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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고와디디 Oct 08. 2021

에필로그, 모든 순간을 기념하며

첼로 입문기 <이 나이에 기어이 첼로를 하겠다고>

첼로를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중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한 게 아니었는데 친구와 나 둘 다 포기하지 않았고 실력이나 재능과는 상관없이 계속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첼로라는 평생 친구를 얻었다.  그래서 매년 첼로를 처음 시작한 날을 기념하기로 했다. 각자 진도 나가는 것에 추가로 합주곡을 계속 같이 연습하기로 했기 때문에 매년 첼로 시작 기념일에 악보집을 한 권씩 사기로 했다. 선생님의 소개로 예술의 전당 안에 위치한 대한음악사라는 악보 전문 서점에도 함께 다녀왔다.      

첼로 시작 1주년이 되는 날엔 우리의 첫 첼로 선생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케이크를 사서 숫자 초1을 꽂아 레슨 직후 드렸다. (추진력의 여왕 이 리더는 작은 첼로 모형을 구입해서 단단한 스파게티 면을 스틱으로 이용, 케이크에 장식으로 꽂는 삶의 지혜를 시전 해서 나를 또 놀라게 했다)      

 

운 좋게 좋은 친구와 함께 첼로에 입문하니 자잘한 작은 성취들을 함께 기념할 수 있고, 별 것 아닌 모든 순간들이 뜻깊다. 우리가 지나가는 말로 첼로를 배우고 싶다고 한 지 십 년 만에 시작했으니 정말 오래 뜸을 들이다 시작했지만 대신 우리의 염원이 오랫동안 잘 불어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둘이 같이 할 일이 많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공동 입단이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 두첼로스가 친구들의 결혼식에 축주는 할 수 없지만 괜찮다. 멀지 않은 미래에 친구들의 환갑잔치에 축주를 하러 다니려면 매우 바쁠 것 같다. 지인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 모두들 아주 좋아한다. 등짝 파인 드레스를 맞추자고 이미 약속도 했다. 주위에서 다들 그것만은 참아달라고 해서 입을 수 있을 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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