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일러 문 Feb 21. 2024

아픈 만큼 성숙하는 것,

아프냥, 나도 아프다.

골골골, 고골고r고rrr릉.


집사와 고양이는 정반대의 이유로 골골대고 있다. 연이어 나누는 석별의 정 밤마다  달리다 보니 집사의 간이 버텨내질 못해 힘들다고 골골골, 간만에 집구석에 붙어 골골 대는 집사 곁에 기분이 좋은 루루도 골골골. 퇴직도 못하고 과로사할 지경이. (퇴직 후엔 뭐다? 과로사 주의.)




  

지난주, 루루에게는 짧은 묘생의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첫 발정기로 본인(猫)도 혼란스럽고 힘들었을 테고, 그리하여 작은 몸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중성화 수술을 감행했. 몸에 칼을 대어 난소와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2kg 남짓 되는 작은 고양이가 잘 버텨줄 수 있을지... 잘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워 두 번이나 수술을 미뤘었는데, 발정기도 그 나름으로 루루가 힘들 듯하여 부지런히 살 찌워 수술하려던 계획을 변경했던 것.


고양이들은 생식기 및 호르몬 질환의 위험이 높은 편이고, 고양이들의 자궁질환, 유선 종양 질병에 중성화가 효과적인 예방법이 될 수 있다 한다. 마음의 준비는 해두고 있었지만 루루에게는 증량이 세상 어려운 일.(이상적인 몸무게 3kg 이상- 첫 발정이 시작되기 전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이미 시작된 발정기는 어쩔 수 없게 되었다.) 안정적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잘 먹고 잘 커주길 바랐으나, 입 짧은 루루씨는 한 달 동안 200g을 간신히 찌워 2.2kg로 수술대에 올다. 낑, 작은 소리를 내며 큰 저항 없이 수술 전 검사를 받고 주사를 맞는 루루를 보니 왜 이리 눈물이 나던지.. 루루엄마는 2시간 후에 데리러 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도 애간장이 타 끝끝내 동물병원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주차된 차에 앉아 있었더랬다.


감사하게 수술은 잘 되었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루루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취가 깨느라 추워 그런 것인지, 수술의 공포에 떨었던 것인지 작은 루루의 떨림이 느껴져 가슴이 아팠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생명체를 지켜내리 묘성애에 모성애가 더해졌고, 아픈데 말도 못 하고 혼자서 아픔을 견뎌내는 작은 생명체가 가엾고 기특하여 극진히 모다.


루루는 밥도 잘 먹고, 약도 잘 먹으며 하루가 다르게 잘 회복하고 있다. 냥소리도 못 내고 아픔을 감내하기 바쁘던 녀석이 다가와 엄마의 물음에 냥! 대답하기도 하고, 축 쳐져 있던 꼬리도 다시 꼿꼿하게 세우고 다다. 부드러운 것만 간신히 삼키던 냥이가 으드득으드득 사료를 맛있게 씹어 잡숩구, 건강한 맛동산과 감자도 부지런히 생산해 다. 그리고 오늘 저녁엔 드디어 기쁨의 우다다다도 시작 :) 이제야 마음이 놓다.   

팬티와 식빵. 냥존심 구겨졌을까요? 이것마저도 너무 귀여운 걸 어떡하냥.
엄마, 내일도 송별회냥 그런거냥




매해 바쁜 2월을 살았다. 아이들의 이름이 담긴 봉투를 받아 들고 새로운 1년의 꾸릴 준비를 하면서. 이 일과 없이 살고 있는 2월이 사실 조금은 울적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마음의 밑바닥에 정체 모를 조바심들이 뭉근하게 가라앉기도 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과 기대, 바쁘지만 설레는 3월과 약속된 1년이라는 시간이 이젠 없을 테니.


그렇지만 아픈 만큼 건강해져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루루를 보니, 마음이 느긋해지는 것도 같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것을 기억하며, 조금 마음이 편치 않은 2월이지만 성숙과 함께 다가올 다를 봄을 기다려볼까 다. 골골골, 고골고r고rrr릉 곁에서 들리는 루루의 골골송이 생각보다 꽤 힐링이 된다는.


고양이를 통해 삶의 진리를 마주하며 인생의 위안을 얻는 집사의 마음을 나다. 고양이는 그저 사랑.



이전 04화 더없이 근사한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