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석 저
- 김완석 저
또한 현대의 명상은 의료 장면뿐 아니라 교육기관과 기업에까지 그 적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에서 2012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명상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심신 요법으로 미국 성인의 8%인 1800만 명이 명상을 치료에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하며, 마음챙김 기반의 의료적 개입법은 전 세계 30개국 이상의 1000개가 넘는 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또한 명상을 교과목이나 훈련 프로그램으로 사용하는 학교들도 빠르게 늘고 있으며, 미국에서 명상은 하나의 사회운동으로까지 성장하고 있다.
명상에 관한 지금까지의 뇌과학 연구는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나는 명상이라는 정신 활동으로 야기된 주관적인 심리적 경험이나 기증의 변화 또는 신체적 변화가 단순히 주관적이거나 우연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 신경망이나 구조물의 활성화라는 물리적 토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명상이라는 현상을 개념과 은유가 아니라 신경이나 신경계와 같은 물리적 실체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명상이라는 저신 활동이 신경망으로 이루어진 뇌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정신 활동이 단순히 물리적 신경망 활성화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물리적 구조물의 변화를 야기하는 원인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즉 명상이 뇌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은 심리적 경험을 뇌 활동의 결과로 설명하는 물질환원론의 한계를 보여주며, 이보다는 주의의 조절이라는 정신 활동과 뇌 신경계라는 물질의 상호 영향력을 시사하는 것이다.
붓다는 이러한 고행과 집중(사마타) 외에 통찰명상으로 번역된 '위파사나'라는 독특한 수련법을 발견한 인물로 여겨지는데, 이 또한 고행이나 집중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타고난 경향성을 극복하려는 수련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위파사나는 쾌락주의와 금욕주의 모두를 부적절한 수련법으로 간주하는 중도주의 수련법으로서 쾌락적이거나 불쾌한 감각이나 감정, 생각 등 내적 경험 자체가 모두 하나의 일시적 현상임을 통찰하고 이런 현상에 자동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다만 알아차리는 방법이다.
최근 '마음챙김'이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소개되고 있는 다양한 명상 수련은 이런 내적인 '자동반응'을 알아차려 더 이상의 연쇄적인 반응을 중지하고, '의식적 반응'선택을 가능하게 하려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이런 공격 행동이 발생하기 전에 자동적인 연쇄반응의 어느 단계에서든 자신이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연쇄반응을 중지시킬 수 있고, 후속 반응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명상은 자신의 내적인 경험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서 그 성질을 알아차리는 훈련이다. 주의 훈련이라는 명상의 특성은 초기 현대심리학이 의존했던 내성법과 동일하다. 외부 자극에 대한 자신의 내적인 심리 반응들, 즉 감각과 느낌, 생각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주의를 기울여 알아차리고, 나아가 자신이 왜 그런 방식으로 경험하는가를 탐구함으로써 심리 과정의 원리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얻는 것이다.
사마타와 위파사나로 대변되는 불교의 명상은 삶과 존재의 본질에 관해 1) 나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실존하는 것은 변화한다. 2) 나는 다른 많은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지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다, 3) 삶에서 불편하고 괴로운 경험을 겪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실재의 인식 또는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관점에 따라 심리 치료에서 핵심 치료 주제인 '심리적 괴로움'을 다루게 된다. 이런 접근은 한마디로 '심리적 괴로움을 없애거나 바꾸려 하지 않고 그대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정의의 핵심 요소인 '지금 이 순간', '내적 경험', '의도적인 주의', '비판단적 ㄷ태도'는 명상 또는 명상 수련(또는 마음챙김 수련)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 지금 이 순간이 아닌 과거나 미래의 사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명상이라 하기 어렵다. 감각과 느낌, 생각이라는 자신의 내적 경험이 명상에서 가장 핵심적 주의의 대상이다. 그것이 내적 경험이라 할지라도 거기에 자동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명상이 아니다. 그 경험이 좋은 건지 싫은 것인지,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등을 평가하고 판단하기 위해 관찰하는 것은 명상의 태도가 아니다.
