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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껌딱지 Feb 14. 2024

엄마가 된 후 7 – 아기가 왜 이렇게 욕심이 많아

양손에 과자를 잡는 아기

우리아기는 ‘떡뻥’과자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6개월 이후부터 백미로 만든 떡뻥을 시작으로 지금은 딸기, 자색고구마, 블루베리 등 다양한 맛의 떡뻥을 즐기고 있다. 떡뻥이 너무 맛있어서일까?

떡뻥을 한 손에만 쥐여주면 먹지 않고 있다가 나머지 한 손에 마저 떡뻥을 쥐여주면 씨익 웃으며 작고 야무진 입술로 아주 맛있게 먹는다. 우리 아기뿐만 아니라 또래의 아기들 대다수가 양손에 과자를 꼭 쥐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먹는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세상에서 가장 흐뭇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할아버지, 할머니들 눈에는 욕심쟁이로 보였는지 과자를 먹는 우리 아기를 볼 때마다 

“얘는 왜 이렇게 욕심이 많아”를 연발하시곤 한다. 처음엔 빙그레 웃으며 “아니예요~아기들 다 이렇게 먹어요" 설명했지만 과자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봐봐라, 욕심이 많아가지고 꼭2개를 잡지?" 말씀하시니 이제는 점점 듣기 싫어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시댁은 단 한번도 우리 아기에게 긍정적인 말을 해준 적이 없었다. 시댁 어르신들 눈에 우리아기는 항상 가엾고 불쌍하고 안쓰러운 존재였다. 거기에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는 산만한 아이이며 과자를 먹기 시작한 이후로는 양손에 무조건 과자를 다 쥐어야 하는 욕심 많은 아이였다. 물론 웃으며 똑같은 말을 여러번 되풀이 하실 때도 있지만 가끔은 정말 심각한 얼굴로 걱정과 염려를 하시니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친정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다. 다른게 있다면 웃으며 이야기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쯤 되면 양가 어른들 앞에 우리 아기가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지는 순간들이 찾아오곤 한다. 


입에 밥이 있는 상태에서 밥을 먹거나, 과자를 입 크게 벌려서 먹거나. 양손에 과자를 꽉 쥐고 안 놔주거나, 숟가락을 양손에 쥐고 있으면 어김없이 우리 아기는 ”욕심이 많이 큰 일이다.“ 소리를 듣는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아기가 가지는 ‘욕심’이 나쁜 것일까? 아니 애초에 그것을 ‘욕심’이라고 부를 수 있긴 할까?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욕심은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을 뜻한다. 12개월 아기가 의도적으로 탐내고 누리고자 욕심을 부린다는 것이 가능할까? 애정 어린 말을 왜 예민하게 듣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예민하다고 느껴도 상관은 없다. 나는 우리 아기의 귀에 예쁘고 긍정적인 말들을 들려주고 싶지, 부정적이고 걱정 어린 말을 들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말이 씨가된다고...     


정말 우리 아기가 욕심 많은 아기로, 이기적인 아기로 크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은 사랑스럽고

예쁘고 긍정적인 말을 가득히 입에 담아 우리 아기 귀에 전달해 주었으면 좋겠다.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고 복스러운 아기구나'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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