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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일러 문 Mar 28. 2024

고양이 배달 왔습니다.

행복이 배달 되었다냥,

모처럼 여유로운 시절이다. 대타인생 4년 차 악전고투하던 자리에 다행스럽게도 괜찮은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고, 무직자가 된 나도 괜찮은 근무조건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극구 거부해 온 남편의 사업장에 피고용자로 계약서를 쓰게 된 것.


한평생 정도를 걷는 가지런한 사람으로 살려 애 썼지만 내 인생도 지랄 총량의 법칙과 무관할 수 없다. 사십춘기의 시작 불혹에 철밥통을 내박치고 나온 자의 최후다. 아직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퍽 괜찮다는 점이 반전일 것이고.




아침과 저녁이 있는 괜찮은 삶이라니, 한 교시의 러닝타임인 40분 단위로 흐르던 인생이 경계 없이 흘러간다. 아침 해를 보고 저녁 달을 보면서 행복하다고 자주, 오래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내 곁에 대체로 그러하듯 루루가 있다.


집사의 신분은 루루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루루는 그저 전보다 제때제때 식사를 제공받는 것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집사의 마음상태는 루루에게도 전해질 터, 혼자 오도카니 창밖을 바라 시간에 때때로 함께 있어주는 행복한 집사가 있으니 루루도 어떤 안도감을 느끼는 듯싶다.  


그리고 나는 그 곁에서 점점 더 선명하게 깨닫는 듯하다. 고양이와 함께 행복해질 운명을 스스로 선택한 것임을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른한 얼굴로 비를 감상 중인 루루도 나름 행복해 보이니 행.


생각지도 못하게 고양이가 배달되었더랬다. 세상을 등지고 앉아 하염없이 구석만 바라보던 아기 고양이의 애잔한 뒷모습에 한 달여간 마음이 쓰였던 찰나, 시선을 느꼈는지 뒤돌아 애틋하게 바라보던 그 눈빛에 간택을 당했다고만 생각했다.


생명을 거둔다는 것이 얼마나 수고스러운 일인지 두 아이 양육을 통해 매일매일 깨닫고 있는 데다가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버겁던 계절이었다. 그럼에도, 어떤 용기로 결단이 섰던 것인지...  묘연했던 날.




그저 아기 고양이의 간택을 받은 것으로 믿고 시작된 묘연. 절벽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숨을 고르고 있는 내 모습이 루루에게서 보였기에 여지없이 품게 되었지만, 루루가 집사를 품고 구석을 벗어났듯 집사도 루루를 품고서야 그 절벽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은 누군가의 구원을 절히 바랐던 것임에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진 오늘이 으로 생경하면서도 감사하다.


얼마나 더 많은 복의 날들을 맞이하게 될지 낙관하면서, 오래도록 께 하고 다는 순간의 기도를 한다. 고양이를 돌보듯 일상과 마음을 돌보며 건강하고 자주 웃는 삶에 한 걸음 다가가려 , 자꾸 돌아보느라 아가질 못하고 멈춰 서 있기만 하던 사의 오늘 행복과 미래지향적 행복 함께 나눈다. 고양이는 그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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