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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인 May 13. 2024

집 없이 캠핑카에서 살아 볼 결심

2020년 1월


우리는 6개월간의 호주살이를 마치고 우리의 보금자리, 소도시 변두리에 있는 작은 아파트로 돌아왔습니다.

 

호주행 비행기를 타러 인천공항으로 떠나는 날, 나가기 바로 전 여보씨가 주방 화이트보드에 써 놓은 문장 'Welcome Back to Korea!' '한국에 다시 온 걸 환영해!'


친정 엄마에게 부탁했던 캉겐이와 대추를 다시 데리고 왔어요.


우리 없이 한국에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고,

겨울을 보내던

친구들은 생각했을까요?


우리 다시 언제 만나요?

언제 다시 볼 수 있어요?


여름이 한창이던 7월에 헤어진 강이지들과 겨울이 한창이던 1월에 다시 만났습니다. (우리 캉겐이 대추를 돌봐준 엄마! 너무 감사해요, 덕분에 잘 다녀올 수 있었어요, 정말!)


겨울 내내 우리는 안방에 텐트를 쳐놓고 지냈습니다. 방이 딱 텐트만해서 아주 안성맞춤이였어요. 거실에서 안방 베란다로 나가려면 텐트를 통과해서 왔다갔다하곤 했죠.


그 안에서 잠도 자고, 오트밀도 먹고, 책도 읽고, 강아지들도 예뻐해주고, 그러면서 점점 텐트와 캠핑에 더더욱 빠지게 되었달까요?



아파트 계약만료는 4월,

지금은 1월,

우리는 재계약을 하지않고

캠핑카를 준비해서

캠핑카에서 사는 삶을

저질러 보기로 합니다.


호주에서의 로드캠핑이 너무나 즐거웠거든요.


과일과 차를 마시며 해피 캠퍼영상을 보던 어느 날

우리는 한국에 돌아 온 이후에도 틈만 나면 캠핑, 캠퍼, 밴라이프 영상을 자주 찾아보았는데, 캠핑카에서 살아보기로 결심을 하고부터는 밴라이프 영상은 있는대로 클릭하는 해비 컨텐츠 컨슈머가 되어버렸죠.  

자나깨나 밴라이프 영상
자다깨도 밴라이프 영상, "캉겐이 이리와, 같이보자~"
하지만 캉겐이와 대추는 밴라이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우리랑 같이 있고싶을 뿐이죠. 우리가 6개월간 호주에 가 있는 동안 떨어져있었으니 얼마나 그리웠을까요. "이젠 같이 있을꺼야, 캠핑카에서!"


여보씨와 틈만나면 캠핑영상을 찾아보다 서로 추천해주기 바쁜 1월을 보냈습니다. 다른 캠퍼들의 영상을 보면서 우리는 설레임이 자꾸만 뭉게뭉게, 이미 마음은 캠핑카로 이사를 나갔죠.


호주에 다녀오느라 모아둔 돈은 바닥이 나고 있었지만 다시 출퇴근을 하며 돈을 버는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캠핑카를 타고 돌아다니는 삶, 그걸 저지르기 위해서는 정해진 한 장소로 지속적인 출퇴근을 해야하일자리가 가장 큰 걸림돌처럼 보였거든요. 한 곳에서 잠시 단기 일자리나 일용직을 하면서 한국을 돌아다녀도 필요한 생활비는 충분히 벌 수 있을꺼라고 생각했어요. 이 생각으로 인해 앞으로 어떤 고생을 하게될지도 모르면서 말이죠, 후후후


코로나가 처음 창궐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던 그때

2020년 2월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그건 뭔가요?

먹는건가요?


생전 처음 듣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이 사회를 강타했고, 모두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시작했으며, 아무도 공공장소에는 가지않는 그런 조심스런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아

우리 캠핑카에 살며 한국을 돌아다니는 삶을 시작이나 할  있는 걸까요?


이런저런 생각들로 마음은 심난한데 시간은 아주 잘 지나가더군요. 캠핑카 살이 계획은 아무것도 실천된게 없는데 코로나는 더욱더 심각해지고 싱숭생숭한 마음만 가득한채 2월이 지났습니다.


3월의 어느날, 내 일기장에서

2020년 3월 3일 화요일 일기장

When people reach for their dreams, great things happen.

엄청나고 위대한 일은 우리가 꿈을 쫓을 때 일어난다.



3월이 되었고 월세집 계약만료 한달 전, 우리는 부동산에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싱숭생숭하던 마음도, 모두가 공공장소를 기피하던 사회분위기도 여전히 높지만 어쩌겠어요. 부동산에 이야기는 해 놓은 상태고, 우리는 여전히 이렇다 할 만한 일자리를 구하는 삶으로 돌아갈 마음이 없으며, 어떻게든 캠핑카에서 사는 꿈을 위해 조금씩 나아가 볼 작정입니다.


아아 이 집 계약만료까지 약 한달만이 남았으니 이제는 조금씩 말고 무엇이든 척척 진행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캠핑카로 쓸만한 중고차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밴라이프 영상 중에서도 트럭이나 승합차 내부를 캠핑용으로 개조하는 영상을 참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쪽으로 기술이나 경험이 있냐고 물으신다면,


Nope 놉 아니요,

전혀요, 전혀 없습니다.

이렇다할 장비나 그 어떤 것도 없어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고 캠핑카를 장만할 돈도 없고, 새 캠핑카를 살 돈은 더더욱 없습니다.


우리에게 있는 것은 지금 월세집에서 나가면 생기는 보증금 500만원. 그리고 잔고가 줄고 있는 통장 예금 얼마가 있을 뿐이죠. 이 예산에서 가능한 것은 중고 봉고차나 승합차 뿐이 없어보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차량개조를 하는 쪽으로 흘러갔고 우리는 참으로 많은 중고 승합차와 스타렉스, 봉고차를 보고 다녔습니다.

중고 승합차와 스타렉스를 보고 또보고
이리보고, 저리보고, 둘러보고, 다시보고


3월도 이제 중순이 다 되어가는데 우리는 아직도 차량을 보러 다니고 있습니다. 예산이 적은데 마음에 드는 물건이 쉽게 나타날 일이 있나요.


이러다 3월이 다 가버리는건 아닌지

마음이 살짝 불안해지는 것 같아요.


우리 이러다가 차량도 장만하지 못한 채 길거리에 나앉는건 아닌지, 이렇게 시간이 흘러 이도저도 아닌채 부동산 사장님께 집이 나갈 때까지만 있게해달라고 사정사정하는 것은 아닌지, 자꾸 최악의 시나리오로 마음이 급해집니다.


우리의 다음 보금자리가 되어 줄 캠핑카!

아니지 캠핑카가 될 가능성을 가진

500만원 언저리의 저예산에 중고이지만,

보자마자 꽤 괜찮아 마음에 쏙 드


그런 차량이 있긴 한걸까요?

우리는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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