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밟을 시간

텃밭이야기

by 핑크뚱

이제 시작입니다. 때가 왔습니다. 겨우내 묵혀둔 화단에 애정을 쏟을 시간입니다. 봄을 일으켜 세운다는 입춘이 지났습니다. 그래서인지 날도 점점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지난겨울은 유독 추웠고 따뜻했습니다. 정말 오락가락 제멋대로인 날이 참으로 많아 지구환경이 더 걱정됩니다.


얼마 전 화단의 수도가 얼어터져 물 폭탄을 맞았습니다. 그 덕에 요금 폭탄까지 합쳐져 쌍으로 저를 괴롭혔습니다. 쏟아진 물은 추운 날씨 탓에 다시 얼어 어느 때보다 단단하고 서걱서걱한 땅을 만들었습니다. 어설픈 호미질은 땅의 성미만 돋우었습니다. 그래도 잔뜩 성난 땅이 따뜻한 햇볕의 간질간질 간지럼 태우기 덕에 '사르륵' 눈 녹듯 녹아 제법 부드러워졌습니다.


며칠 전 마트에서 대파 한 단을 샀습니다. 대파 뿌리를 잘랐습니다. 토질과 날씨가 제법 맞춤 때가 됐습니다. 봄의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며 제법 부드러워지기 시작한 화단에 심었습니다. 이제 대파 뿌리를 심어도 별 탈 없을 겁니다. 도롱뇽 꼬리가 재생하듯 대파의 초록잎이 다시 자랄 겁니다. 그럼 저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먹고 또 먹으면 됩니다.


일단 대파 뿌리를 15cm 정도 남기고 잘랐습니다. 윗부분은 깨끗하게 다듬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냉동실에 넣어 둡니다. 그럼 제법 오랫동안 요리할 때마다 구색에 맞게 넣어 먹을 수 있습니다.

뿌리를 화단으로 가지고 나갔습니다. 이날 은행 볼 일이 있어 나갔다 커피 전문점 앞에 내놓은 커피찌꺼기를 발견하고 냉큼 가져왔습니다. 이게 식물의 성장에 중요한 질소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천연비료로 맞춤입니다. 그래서인지 커피찌꺼기 구하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먼저 커피찌꺼기를 화단에 뿌려줍니다. 호미로 제법 깊은 곳의 흙을 뒤집으며 커피찌꺼기와 고루고루 잘 섞어줍니다. 그래야 흙과 친해져 퇴비로서 효과를 '짜잔' 보여줄 겁니다. 잘 섞인 흙과 커피찌꺼기는 대파 뿌리를 따뜻하게 감싸주며 자신들의 영양분을 골고루 나눠 줄 겁니다. 나름 줄도 맞춰 심었습니다. 이제 기다리면 됩니다. 그럼 겹겹의 시간을 촘촘히 채워가며 다시 자랄 겁니다. 조만간 키가 껑충 자란 대파도 보게 될 겁니다.

요리를 위해 바로바로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가위로 싹둑 잘라 사용하면 요리 만드는 재미도 선물 받을 겁니다. 신선하고 진한 파향 생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집 안에 텃밭이 있다는 건 식자재를 바로 수확해 먹을 수 있어 좋습니다. 반면 이제부터 풀과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보면 됩니다. 바람 타고 날아 날아 우리 집 흙에 뿌리내린 잡초들은 바지런한 손길이 없으면 금방 화단의 주인 행세를 합니다. 텃밭은 없어지는 겁니다. 그냥 풀밭이 되는 거죠.


앞으로 조금씩 텃밭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초록초록한 식물들이 지치고 고단한 우리들의 마음에 힐링을 선물할 테니 함께 나누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