그가 제안한 "마음이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아이디어는 당시 과학계의 상식과는 상반된 것이었지만, 최근의 과학적 연구는 명상 훈련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입증해 달라이 라마의 생각이 옳았음을 보여 주고 있다.
MBSR는 현재 전 세계 700개 이상의 기관에서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생각을 바꾸게 하는 것이 핵심 치료 과정인 기존의 인지 치료와 달리 생각이든 감정이든 그대로 알아차려 수용하게 하는 통찰명상에 기반을 둔 새로운 심리 치료 기법들의 개발을 자극했다.
특히 명상하는 동안의 좌측 전두엽 영역의 세타파 활성은 통찰 경험과 창의적 사고와 관계가 있는데, 세타파가 나타나 때 어떤 통찰이나 직관적 깨달음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를 연구한 하버트 벤슨은 명상을 하는 중에 갑자기 통찰이 오는 '브레이크아웃' 현상이 뇌에서 발생하는 일산화질소라는 기체성 화학물질의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의 신경생물학에 따르면, 새로운 경험은 신경세포 간의 연결에 영향을 주는데, 어떤 경험에 의해 '함께 흥분하는 뉴런들은 서로 연결된다.' 즉 특정 경험을 반복하면, 그런 경험에 의해 흥분하는 뉴런들 간에 시냅스(신경세포 간 연결점)가 형성되어 여러 뉴런이 동시에 흥분하나는 하나의 회로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뇌 구조물 간의 연결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그 결과, 장기 명상가들이 같은 나이의 일반인에 비해 뇌도와 감각 피질 및 전두 피질이 더 두꺼워서 40~50대인 장기 명상가들이 20~30대의 일반인과 비슷했다. 또한 장기 명상가들은 일반인에 비해 우측 뇌도와 해마, 좌측 측두엽의 회백질의 밀도가 더 높았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명상을 장기적으로 수련하는 것이 뇌도와 감각 피질 및 전두 피질, 해마 등을 비롯한 뇌 구조물의 자연적 퇴화, 즉 노화를 억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과학으로서 명상이 가장 먼저 적용된 분야는 만성질환자들의 증상 완화와 예방,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 분야였다. 명상은 인체의 가장 포괄적인 질병 방어 기제인 면역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다양한 스트레스성 만성질환의 증상 완화와 이유에도 효과가 있다. 명상의 긍정적인 효과는 심신의 이완을 통한 자연치유력의 활성화, 스트레스에 대한 건강한 대처 능력 향상과 건강한 생활 습관의 확립 등의 경로를 통해 나타난다.
명상은 스트레스 또는 부정적인 감정의 불가피성을 깨닫고, 이런 긴장과 부정적 감정을 회피하기보다는 수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는 사건이나 스트레스 반응을 더 잘 다룰 수 있게 해 불가피한 스트레스에 대해 더 건강한 방식으로 관계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래서 명상 수련은 불필요한 부정적 감정을 줄여주고, 더 적응적인 대처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인지 행동 치료에서는 생각과 느낌, 행동을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간주하기는 하지만, 특히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개인이 가지고 있는 핵심 신념이나 생각이 정서 경험이나 행동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부적응적인 신념을 바꾸어 주면 정서와 행동도 적응적인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지 행동 치료에서는 근거가 없는 비합리적인 신념이나 생각을 찾아내 그런 신념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포기하거나 바꾸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 된다. 즉 생각을 '바꾼다', '고친다'가 치료의 주목표가 된다.
이와 달리 명상 전통에서는 생각(인지)과 느낌(정서)을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고 모두 실체가 없는, 일시적으로 나타나고 사라지는 심리 현상으로 간주한다. 즉 생각이나 느낌을 모두 하늘을 배경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구름과 같은 것으로 보고, 이런 경험의 출현과 사라짐을 따라서 명상 기반의 치료법은 그것이 불쾌한 것이든 유쾌한 것이든 관계없이 매 순간 경험하는 생각이나 느낌을 일부러 없애거나 바꾸려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해 생각이나 느낌에 자동적으로 즉각 반응하지 않도록 하는 접근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