, 스페인어 가능 여부(이강인과의 소통에 중요함), 감독이 선호하는 전술까지 싹 꿰게 되는 덕질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이적하자마자 프리시즌을 치르게 되었는데, 클럽 간 친선 경기인 데다 일본에서 먼저 열렸기에 TV에서는 당연히 중계를 해주지 않았다. 중계권은 쿠팡 플레이가 가지고 있었고, 나는 월 4900원을 투자할 것인가, 참을 것인가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망설임도 잠시, 곧 한 달에 커피 값 한 번 아끼면 해결될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공교롭게도 이강인 선수는 부상으로 거의 출전하지 못했지만 벤치에 앉아 월클 형들이랑 대화하고 장난치는 장면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졌다. 리그 경기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더 벅차오를까?라는 상상과 함께 뜨겁고도 설렘 가득한 여름을 보냈다.


남편에게 PSG의 프리시즌 전 경기를 다 봤다고 말한 적은, 음... 없는 것 같다.



지난 토요일, 남편이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다.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도 그는 집에 들어올 생각을 안 하는 듯했지만, 나는 오히려 쾌재를 불렀다.


평소에는 시차가 안 맞아서 보기 힘든 PSG 경기가 모처럼 밤 12시에 편성된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강인 선수가 그날 선발 명단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에 경기 시간이 다가올수록 흥분되기 시작했다. TV 중계도 있었지만, 덕질의 참맛은 방구석이 아니던가? 침대에 누워 11시 55분쯤 쿠팡 플레이를 켰다.


오른쪽 윙어로 출격. 오랜만의 복귀전인 데다 아직 팀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해 눈에 띌만한 퍼포먼스는 없었어도 득점에 관여하는 등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특정 선수 원맨팀에 감독 전술까지 별로인 탓에 경기는 여전히 노잼이었으나, 아무래도 좋았다. 응원하는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소속 팀이 승리하는 것만으로도 방구석 덕질녀는 행복할 뿐이다.


결국, 남편과 중복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어 현명한 소비자 대열에서는 이탈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목적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는 각자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기꺼이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한 달에 4900원, 커피 한잔 안 사 먹으면 그만이니까(라고 합리화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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