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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일상 Oct 24. 2023

먹고사는 이야기

일상 08.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일요일 아침 늦잠 자고 싶은데 눈이 떠졌다. 어제 봄이 생일인데 미역국을 안 끓여준 게 마음에 걸렸다. 이웃님 블로그에서 본 참치 사골 미역국을 끓여야겠다.



예전에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미역국에 참치캔을 넣는 참치 미역국을 처음 접했다. 할머니께서 손주 두 명과 함께 지내는데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시게 되었다. 할머니 생신을 위해 첫째 손주가 소고기 대신 참치캔을 넣어 생일 미역국을 끓였다. 손수 끓인 미역국을 도시락통에 넣어 어린 동생과 함께 할머니 병문안을 갔다. 세 식구가 서로 지나온 시간을 고마워하고 안부를 물으며 식사하는 장면에서 마음이 일렁였다. 할머니를 위해 손주가 끓여 온 참치 미역국을 드시며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 서로에 대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전해지는 모습을 보며 이런 게 행복이 아닐까 싶었다.



미역을 불려놓고, 참치캔 두 개를 따서 체에 밭쳐놓고, 마트에서 파는 사골 팩을 꺼냈다. 불린 미역을 씻고 잘게 자른 후 냄비에 넣고 참기름, 국간장, 다진 마늘 넣고 볶다가 사골 팩을 붓는다. 사골 팩이 하나밖에 없어서 미역이 잠길 정도로 물을 더 붓고 팔팔 끓을 때 참치를 넣고 한참을 더 끓였다.




닭볶음탕을 하려고 냉동실에서 꺼낸 닭을 청주를 넣고 한소끔 끓여서 잡내와 찌꺼기를 빼서 건져놓았다. 프라이팬에 간장과 다진 마늘, 참기름, 고춧가루 넣고 볶다가 아까 건져놓은 닭과 감자, 양파, 당근, 대파 넣고 팍팍 끓인 후 참치 액젓을 넣어준다.







오후에는 남편이 어제 텃밭에서 캐 온 고구마를 깨끗이 씻어서 찜기에 올려 쪘다. 주말 동안 세탁기를 네 번 돌리고, 빨래를 개고,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도 정리해 버리고, 청소기 두 번 돌리고, 설거지는 최소 열 번은 한 것 같은 느낌이고, 걷기 운동은 그래도 1시간씩 하고 왔고, 봄이 생일이니 샌드위치 데이트도 했다.  



책은 틈틈이 여러 권을 읽었는데 이것저것 막 구겨 넣어 정리가 안되고 오히려 복잡해진 느낌이다. 머릿속의 글들을 헹구고 탈수해서 쫙 널어놔야 하는데 빨래가 끝나도 뜨거운 수증기가 가득 들어차서 아무리 잡아당겨도 세탁기 문이 안 열리는 것처럼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뜨거운 김이 빠지면 자연스레 문이 열리므로 기다려야겠다.



여름이는 다음 주부터 시험이라 벼락치기 공부에 들어갔고, 가을이는 줄넘기를 하러 가고, 겨울이와 함께 '힘쎈여자 강남순' 드라마를 봤다. 유쾌한 히어로물이고 여자 주인공들이 힘이 센 캐릭터로 나오니 신선하다. 사회적 문제인 마약범죄를 다루어 무겁고 심각한 장면도 있지만, 모성애와 인류애도 넣어 따뜻하고 뭉클하고 유쾌하다. ITZY(있지)가 부른 드라마 ost 슈퍼파월 'SUPERPOWERS'도 힘차고 박진감 넘친다. 취향 저격이다. 덩달아 우리 집에 새로운 히어로도 등장했다. 손가락 하나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괴력과 초능력을 가진 강남순을 따라 하는 겨울이다. 역시 겨울이는 히어로물에 진심이다. 나는 마음이 혼탁해졌나 보다. 세상에 이런 히어로는 없지만 드라마라도 통쾌하니 좋네 하면서 봤다. 열두 살 겨울이의 꿈이 히어로로 바뀐다.



2023.10.16 꿈꾸는 일기







일기를 다 쓰고 소제목을 정하려는데 산다는 건 다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면 남편이랑 투닥이며 아이들과 부대끼고 삼시세끼 먹고사는 이야기들이 쌓여 인생이 되는 건가 싶었다. 기록이 쌓이면 뭐든 된다는 마음으로 기록해야겠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노래 가사를 찾아서 쓰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무려 1997년에 나온 노래라니.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은 이백퍼센트 공감되는 노래이다. 산다는 건 그런 건가 보다. 모든지 내가 해봐야 알게 되는 것. 노래 가사처럼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두렵기는 해도.




https://youtu.be/hlVAJBbjUT0?si=N8H5qR5Zpr0KvAdj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 처음 타본 타임머신 / 여행스케치 / 1997.9.15)


너는 어떻게 살고 있니

아기 엄마가 되었다면서

밤하늘에 별빛을 닮은 너의 눈빛

수줍던 소녀로 널 기억하는데


그럼 넌 어떻게 지내고 있니

때론 부부싸움도 해보니

남편은 벌이가 괜찮니

자나 깨나 독신만 고집하던 니가

나보다 먼저 시집갔을 줄이야

어머나 세상에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지금도 떡볶이를 좋아하니

요즘도 가끔씩 생각하니

자율학습시간에도 둘이 몰래 나와

사 먹다 선생님께 야단맞던 일

아직도 마음은 그대로인데

겉모습이 많이 변했지

하지만 잃어버린 우리 옛 모습은

우리를 닮은 아이들의 몫인걸

하모 니 말이 맞대이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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