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291

The eyes of Hokkaido

by 문윤범


이젠 누구를 향해 원망해야 하는지, 그 눈은 잃고 만다. 돌 위에 새겨진 그림 얼굴처럼 다른 표정 짓지 못해 굳은 것을, 오래도록 내 원망을 담아온 그릇들처럼.

히토미가 보는 건 아직 표정을 잃지 않은 인간 얼굴임에 틀림없었다.

몸을 트는 그 여자 모습을 본다. 땅에 붙은 듯했던 두 발을 떼어낼 때 그들 걸음은 다시 이어지고 만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아니, 이제 무엇을 쫓아야만 하는지를 물을 때. 한동안 꺼져있던 불은 이윽고 다시 켜져 환한 빛을 비추리라.

그를 이끄는 건 본능도 저 산꼭대기로 오르기 위한 꿈조차 아니었다. 모든 건 그들에 의해 꾸며지고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뿐이다. 지난 날의 기억은 어느 날 그대가 꾸게 될 꿈이었으리라고.

생각에 빠진 자 물을 본다. 책상 위의 그 투명한 잔이 담고 있는 것을. 이나바 아츠노리는 궁금하다. 이 자리를 떠나게 될 때 여기 앉을 자는 누구일까, 자신은 곧 떠나야 함을 알아차렸기에 그렇다.

그 물속에는 무엇이 머무는가 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공기가 있어 곧 숨 쉴 것들이 떠도는가, 그 속에 그들은 잉태되는 것인가 하며.

경찰서 건물은 큰 진동에 흔들대다 책상 의자가 움직여 이제 다른 위치에 있다. 조금씩 움직거린 것들이 다른 자리를 찾는다. 고래의 울음 소리가 들렸고 익숙한 듯 사람들은 뛰어 몸을 숨긴다. 그 건물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곳 그 자리에 멈춘 듯 있음에도.

버스 한 대가 멈춰서지만 그는 스쳐지난다. 히사시가 정류소 앞을 걸을 때, 그러다 그 몸은 사라진 듯 보이지 않는다. 다시 다른 길로 들어선 그였다. 빨간색의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간다. 그 차는 멈추지 않는다. 그곳 어딘가에서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날 이끄는 건 꿈이리라 그는 아직 착각하고 있었다.

다시 걷는다. 땅이 흔들리며 바다 물결은 더욱 거세진다. 배가 기울자 한 남자가 그곳에서 떨어져 바다에서 허우적댄다.

긴 시간을 떠난다. 춥고 슬프지만, 그건 여행임에 틀림없었다.

파도에 떠밀려온 자, 그들을 만나다.

"여긴 어디입니까?"

그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우스케스"

그의 등 뒤로 몇몇의 사람이 있었고 그중에는 여자도 보였다. 그들 입은 크고 아름다웠으며 입술은 붉었다. 그가 되물을 때.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그러자 그가 대답한다.

"아이누"

히사시는 봤다. 사람들을, 그곳에 머무르던 존재들을. 그는 본다. 그들 눈을, 그 어두워지지 않을 별과 같은 세계를.

누군가 그를 부른다. 타오루는 그 소리를 듣고 멈춰 서 뒤를 봤다. 오타루에서 온 후배 겐지, 저 새끼 저거 아직도..

아니, 참 오랜만이라고, 그 지긋지긋했던 얼굴이 반갑기만 하다며. 그렇게 그는 그 시절을 떠올리는데.


https://youtu.be/nlVA_e6WQhw?si=jsviIGM6kTZxOIxE

keyword
이전 28화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