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일러 문 Feb 28. 2024

헨젤과 루루텔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기 시작한 고양이,


집사는 불혹의 나이에도 순간순간 동화 속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들곤 다. 오늘은 루루에게 간식을 주다 헨젤과 그레텔을 떠올다. 집에 오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빵조각을 두었던 헨젤과 그레텔 남매처럼 간식큐브를 하나하나 두는 집사와 루루가 있다. 루루는 이 간식 끝에 있을 과자집을 상상하며 따라오고 있는 것일까?






영특한 고양이 루루는 어느 날부턴가 자신의 이름이 '루루'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루루야~" 부르면 등지고 앉아 있다가도 집사를 바라보고, 집구석에 숨어 은밀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다가도 "루루야~" 부르는 소리에 어기적 어기적 걸어 나오곤 다. '불렀냐앙~'


자신이 '루루'라고 불리는 것을 안 고양이는 다음으로 '까까'라는 언어를 습득다. "까까 줄까?"라는 말이 다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루루는 그릉그릉 골골송 시동을 걸면서 동결건조 닭고기 트릿을 보관하는 장소로 우아하게 발걸음을 옮다. 지그시 눈을 맞추며 양 볼을 집사의 손등에 부비는 루루의 애교에 홀려 정량보다 많은 까까를 줄 위기에 직면하곤 하는데. 루루가 그레텔보다 과자집으로 남매를 홀리는 마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 집사는 정신줄을 간신히 붙잡아 이 고비를 넘기고 있다. ( 동결건조 닭고기 트릿은 루루의 최애 간식입니다. 입 짧은 루루씨가 주식을 멀리할까 걱정되어 발톱을 잘 깎는 등 하기 싫은 일을 잘 견뎠을 때, 혹은 사냥 놀이 후 보상 간식으로 하루에 5~6개 정도 트릿을  주고 있습니다. 집사들은 이것을 '까까'라고 부르고 있니다. )


요즘 루루네는 분명 루루가 인간의 언어를 모르지 않고서야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저녁을 준비하는 분주한 시간, 루루가 부엌을 서성입니다. "루루야, 배고파? 냠냠이 줄까?" 물어보면, 어떤 때 루루는 "냐~앙" 또는 "냐옹"이라고 명확한 대답을 한다. 그럴 땐 루루가 배가 많이 고픈가 싶어 가족들 식사를 준비하는 틈에 루루의 습식사료를 적당한 온도로 데워 가져다 주는데.. 허겁지겁 너무도 맛있게 완밥을 하는 루루, 우리의 소통은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침 루틴인 청소를 시작하면서 집사는 "루루야, 시원한 공기 마실까?" 말을 건다. 루루는 귀신같이 환기용 창문으로 달려가 집사가 창문을 열기를 기다리는데, 창문을 활짝 열어주면 루루는 방충망에 다가가 코를 벌름벌름하여 바깥공기의 냄새를 맡고 신선한 공기 즐긴다. 햇빛이 잘 비치는 날엔 햇살샤워도 하고, 원 없이 시원한 공기를 충전하고 나면 곧이어 루루는 자신의 캣타워 우주선에 탑승다. 시원한 공기를 알아듣는 루루, 아무래도 루루가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고 있는 것이 맞다는 확신이 다.


루루와 집사의 교감 훈련. 집사가 "손" 하면 루루는 손을 올리고, "하이파이브" 하면 하이파이브를 다. "코" 하면 검지손가락에 코를 대는 루루는 이제 "기다려"와 "먹어!" 훈련에도 돌입했다. 언어습득능력이 매우 양호다. 봄이 완연할 무렵이면 아마 기다림의 의미를 깨닫고, 참고 기다릴 줄 아는 고양이가 될 것 같아 집사는 뭉클다.


또 루루는 집사들의 대화 속 '까까'라는 단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곤 다. "루루, 오늘 까까 줬어요?"라고 집사들끼리 물으면 편안히 잠을 청하고 있는 것 같다가도 번뜩 눈을 떠서 골골송 시동을 걸 자신의 간식 박스 앞에 대기를 하는 루루. 루루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 맞는 것 같지? 집사들이 루루어를 습득하여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 했던 간절한 마음을 닮아, 루루도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여 집사들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나 다.

 


하나 남았네... 또르르
루루의 애교, 어찌 매료되지 않고 배길 수가




뛰는 루루 위에 나는 집사들이 있다고, 집사들의 언어구사능력도 한층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까까'를 케이케이에이 케이케이에이 (KKA KKA)라고 부르며 나름의 말조심을 하고 있는데, 루루는 언젠가 이 의미도 이해하게 될까? 그때쯤이면 티브이 동물농장에 제보를 해야 할까 싶. :)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기 시작한 루루의, 이 행복한 동화가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집사의 행복을 나다.  동화에는 고양이를 유기하는 집사도 등장하지 않고, 과자집으로 유혹하여 살 찌워 잡아먹으려는 마녀도 등장하지 않다.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찾아 따스함을 느끼는 집사와 고양이의 해피엔딩을 바다. 고양이는 그저 사랑.



+)덧, 엄마의 연재를 응원하는 믿는 도끼님의 루루툰이랍니다.  :)


이전 05화 아픈 만큼 성숙하는 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