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온도

너의 점잖음이란,

보리차를 데워 한 모금 입에 머금는다. 따스함과 구수함이 입 안에 머무르다 꿀꺽 삼키자, 식도를 타고 내려가 명치에 닿아 생체 전원이 켜진다. 아침의 루틴을 수행하며 오늘의 일정을 살피고, 해야 하는 일들의 순서와 입력값을 넣는 중. 이 하루의 시작엔 언제나 곁을 지키는 작고 귀여운 생명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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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는 언제나 기척 없이 곁에 와 있다.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소리 없이 다가와 어떤 날에는 등을 보이고, 어떤 날엔 무심히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자리를 지킨다. 뜨겁게 반기거나 사랑을 갈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저기만큼 떨어져 멀어지지 않는, 삼 킬로그램 남짓한 고양이의 항상성에 늘 감탄하게 된다.

비열이 낮은 나라는 인간은 인생이 모 아니면 도. 쉽게 끓기도 하고 또 쉽게 식어버리기도 한다. 작은 것에서도 큰 행복을 발견하여 들뜨는 만큼, 반대로 작은 것에서 호들갑을 떨며 좌절하기도 하다 보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기분. 최고점과 최저점을 오가는 극렬한 온도차에 세포들이 급속도로 노화되는 느낌도 기분 탓일까. 이런 내가 마뜩잖아 큰일이다.

반면 비열이 높은 내고양이는 거의 표정의 변화가 없이 뜻밖의 행운이나 시련에도 쉽게 들떠 일을 그르치는 일이 없다. 이를 테면, 골골송에 홀린 집사의 뜻밖의 까까선물이나, 발톱 깎기나 냥빨, 주사 맞기 같은 이벤트에도 차분하게 항상성을 유지한다.  입을 앙 다물고 꼬리를 야무지게 말고,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따땃한 적당한 온도로 적당한 거리를 두는 내고양이. 어찌 이렇게 점잖을 수가...

루루 곁에서는 존중을 받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곤 하는데, 아무래도 고양이들은 많은 존중들로 하여 세상 모든 것들에 조심성이 많아지는가 싶다. 세상에 대한 존중. 생명에 대한 존중. 자신에 대한 존중. 집사에 대한 존중 같은. 나는 나의 공간을 존중하여 선을 넘지 않는, 존중이 많은 점잖은 내고양이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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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내고양이는  여전히 곁을 맴돈다. 우아하고 고고하게 도도도도 걸어 다니는 이 작지만 우월한 생명체를 향한 마음이 비단 사랑만은 아닐 것. 사랑에 부러움을 더한 동경이랄까.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기를 가진 점잖은 고양이를 동경하는 집사의 마음을 전한다. 고양이는 그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