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일러 문 Mar 14. 2024

무한의 사랑과

은혜 갚는 고양이,

3월, 모든 것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새 학기의 시작으로 바쁜 일상의 굴레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고, 퇴사 후 집사의 삶을 꿈꾸던 야망가는 바깥양반네 급퇴사 자리 땜빵으로 주 6일 일하며 악전고투 중. 그 가운데 덩그마니 루루만이 남겨졌다.


온 가족이 고양이 중심으로 모여 길고 긴 겨울방학을 보내며 유난히 따뜻했을 루루의 첫겨울, 따스한 봄이 오고 있는데 루루는 이제야 추운 겨울을 살고 있을까 걱정이다. 문득문득 빈 집에 혼자 있을 루루를 떠올리니 애틋한 마음만 깊어진다. 귀가를 서두르게 된다.


"루루야, 엄마 왔다~."


현관문을 들어서면 이미 마음은 녀석의 품 안에 달려가 있다.

 



"냐~~~~~~~~~앙.(왜 이제 왔냐.)"

"아이구 우리 루루, 엄마 마중 나왔어요? 아유 예쁜 것. 잘 있었어?"


1층에서 집사들의 인기척이 느껴지면, 루루가 계단까지 마중을 나온다. 조금 전까지 잠을 자고 있었는지, 주-욱 기지개를 켜고는 발라당 눕는 루루. 생활 반경이 넓어진 것도, 애교가 많아진 것도 신비로우면서도 애잔하다.  


"냐~~~앙, 꾸륵, 냐~옹.(보고싶었단 말이다.집사야 어서 쓰다듬어라.)"

"잠깐만, 엄마 금방 손 씻고 루루 만져줄게~."


손을 씻고 루루 곁에 앉는다. 지그시 바라보는 루루의 눈에 그리움이 묻어나 있다. 보드라운 털을 천천히 쓰다듬으면, '여기도' 하며 발라당 자세를 바꾸는 루루. 경망스럽지 않게 느긋하게 손길을 느끼는 루루를 보며, 애성이 치받는 삶에 익숙한 것이 집사는 부끄러워진다. 너를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 모를, 아니 분명 우리 둘다를 위하고 있는 이 순간이 참 좋다.


이 정도면 되었다, 싶은 순간 슬며시 자리를 떠나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고양이. 여러모로 집사를 위한다. 팔 아플 지경의 수고를 덜어준다거나, 냥이처럼 살아보자라는 모토를 다시금 각인시켜 주는 측면에서 말이다.



이어 루루의 물그릇과 사료그릇을 살핀다. 깨끗한 물을 챙겨주고 건-습식의 사료를 때때마다 챙겨주는 것은 사랑을 표현하는 나름의 방법. 물그릇에 둥둥 떠다니는 먼지를 볼 때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 수고스럽더라도 청소와 물갈이를 잊지 않는다. 물을 갈아주고 나면 루루가 다가와 할짝할짝 맛있게 물을 마시는데, 나는 그 맛에 살고 그 맛에 간다.

 

그러는 사이 하나 두울, 집사들이 귀가하여 분주한 저녁시간을 맞는다. 집사들의 외투에 다가가 바깥 냄새를 맡으며 세상구경과 집사들의 동선을 살피는 루루는 아예 외투에 자리를 잡아 식빵을 굽기도 한다. 부지런히 저녁을 지어먹고,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우리 가운데 루루가 있다. 함께 하는 시간, 완전체의 기쁨을 만끽하려 우다다 의식을 치른다.   


루루의 삶이 무료하지 않도록 아무리 피곤해도 잊지 않는 일과가 있으니, 것은 바로 사냥놀이. 육아는 장비빨이라는 말은 집사들을 위해서도 준비된 말이었던가. 집사들 부재 시 2시간마다 돌아가는 오토장난감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다 진즉에 사망하셨고, 스테디아이템 고무줄은 집안 곳곳에 널려 있다. 최근에 구입한 지렁이낚싯대는 루루의 최애 장난감이 되어 있으니,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나비 꽃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의 사계를 BGM으로 루루는 지렁이 낚싯대를 물고 오고, 또 물 온다. 밤마다 반복되는 무한의 사냥놀이만큼 사랑도 무한대로 깊어지고 있을 것.





아침에 눈을 뜨 이부자리 옆에 덩그마니 고무줄과 나뭇잎이 놓여 있다. 잠든 집사의 곁에 자신의 장난감을 가져다 둔 루루, 이 고무줄과 마른 나뭇잎에 고양이의 사랑이 스며있다. 고단했을 집사들 단잠을 깨우지 않으려 조용조용 집안을 탐색하며 밤시간을 즐기다 슬며시 가져다 두었을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난다. 잠든 집사들을 보며 루루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오다 주웠다옹, 했으려나.  일어나서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냥...했으려나. 아니면 잘 자고 일어나 성실하고 정직한 노동으로 츄르와 까까, 사료를 대령하라~~옹, 했으려나.


부지런히 바쁘게 사는 집사들 마음의 한켠에 항시 루루가 있다. 이 집에서 바쁘지 않은 존재는 그녀뿐. 냥팔자가 상팔자라더니, 그 명언에 군말 없이 동의하며 오늘도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사랑은 점점 더 무한대로 깊어지고, 아름다운 이 시절도 깊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가묘장의 시절, 무한의 사랑과 은혜 갚는 고양이로 지난한 날들이지만 행복할 것이다. 고양이의 보은에 감동하는 집사의 행복을 나눈다. 고양이는 그저 사랑.

 

고무줄과 마른 나뭇잎, 고양이의 보은


이전 07화 고양이의 온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