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입니다.

어떻게 참아요!

by 핑크뚱
엄마는 이제 다이어트할 거야. 앞으로 사과랑 샐러드만 먹을 거야.
엄마는 이제 다이어트할 거야. 앞으로 사과랑 샐러드만 먹을 거야......


며칠 전 다이어트에 관한 제 생각을 아무거나 군에게 호기롭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다이어트를 이야기하던 저는 누구보다 비장했습니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항상 내일부터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랬습니다. 그러니 그 순간이 지나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집니다. 아무거나 군은 저와 달랐습니다. 얼마나 철두철미한 어린이인지 말입니다. 그때 저의 비장한 다이어트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녹음했더군요.

저와 아무거나 군이 장 보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가는 차 안에서 간단 씨에게 전화했습니다. 저녁 메뉴로 등갈비 김치찜이 어떠냐며 물었고, 흔쾌히 OK 답을 듣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정말 메뉴만 물었습니다. 그런데 아무거나 군이 제 핸드폰을 찾습니다.

“엄마, 핸드폰 어디 있어요?”

“왜, 무엇하게?”

물으며 핸드폰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아무거나 군이 얼굴에 사악한 웃음을 보이며 핸드폰 속 녹음파일을 찾아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걸 또 반복해 들려줍니다. 깜빡 잊고 있었던 그날의 제 다이어트 선언을 환기시켜 주기 충분했습니다.

‘아우씨, 뭐야. 언제 저걸 녹음한 거야.’

저의 진짜 속내를 숨기며 말했습니다.

“엄마는 안 먹을 거야. 너랑 아빠를 위한 저녁 메뉴야.”

“엄마, 제가 지켜보겠습니다.”

그렇게 저와 아무거나 군은 티키타카하며 장 보러 다녀왔습니다.

얼마 전 지인에게 김장김치가 너무 익어 신맛이 난다며 제법 많은 양을 얻어 왔습니다. 신맛 나는 김치는 찜으로 먹으면 이게 밥도둑 아니겠습니까. 자연스럽게 등갈비 김치찜이 생각날 밖에요.

집에 오자마자 요리는 시작 됐습니다. 일단 장 봐온 등갈비는 특유의 잡내 제거를 위해 소주와 월계수 잎을 넣어 10여 분간 삶은 후 깨끗하게 씻어줍니다. 김치냉장고에서 김치는 포기채로 꺼내 냄비 바닥에 깔았습니다. 그리고 등갈비는 김치 사이사이 넣어 줬습니다. 그러면 김치 양념이 등갈비에 잘 스며드니 훨씬 맛있어집니다. 왠지 등갈비만으로 고기 양이 조금 부족할 것 같아 며칠 전 수육 해 먹고 남은 삼겹살 덩이도 함께 넣어 푹 끓여줬습니다. 간단 씨의 퇴근 1시간 전부터 말입니다. 등갈비와 김치는 오래 푹 끓일수록 맛이 더 좋아지니까요.

요리가 드디어 완성됐습니다. 냄비 뚜껑을 연 순간 김치와 고기가 합쳐진 냄새가 콧 속으로 사정없이 들어옵니다. 자동적으로 침샘에서 침이 솟아나 입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저는 맛 좋은 냄새에 지고 말았습니다. 죄라도 지은 양 빠르게 주위를 살펴 아무거나 군이 있는지 확인하며 얼른 입속으로 고기 한 덩이를 넣었습니다. 역시 맛있습니다. 오래 끓여 김치의 양념이 고기에 잘 스며들었으며, 부드럽게 뼈에서 분리됐습니다.

방금 갓 지은 하얀 쌀밥에 김치와 고기를 함께 올려 입안 가득 넣어 오래오래 씹어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힘들 것 같았습니다. 큰 두 눈을 부라리며 저를 지켜보는 아무거나 군이 있으니깐요.


푸짐하게 밥상을 차렸습니다. 간단 씨와 아무거나 군이 맛있다며 계속계속 입 속으로 고기와 김치를 넣고 있습니다. 그들 옆에서 침 흘리며 먹는 모습만 쳐다보는 저는 안중에 없습니다.

'아! 다이어트는 내일부터가 제 맛인데.'

이걸 알 턱이 없는 아무거나 군입니다. 야속합니다.


맛있게 저녁을 먹은 간단 씨와 아무거나 군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동시에 저는 정리를 위해 식탁에 앉았습니다. 뒤를 돌아보며 몰래 김치에 등갈비를 싸 입에 넣었습니다. 꿀맛입니다. 천국은 이렇지 않을까요. 행복합니다. 어떻게 참아요. 아무거나 군은 절대 모르게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를 속으로 외치며 등갈비와 김치를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