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2108
얼마 전 3년 동안 활동했던 깨달음 카페를 중단했다.
그동안 카페를 통해 적지 않은 공부의 진전이 있었다. 감사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카페 활동을 중단한 것은 마음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직접적인 계기는 5월 모임이 기점인 듯싶다. 깨달음을 추구하며 모인 이들에게서 우상(偶像)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스승으로 모시고, 스승의 가르침을 받는 행위에서 스승에 대한 존경은 당연한 것이지만, 내게는 존경의 정도가 조금 지나친 듯 느껴졌다. 부족한 나의 감정이 만들어낸 오해일지도 모르겠다.
깨달음을 추구하는 삶을 살면서 등불로 삼은 것은 부처님의 핵심 말씀을 담은 <반야심경>과 임제선사의 말씀을 기록한 <임제록(臨濟錄)> 중 '살불살조(殺佛殺祖)'라는 경구다. 특히
'살불살조(殺佛殺祖)'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
이 경구는 내게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과 감동을 주었고, 평생의 나침판이 되었다.
깨달음은 오직 자신의 힘, 100%의 마음으로 이룰 수 있다.
부처의 가르침도, 조사의 가르침도, 죽여야만 가능하다.
어떤 말이 깨달음의 과정을 이처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깨달음이란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만 가 능한 길이라는 핵심을 이처럼 명확하게 드러내는 경구를 이전까지 알지 못했다.
이제 깨달음을 향해 줄기차게 내달려왔던 마음을 내려놓는다.
깨달음은 그저 세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아는 것일 뿐, 영광의 월계관을 쓸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겠다.
대학을 막 졸업한 20대 중반, 인연 따라 '그저 존재할 뿐'인 세상의 냉정한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던 마음은 이제 편안하다. 세상이 그러할진대 두려워할 일은 아니니.
인연 따라 생겨난 우주, 우주의 행성들, 태양계의 지구, 지구 위의 생명들, 그 생명 중 하나인 인간. 인간이라는 생명으로 조건 지워진 삶을 담담히 살아내면 될 터이다. 가치와 의미는 관계 속에 자유롭게 부유케 하고, 육체가 느끼는 고통이나 즐거움도 담담히 바라보며.
사진;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