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소박한 커피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유행을 따르는 듯 이 커피집,
간판이 없습니다.
그냥 막 쓴듯한 CAFE라는 글자는 절연 테이프를 잘라 붙여진 모습이고,
이 카페가 있기 전 간판 위치엔 저렴하게 글자만 파서 만든 카페 이름을
달아 놓았습니다.
이 곳의 유일한 표식입니다.
세상이 너무 화려하다보니,
무채색이나 오랜 시간을 담은 곳이 선호되고 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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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승복은 참 간결하고 힘을 뺀듯한 색감을 선택해 왔습니다.
각 불교권 승복들이 다들 다른 색감을 하고 있지만, 일본을 제외하고 대게 그러하죠.
구성원들의 삶과 일상은
간결과 함축,
침묵과 진중함을
선호, 지향하게 해놓고,
그 단체를 장엄함에 있어서는 화려함과 미사여구적인 드러냄을 굳이 제재하지 않는 듯 해서
누구라도 이율배반적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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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 모인 곳에 사람이 넘치지만,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이 있듯이,
화려함이 있는 곳에 모두 행복과 진리가 있지는 않겠지요.
그렇다고 화려하고, 대중적이고, 자본이 있는 곳엔 행복과 진리가 없는 것일까요.
불가의 진리가
우리 마음에 간결함만을 담아야하고,
화려함은 오로지 부처와 보살에게 향하는 찬탄과 장엄이어야 할까요. 그리고, 깊이가 없는 포장일뿐일까요.
문득,
화려함의 반대인 간결함은 많은 의미를 담은
화려함의 다른 말이 아닌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러낼때도 있고, 담아낼때도 있어야하는 삶의 이치를, 그저 한 방향인 간결함만을 선호해야만 깊이 있고, 가치있고, 대단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겁니다.
간결함에 담긴 깊이는 찬란함이요.
화려함이 전하는 넓이는 명료한 감탄일겁니다.
불교의 모습 속에 간결함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의미를 알려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나이드신 할머니의 새빨간 내복이 떠오르는 살짝 추워지는 11월 마지막 주입니다.
우리의 내면이 밝아지면 그 어떤 화려함도 따라가지 못하며,
그 어떤 함축적인 것으로도 표현하지 못합니다.
가치의 표현을 단지 침묵으로만 표현한다고 깨달은 것도 아니고,
설명으로 한다고 해서 못 깨달은 것도 아니지요.
그 둘을 잘 오고가며, 차오르는 마음의 저 편의 무게를 잘 조절하다가
넘어서는 지점을 찾게 되길,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어라의 숨고르기 http://blog.naver.com/kns6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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