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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권력이 되는 공간

밥도 간택당해야 먹을 수 있는 이상한 권력의 장

by 껌딱지

나는 솔직히 한 직장에 20년이상 근무한 높은직급의 장기근속자들을 싫어한다. 이들에게는 도무지 나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과주의제 민간회사는 그나마 덜 최악인것 같다. 나랏 돈으로 월급을 받고, 나랏 돈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곳은 진짜 최악인거 같다. 13년 직장생활의 80%를

보조금 사업, 출자출현기관에 근무했는데 단 한군데도 규칙과 규율을 제대로 지키는 곳을 본 적이 없다. 암묵적인 룰이겠거니, 나만 안그러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넘겼다.

그런데 희한하리만큼 그려러니가 안되고 적응이 안되는게 딱한가지 있는데 그게 ‘밥’이다.


그들에게 ‘밥‘은 권력이다

어떤 ‘메뉴‘를 먹을지 결정하고, ’누구와‘먹을지도 정한다.

오늘하루 컨디션에 따라서, 어제 늦은저녁 스케줄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서 ’메뉴‘는 달라진다.

나를 기쁘게 한 직원은 누구인지, 오늘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직원은 누구인지에 따라서 ‘누구와’도 정해진다


그 식사자리에 함께 하지 못하면 모르는 내용이 많아지고, 어영부영하는 일이 잦아진다.

담배피는 옥상에서 회의하는 대리,과장 직급의 흡연자들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점심식사 시간은 개인의 시간이고,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개인의 몫이다.

선택을 받았다면 먹어야 하고, 그들이 정했다면 번복할 수 없는 이상하리만큼 독특한 이 체계가 나는 역겹다.


신기한 건 되물림되고 고착화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내리사랑처럼 그대로 따라하더라.

맘에들지 않는 직원과는 숟가락하나 들지 않고, 어쩔수 없이 같이 먹게되면 그 직원은 끝자리에 배석된다.

삶이 재미없고 지루한걸까? 왜 이런 말도안되는 놀이는 하는걸까?


청소년들에게 ,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좋은것들만 가르치면서 막상 본인들은 더하면 더했지,덜하지 않는걸까?

그리고 어른이라며, 상사라며 가르치려 들겠지, 또 이상한 규칙을 만들어 지켜라고 하겠지.


밥은 내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자,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나를 숨막히게 하고,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악의 구렁텅이가 아니라, 내가 삶을 힘차게 살아갈수 있게 도와주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동반자이다.


그런 밥으로, 권력을 일삼지말았으면 좋겠다. 부디 곱게 늙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보고 배우며 그들의 삶을 따라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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