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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껌딱지 Jan 17. 2024

엄마가 된 후 5 - 이유식 먹는 아기는 안 돼요

어린이집 입소가 거절된 우리 아기

우리 아기가 300일이 될 무렵, 나는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임신하면서 포기했던 기관 또는 가고 싶었던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살펴보며 대략적인 채용 시기를 예상했고 나에게 필요한 자격증을 파악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취업 준비 전 아기를 어린이집에 입소시키는 일이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출근 예상 동선상에는 6개의 국공립, 가정, 민간 어린이집이 있었다. 뉴스를 볼 때마다 인구절벽으로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있다는 기사를 많이 보아서일까? 어린이집 입소가 당연히 금방 되리라 생각했고 오히려 어린이집에서 ‘유치’를 위해 애쓸 것이라고 안심하며 입소 상담 전화를 돌렸다.     


그런데 정말 예상 밖의 답변에 적잖이 당황했다.      


처음으로 전화한 아파트 내 어린이집에서 “어머니 8개월이면 이유식 하잖아요, 0세 반 아기들이 다 유아식을 해서 입소가 어렵습니다. 물론 지금 TO도 없고요.”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가정에서 이유식을 보내면 안 되냐는 질문에도 “아…. 어머니…. 음…. 사실 그건 좀 어렵고요. 나중에 3월 신학기에 TO 생기면 보내시든가 아니면 유아식 할 때 보내셔야 할 것 같아요.”      


0세 반은 말 그대로 0세~1세까지를 말하고 그사이 아기들은 무조건 입소가 가능한 줄 알았는데 같은 반 구성원의 식이에 따라 입소가 거절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두 번째 전화한 어린이집도 마찬가지였다. "조리 실장님이랑 의논해 봐야 하지만 사실 이유식이라는 아기는 입소가 어렵습니다. 저희가 9월~10월쯤에 0세 반을 추가로 만드는데 그때 유아식 해야 입소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혹시 모르니 입소 대기는 한번 걸어놔 주시겠어요?"    

  

그 뒤 세 번째 어린이집은 "이유식 하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아기가 아기 기어다니죠? 지금 0세 반 아기들이 다 걸어 다녀서 기는 아기는 어렵습니다. 00구 어린이집 원장님들끼리 회의를 한 적이 있는데 0세는 걷기 시작하면 받자는 내용이 있었어요. 사고가 너무 자주 나니까.”     


아기를 가려서 받을 수 있는 건가?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각 어린이집 방침이 이렇다 하니 따로 항의할 수도. 받아달라 억지를 부릴 수도 없었다. 민원을 걸까? 까지도 생각했지만, 어느 하나 이득이 없고 에너지만 소비만 할 것 같아 멈추었다.     


마지막으로 한 곳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네 번째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었고 그제야 "어~ 어머니! 저희 00 일까지 방학인데 0일에 와보시겠어요? 와서 환경도 보시고 하셔야 마음이 놓이잖아요.”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4번째 전화만의 방문 상담을 허락받았고 우리 아기는 그곳에서 좋은 선생님과 함께 즐겁게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어린이집 입소 거절은 처음 들어봤고 처음 겪어봤기에 적잖이 당황하기도 화가 나기도 했었다.

교육기관에서 아기를 개 월수에 따라 가려 받는다는 것이, 나쁘게 말하면 어린이집 입맛에만 맞는 아기를 받겠다는 것처럼 들려 가슴이 쿵쾅거렸었다.  교권 보호 관련 이슈가 많은 요즘,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아기들을 가려 받을 수 있다고 좋게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한 편으로는 아기를 키우기 좋은 세상은 아직도 오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에 씁쓸했다.     


아기 키우기 좋은 세상이 오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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