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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yes of Hokkaido

by 문윤범


미도리가 죽은 뒤 그곳으로 온 건 한 무리의 인간들이었다. 나무들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 그 죽은 몸을 둘러싼 채로 있다. 슬퍼할 수 없고 애도조차 하지 못한다. 그들 직업은 경찰이었다.

저마다 별을 달려 했던 자들. 더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고자 했던 건 모두의 꿈이었으리라. 그 꿈들이 모두 쓰러졌을 때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다. 숲은 더 이상.

더 숨을 곳이 없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침, 그 찬란한 빛에 모두 눈을 뜰 때였다. 히사시는 의자에 누워 한쪽으로 고개 꺾인 채 있다. 눈을 감은 채였다.

"선배!"

일어나 얼른 씻고 밥 먹으라는 듯 그를 깨운다. 옷 입고 나갈 준비를 하라며. 그 여자가 그 몸을 흔들어 깨운다.

이미 눈을 마주칠 수 없는 모습이었음에도. 미도리, 그 여자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대화할 수 없다. 저 먼 하늘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 그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마음속으로 빌고 있을지 모른다. 아직 남은 이야기를 해달라며.

집으로 들어와 벌거벗은 채 침대 위에 누워 잠에 들려 한다. 미도리를 마지막으로 만난 자. 그의 이름은 미나모토 다케시다.

내 아버지들이 흘린 사탕 부스러기. 그 안에 해독기가 있지. 난 그들이 보낸 에이전트야! 그 약을 먹은 사람들은 모두 죽을 테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그들 삶이, 그들 목숨이.

꿈을 꾸면 대화한다. 그들 목소리를 들으면 더 깊은 잠에 빠져든다. 눈을 감은 뒤, 그리고 이 세상은 더 먼곳을 향해 떠난다.

'그들은 우릴 잡을 수 없어'

미소 짓는다. 아니, 미나모토 다케시는 울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왜 이곳으로 날 보낸 거냐고.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풀조차 자라지 않는 섬처럼. 그곳으로 가는 길처럼 그 경로는 매캐한 연기로 가득하다.

"살이 거의 찢기지도 않았습니다. 너무 정확해요. 너무 완벽하게 자른다구요!"

타오루는 소리칠 듯 말했다. 짓눌린 흔적조차 없으며 튀어 사방으로 흩어진 살 조각조차 찾기 힘들었다며. 힘들다고. 왜 날 그런 곳으로 이끄는 거냐는 듯 말한다. 더 이상 운전대를 잡고 싶지 않다 소리치는 듯하다. 히사시는 그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기계가 아니잖아요."

그들은 계산대로 움직일 수 없는 인간이다. 틀림없이 숨 쉬고 걷는다. 생각한다. 또 어디로 갈지. 목적지를 정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아니었다.

"이 가게에서 우유를 사고 나왔습니다. 차를 몰고 떠났어요. 이곳이 거주지로 추정되고, 다시 나옵니다."

그 손가락을 따라 움직인다. 미나모토 다케시는 그들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움직이듯, 마치 혼을 잃은 인간처럼 걷는다. 그 장면들 속에 비친 그 모습은 그렇다.

"사토 미도리가 서 있는 곳, 이 가로등 앞으로 이 차가 다가옵니다."

그곳에서 멈춘다. 불빛을 향해 다가가는 또 다른 불빛은 그 가짜 희망마저 꺼트리고 만다.

"파제로에요."

긴 여행을 떠나듯 그 차는 그들 눈을 벗어나 사라지고 만다.


"잡았다 풀어줄 거면 안 하는 게 낫지."

이나바 아츠노리의 그 말에 그는 한동안 아무 대답하지 못하지만. 숲으로 돌아온 곰처럼, 유유히 헤엄치는 물 속 물고기를 본 듯 그 눈은 이미.

"다시 잡을 수 없으면 어떻게 합니까?"

사슴을 마주친 곰은 그 피 냄새를 잊지 못한다. 다시 떠올린다. 입에 묻었던 그 냄새를. 죽은 사슴이었다. 하지만 그건.

체념한 듯 발걸음을 돌리고 만다. 지금 해야 하는 질문이 있다면 지금 그를 쫓아야만 한다.

"직감은 개인적인 감각일 뿐이죠. 그렇지만 그 데이터들을 활용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데이터를 구축하는 일은"

그는 이제 그곳을 떠나려 했음에도 그 말을 잊지 못한다. 그때 그 말을 기억해둔다. 히사시는 그 옷을 입고 싶지 않았음에도. 그렇지만 그 문장을.

"그 데이터를 구축하는 일이야말로 여러분이 가장 먼저 해야 할입니다."

경찰이 돼야 한다. 지난 어느 날의 일처럼 남겨둬야 한다. 기록해두어야 한다는 직감을. 불현듯 그 문장이 떠오른 히사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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