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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일러 문 Mar 21. 2024

내고양이의 취미생활,

온라인 친구들도 만나고 세상구경도 할 고양

춘삼월에도 가끔 눈이 내리는 강릉에는 새벽녘부터 저녁까지 눈이 내리다 말다 내리다 말다 하고 있다. 루루는 하늘에서 작은 것들이 고요히도 내려앉는구나 창밖을 보며 생각했을 테고, 겨울패딩을 세탁하여 넣어둔 집사는 모처럼 떨었던 부지런을 고요히 후회다.


넣어둔 패딩을 다시 꺼내 입고 집을 나서는데, 루루가 마음이 쓰인다. 삼십 평 남짓 이 공간이 세상의 전부일 루루가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찌할 길이 없다. 고양이들은 영역동물이니 괜찮다는 말이 때때로 위로가 되지만 그렇지 않는 도 있다. 오늘은 후자에 해당하는 이다.




인간들은 매일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콧구멍에 바깥바람을 넣고 회귀하기에 즐거운 나의 집이 평안을 주는 좋은 공간으로 여겨지는 것,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이 공간이 전부일 루루의 마음은 헤아릴 방도가 없다. 꼿꼿이 세운 꼬리와 꾸움뻑 깜빡이는 눈맞춤으로 기분이 괜찮구나 미루어 짐작할 뿐. 그리하여 집사는 묘책을 냈으니, 그것은 바로 방구석 세상구경과 온라인 데이트.


"루루야, 세상구경할까?"


저녁준비하면서 루루의 방구석 세상구경과 온라인 이트 시작된다. 테레비를 켜자, 루루가 다가온다. 매체에 박한 집사는 한때의 설거지 동무였던 것들을 멀리하고 있기에 집안의 테레비는 거실 장식품과 다를 바 없었는데, 이렇게 테레비 쓸모를 찾다니. 집사는 세상 관대하게 루루에게 테레비를 내어 준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영상을 검색하자 여러 영상들이 나온다. 화려한 영상과 신비로운 음악은 루루의 시선과 귀를 끌기에 충분하고도 남아 저녁을 준비하는 집사의 이목까지도 자꾸만 붙잡아 놓는다. 푸른 물을 유영하는 금붕어와 잔잔한 하프 소리는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 주니, 루루는 생선 사냥하는 고양이로 살아본 경험이 없는 지라 그 아름다움에 집사와 함께 매료되는 듯싶다.

 


살짝 무료함이 다가올 즈음, 고양이에게 웹캠을 달아 촬영한 영상물 상한다. 루루도 고양이의 시선에서 촬영된 영상이라 그런지 더 몰입하여 가만히 잘 보고 앉아 있다. 우리가 가상현실 체험을 하는 것처럼 테레비를 통해 세상 구경을 하는 동안 루루도 어느 정도 무료함을 해소가 시키지 않을까 싶은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집사의 생각이다.



테레비 속 세상구경이 한창일 즈음, 이미 해는 지고 루루는 우주선에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퍼져 있다. 그러다 유독 한 채널에서 자세를 고쳐 앉아 영상 속의 고양이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것으로 모자란 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루루의 속사정, 그 이유에 대해 집사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헤어진 자신의 가족이 그리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확인을 하는 신파물로, 또는 테레비 속 고양이에게 한눈에 반해 사이버러브에 빠져 버린 로맨스물로도 상상, 쟨 뭐지? 싸울래? 경계하다 결투를 신청하는 액션물로 상상에 상상을 더하다, 어떤 장르이든지 간에 그 마음이 더 깊어지기 전에 마지막 코스로 옮겨 놓는다.

 


마지막 코스는 요즘 루루가 빠져 있는 영상으로 루루의 사냥본능을 자극하는 자신의 덩치만 한 쥐들이 등장한다. 여기저기 구멍과 통을 오가며 먹이를 먹는 쥐들의 동선을 따라 부지런히 움직이는 루루. 잡힐 것 같은데 잡히지 않고, 자기 쪽으로 올 것 같다가도 구석으로 사라지는 쥐들은 루루에겐 너무 먼 당신. 지나친 영상 시청은 고양이에게 무력감을 학습하게 한다 하여 프로걱정러 집사는 황급히 상영을 종료하고 현실 세계로 루루를 데리고 온다.





실체가 있으나, 딱히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세상과 대상들. 이들과의 짧은 데이트를 마치면 저녁 준비를 마친 집사가 곁에 와있다. 루루와 눈맞춤을 하고, 쓰다듬고, 이마를 부비는 실존의 집사는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는 편을 택한다. 내고양이와 함께 날마다 깊어지고 넓어지는, 이 물리적 공간 너머의 광막한 영역을 양산 중이라고. 시간과 마음을 아우르는 이 너머의 공간은 미지의 공간이지만 분명 있게 마련이라고.  

  

이 마음을 다 알 리 없는 아빠집사는 리모컨을 눌러 자신의 취미로 루루를 인도하는데... 공 굴러가는 동선을 예측하여 요기조기 왔다리 갔다리 하는 루루는 기꺼이 아빠집사의 당구메이트가 되어 있다. 그 모습이 작고 귀여워 웃음이 나는 집사의 행복을 나눈다. 고양이는 그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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