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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yes of Hokkaido

by 문윤범

https://youtu.be/4VxdufqB9zg?si=C0vUSLBmQilt7bUg


"그 여자가 보여. 지금 당신 눈에는."

들리지 않는 웃음소리. 모두 살 희망일 잃은 것처럼 서 있다. 길을 걷다. 그러는 중 마주치다. 하지만 그는 볼 수 없다.

저 나무가 더 이상 손에 잡히지 않을 듯 멀어질 때 거대한 벽을 마주하다. 그곳 앞에 멈춰 서다.

"당신은 지금 어느 빌딩 앞에 서있어요."

히사시는 본다.

"보여요?"

그가 신은 신발 한 짝이 그 문턱을 넘어서려 할 때.

"옛날에는 다 나무들이었지. 그런데 저런 모양이 된 거야."

멈춰 선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그 아이와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대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머릿가죽으로부터 흰 털이 나 자라기 시작할 때. 그런 일을 경험한 후 힘겹게 입을 떼어 말한다.

"난 니 정신 상태를 이해할 수 없어."

널 지켜주는 건 그들이야. 히사시, 그들을 믿고 따라야 해.

"어른들은 다 거짓말쟁이죠. 그 길 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전 본 적 없어요. 나무도, 그 끝에 매달린 열매 하나조차."

뒷걸음질치다.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순 없어.

차가운 길 통로를 걷다. 바깥보다 춥지 않지만, 복도 바닥은 얼어붙을 일 없음에도 누군가 물칠이라도 하면 곧 그럴듯하다. 히토미는 방을 나가 걸었다. 일 분 일초를 줄이려는 듯, 마치 그런 기적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달리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꼭 그런 것처럼 보인다.

타오루가 말했다.

"모르겠어요. 별 말씀 없었는데요."

무슨 이유 때문인지 곧장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를 찾으려 했다. 지금 그가 어디에 있는 건지. 찾아내야 한다. 히토미는 들을 수 있다. 그 소리를.

비명을 잡아 삼킨 그 거친 숨소리를. 살려달라 외칠 수 없어 마지막으로 손을 뻗어 보지만 이내 붙잡히고 만다. 손아귀가 나무뿌리처럼 펼쳐진 뒤 곧장 사그라든다.

"그 분이 왔다 가신 것 말고는.."

"누구요?"

히토미가 그를 몰아붙였고 뭘 보았는가 재차 묻는다. 그러자 겁을 먹은 그가 얼버무린다. 하지만 그는 분명 보았다. 그 차가 온 것을. 그리고 그가 차 문을 열고 내린 모습을.

고독하게 출입문을 지켜선 자 본다. 접시 위 그 예술품을. 아니면 먹칠을 한 새하얬던 오징어의 그 살결을. 단지 그는 고사리를 먹지 못할 뿐이었는데.

남자들이란. 반항하는 방법이라고는 그런 것뿐이었지. 집을 나가거나 방황하는 일뿐이지. 돌아올 거라 믿지만. 히토미는 지금 그런 마음이다. 그 여자는 믿는다. 여행이란 죽을 길을 찾아 떠나는 해방일 뿐이라고. 끝내 돌아오리라고.

히사시는 일어나 그 방 안을 나온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어지러운 듯, 그걸 부여 잡음에도 알 수 없다. 휘청임에도 왜 끊어지지 않는가 하고.

큰 물 덩어리 안에 있다. 언젠가 어느 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자들이 그 세계를 떠도는 것이다. 다리 열 개 달린 오징어를 본다. 꼭 움직이는 나무처럼 떠다닌다.

그 머릿속에 칩을 심어놓은 건지 모른다. 언제? 누가.. 도대체 왜?? 그들에게로 간 건 그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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