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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yes of Hokkaido

by 문윤범


그 한 줄의 문장을 읽지 못해 또 서성댄다.

창문너머 저 풍경처럼, 나무들은 전봇대처럼 감정도 없이, 주렁주렁 매달려 이어진 전깃줄처럼, 그들 성격은 모두 그런 원리로 이루어진 것처럼.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후, 봄이 왔고, 여름을 지나며 어느 날은 겨울이 오기를. 돌아온 그날처럼, 히토미는 떠난 날을 다시 떠올린다.

타오루가 와 말했다.

"밥 안 먹어요?"

창문 밖을 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담배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을 그 모습을 본다. 잡히지 않음에도 쫓는 건, 그건 그들 눈이 이미 자신들 것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었는지도.

"먹으러 가죠."

아직 한 둘이 남았음에도 모두 자리를 비운 듯, 그 방 안에는 의심 많은 자들이. 내 아내와 내 아들딸의 사진이 놓여 있거나, 아무 조건 없이 내 편이 돼 준 그들에 기대어도 내일 다시 볼 건 또 날 무너뜨리려는 적들뿐이었다.

주목 앞의 그는 보고 있었다. 문을 나오는 그들 모습을. 건물 뒤편을 돌아 그들이 나간 문을 통해 들어온다. 다시 그 방 안으로 돌아왔을 때 이젠 머무는 자들이 없다.

손에 꽉 쥐었던 줄을 이제 놓은 듯, 기어이 그런 멍한 눈으로 창문 밖을 봄에도.

밤이 오면 넌 또 그 거리를 떠돌 테지,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그는 여전히 그 소리들을 듣는다.

"전해줄 말이 있어서..."

그는 곧 중보자와 같으리라고.

"당신을 만나고 싶다더군요."

눈밭 위에 고인 피를. 빠르게 굳은 뒤 곧 깨질 듯 꽁꽁 언다. 그는 본다.

"그 자를 보고 왔습니다."

그 광경을.

자신의 두 눈앞에 나타난 고이케 다다히로를 보며. 또 날 괴롭히러 온 건지 몰라, 그 그림자조차 어른거리지 않기를 바라던 그에게 뜻밖의 소식처럼 들려온다. 구두 발자국 소리가 들려 고개 돌렸을 때 그는.

그 얼굴을 빤히 쳐다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봄이 왔고, 여름을 지나 점점 가을이 오지만 여전히 그 계절 속에 머문 듯했다. 추위를 알지 못하는 듯 서 있음에도 두 팔 떨리는 걸 감출 수 없다. 힘을 줘 뼈가 더 단단해지도록 만든 뒤에.

늘 격식을 갖춘 채로 나타난다. 살을 뼈처럼 만든 뒤 그 위로 부드러운 천을 덧댄다. 지금 이 세상에 칼을 든 자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어느 누가 그토록 가벼운 갑옷을 입었던가.

안경을 벗은 뒤 그 투명한 알을 한 번 더 닦은 후 그는 말했다. 그 조그마하게 잘린 천 조각을 아직 손에 쥔 채로.

"만나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https://youtu.be/xhinJKHTIRI?si=-WPw6phi8BtLK_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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