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vs 갱년기

이제 우리도 시작되는 건가!!!???

by 핑크뚱

"카드뮴"

"엥, 뭐야.....뮴! 뮴으로 시작하는 단어 뭐가 있지? 패배입니다."

"그럼 또 저부터 시작합니다. 바륨"

"뭐야... 하기 싫어 그러지?"


설 쇠기 위해 시댁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입니다.

평소에 전혀 밀리지 않던 길도 명절이나 휴가 때는 어김없이 복잡하고, 차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날도 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이어지는 실선이 아닌 뚝뚝 끊어지는 점선을 달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뒷좌석에 앉은 아무거나 군은 집에서 이것저것 놀거리를 챙겨 왔습니다.

책 읽기 몇 십분, 레고 놀이 몇 십분, 클레이 만들기 몇십 분씩 놀다 금방 싫증을 드러냅니다.

"심심해, 심심해, 엄마 저 뭐 해야 돼요? 너무 심심해요."

이렇게 심심해하는 아무거나 군을 위해 끝말잇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태도가 영 불량합니다.

"심심 군, 자세가 불량하다. 할까? 말까?"

"아. 귀찮은데.... "

그러며 마지못해 "해요. 해요"합니다.

"뭐야. 이번에는 귀찮아 군이야."

협박 같은 제 말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심심 군과 귀찮아 군이 꼬리를 내리며 끝말잇기에 적극 동참합니다.

그 후로는 끝말잇기로 웃고 떠들며 제법 덜 심심하고, 덜 귀찮아하며 시댁으로 갔습니다.


언제 심심하고 귀찮았나 싶게 시댁에 도착해서는 사촌들과 아주 신이 났습니다.

밤늦도록 놀고 잠을 자기 위해 잠옷으로 갈아입는 아무거나 군. 윗옷이 없다며 짜증 폭발합니다.

이미 저는 약에 취해 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 정신이 혼미합니다.

분명 한벌을 잘 넣어 왔는데 어디서 빠진 건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화가 나요. 엄마! 내 말 들어요?"

"어으으으응, 듣고 있어. 옷이 어디에 갔지? 분명 챙겨 온 것 같은데..."

비몽사몽 상태로 아무거나 군 말을 듣습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기분은 받아 줍니다.

"흐흐흑, 나 지금 너무 기분이 나빠요. 짜증이 나요. 아니다 왕짜증이 나요."

"그렇구나! 이번에는 왕짜증 군이 나왔어?"

우리의 대화는 대부분 제가 아무거나 군의 심기보호에 있습니다.

부족했나 봅니다. 한참을 이불 덮어쓰고 울었습니다. 이불 밖으로 나와 속상했다며 내 품에 안겨 잠이 듭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아무거나 군입니다.

"엄마, 잠옷 여기 있었어요."

문제의 잠옷입니다. 순간 화가 올라왔습니다.

"봐, 엄마가 잘 챙겨 왔다니깐.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소리가 커졌습니다.

"어제는 안 보였어요. 진짜예요. 억울해요."


사춘기는 육체적 변화와 함께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시기.

저 개인적으로 사춘기를 네 개의 감정이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라 정의해 봅니다.

아무거나 군이 벌써 심심 군, 귀찮아 군, 왕짜증 군 세 개의 감정을 시시때때로 폭발시킵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나 봅니다. 곧 다가올 아무거나 군의 사춘기 말입니다.

큰 일입니다. 이미 갱년기가 시작된 저와 아무거나 군의 사춘기가 만나게 되면...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서서히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어둠의 신호가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춘기와 갱년기가 싸우면 갱년기가 이긴다는 심심치 않은 경험담이 있던데... 그러나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저라도 감정에 지지 않고 정신줄 놓지 않아야겠습니다.

저는 가족의 평화 지킴이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