챈들러, 빅슬립

당신이 잠든 사이에

by 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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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과 공포

공포소설에서 추리가 필수 요소이듯이, 역으로 추리소설에서도 공포가 필수적이다. 추리 없는 공포가 맹목적이듯이 공포 없는 추리는 흥미진진하지 않다.

<딥슬립>도 공포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물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귀신 얘기라든지 그런 공포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공포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귀신이야기 같은 비현실적인 공포보다는 사람이 저지르는 기상천외한 악행으로 인한 현실적인 공포가 더욱 와 닿았다.

귀신이 아무리 무서워도 사람에 못 미친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요사이에는 기상천외한 범죄기사에 소위 사탄드립이라는 것이 성행할 정도이니 옛날 귀신 얘기는 애교로 보일 정도이다.

<딥슬립>에서 제시되는 공포도 현실적인 공포이다. 1930년대에 발간된 소설이기 때문에 공포에 대한 포인트가 조금은 다를 수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공포를 일으키는 살인, 협박등에 대한 내용은 같기 때문에 공감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사실 공포는 무지에서 많이 비롯된다고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공포를 잘 느끼지 않는다. 잘 모르는 것, 미지의 영역에서 사람들은 공포를 느낀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무서운 이야기들도 들여다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당시 사람들에 게 있어 미지의 영역들을 공포로 해석하고 이야기로 풀어낸 것들이 많다.

<딥슬립>같은 추리소설은 미지의 영역으로 공포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탐정과 같은 주인공들 이 그 수수께끼를 다 풀어내고 공포를 해소해주기 때문에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탐정 필립말로

필립말로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대부분이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셜록홈즈와 함께 탐정이미지를 양분하는 캐릭터 라고는 하지만 셜록홈즈에 비하면 그 유명세가 많이 뒤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필립말로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면 물론 그도 못 하는 것이 없는 대단한 인물, 소위 먼치킨 캐릭터이나 인간적인 매력을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는 검찰 수사관 출신이다, 그렇기에 수사방식이 지금도 저렇게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그는 거칠 것이 없다. 사건 해결에 있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교묘한 술수를 쓰기도 하고 총으로 협박을 가하기도 한다. 흔히 선의 편에 서있는 주인공들이 악에 맞서 싸울 때 답답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필립 말로는 그런 것에 있어서 전혀 답답함을 주지 않는다.

셜록홈즈에 비해 더욱 매력적으로 느낀 부분은 사실 셜록홈즈보다는 덜 똑똑하다고 느꼈기 때 문이다

사실 셜록홈즈는 진작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경우가 많고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단한 위기에 놓여있어도 다 준비된 경우가 많았다.

필립말로도 물론 그런 면이 없지 않으나 셜록홈즈에 비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에 있어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도 많고 직접 몸으로 부딪혀서 싸우는 경우도 많아서 오히려 더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이런 매력적인 인물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흔히들 필립말로는 하드보일드 문학의 전형이라고 한다.

하드보일드 문학이란 비정 냉혹의 뜻으로 감상에 빠지지 않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 는 형식의 문학이다.

필립말로가 악인은 아니지만 냉정해보이는 것이 사실이기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겠지만 이러 한 인물유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틀림없이 그에게 빠질 것이라 생각한다.

깊은 잠

<딥슬립>을 해석하면 깊은 잠이라는 뜻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깊은 잠은 문자 그대로의 깊은 잠이라기보다는 죽음을 의미하는 것 같다.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스턴우드 장군이 사건을 의뢰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음란도서사업자, 살인, 마약파티, 나체사진 협박등 지금 시대에 봐서도 파격적인 요소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렇게 역겨운 정도는 아니고 적당히 흥미를 유발할 정도여서 큰 무리는 없었다. 책의 마지막 장의 한 단락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일단 죽으면 어디에 묻혀 있는지가 중요할까? 더러운 구정물 웅덩이든, 높은 언덕 꼭대기의 대리석 탑이든 그게 중요한 문제일까? 당신이 죽어 깊은 잠에 들게 되었을 때, 그러한 일에는 신경 쓰지 않게 된다. 기름과 물은 당신에게 있어 바람과 공기와 같다. 죽어 버린 방식이나 쓰러진 곳의 비천함에는 신경 쓰지 않고 단신은 깊은 잠에 들게 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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