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yes of Hokkaido
https://youtu.be/xhinJKHTIRI?si=EO849H6HxDlCo7sd
그가 남기고 간 것은 그 천 조각이나 그 모조의 시선 같은 게 아니었다. 껍질 속 든 씨앗처럼, 곧 벗겨내고 자라 맺힐 한 송이의 열매를 봄에도. 주렁주렁 매달린 것들 중 그 하나를.
차에 오른 히사시는 도착할 곳을 알고 있음에도 꼭 어디로 향하는지를 모를 것처럼. 더 이상 옆으로 고개 돌린 채 있지 않다. 히사시, 그가 응시하는 곳은 이제 운전자의 시선과 같은 방향이다. 점차 거친 길을 달리고 하나 둘 내려 남은 승객도 몇 없다. 버스는 계속해서 달린다. 이따금 그의 몸은 들썩댄다.
그 남자가 물었을 때 그는.
"접견 신청이십니까?"
아니, 그는 그 개가 더 이상 자신의 몸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음에도.
"네, 그렇습니다."
자신을 그곳으로 안내하는 그 여자의 등 뒷모습을 본다. 고개 뒤로 돌릴 때 다시 그 등에서 시선을 떼어낸다. 그 여자 걸음걸이는 꼭 히토미의 모습을 닮는다.
고요하고 또 고요한, 그가 미나모토 다케시를 잠깐 기다리는 동안 생각한 것이었다. 오늘따라 이곳은 왜 이리도 아늑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어쩌면 늘 그리 느꼈는지도. 그 순간만큼은, 그 작은 방 안에서 누구를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은.
문을 열고 들어와 그 의자에 앉은 그를 볼 때. 텅 비었던 그 자리를 메꾼 건 언제나 그들이었던 것처럼. 그런 눈을 통해 그를 본다.
"당신을 처음 본 날이 떠올라요. 그 순간 말이에요."
그가 먼저 입을 떼어내 말했다. 탐탁지 않다. 그 의자 모양이 그런 식으로 가려진 것은 말이다. 그러한 형상에 의해서.
"큰 외투, 긴 소매 길이. 그 자가 날 향해 고개 돌렸을 때
"아무도 말 걸어주는 사람이 없었나보지?"
떡처럼 붙고 늘어져 잘 떼어내지지 않을 것처럼. 손 끝에 끈적끈적한 것들이 묻어 더 기분 더러울 것을. 그럴 걸 알면서도 또 입을 열어야 하는 이 시간들이 괴롭다. 그는 못마땅하다. 아무 소리 없던 그 방 안에 퍼지는 그 작은 울림마저도.
"심심했나보군."
괴로움을 벗어나는 방법이란 그 기분을 그대로 옮기는 것뿐이었다.
"고이케 다다히로 씨가 왔다 가지 않았나?"
날 괴로움에 빠트리려는 모든 이에게.
"똑똑한 사람이지. 피 냄새를 맡아본 적 없고 팔 다리 잘린 몸을 본 적도 없지. 머리 잘린 모습도. 종이 위 글자들을 파고드는 사람들 말이야. 그런데 난 가끔 인간미가 없다고 느껴."
그는 지금 크레디트반켄 은행에 있다. 그런지도 알 수 없다. 지금 그는 꼭 스톡홀름에 있는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증명되지 않지만.
"우리 같은 사람과는 다르지. 그래도 꽤 합리적인 사람이야. 우릴 괴롭히거나 하지도 않지. 문제는 그들과 우린 서로 다른 사람들이라는 거지. 그들이, 우리가 원했든 그러지 않았든."
그 도시 은행은 존재했고 존재함에도 그러한 증상은 제대로 검증된 적 없었다.
"중요한 건 우린 그들이 없으면 몽땅 다 책임져야 한다는 거지. 기소의 합리성, 구속 여부에 대한 판단, 법이 없으면 너 같은 놈도 모두 활개치고 다닌다는 거야. 사냥개처럼, 우린 너 같은 놈 냄새를 맡고 그냥 쫓는 거지. 개체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면 안되니까."
이윽고 총알 한 발이 장전되고.
"날 보자고 한 이유가 뭐지? 목적 말이야."
더 다가서지 말라 한다. 탕.. 한 발의 총알이 발사된 후 아직 사라지지 않은 음이 머문다. 꼬리 흔드는 방법 말고 또 뭐가 있는가. 모든 일이 끝난 후 잘했다고 칭찬받는 일 말고는.
"절 보고 싶지 않았나요?"
그들은 서로 분리되어야 하는 운명이었는가. 아무도 말해주지 않지만.
그가 말한다. 보고 싶지 않았냐고, 자신의 그 얼굴을. 그는 본다. 그 눈 위에 맺힌 범인의 투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