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일러 문 Apr 24. 2024

이제 내가 나서야 할 때인가

집사, 매일의 행복은 있어.

한결같은 루루의 곁에 한결같지 않은 집사가 있다.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는 까닭에 여전히 마음이 널뛰고 있다는 것이 한결같다면 한결같을 수 있겠고, 여전히 마음은 널뛰기를 하며 조증과 울증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어제는 아이들 하교 마중을 갔다가 작년 우리 반 아이를 마주하고 그리움에 살짝 눈가가 촉촉해졌더랬다. 호기롭게 나왔건만. 가끔, 후회하는 듯도 싶다. 같이 걷고 싶은 동료들이 있었고, 매일매일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일상이 있었다. 남편의 직장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회계와 인사, 사무 관련한 이런저런 일들을 도맡아 처리하며 발을 담그고 아온 터라 다사다난했던 시절의 경험치로 멀찍이 서. 아직 그 또한 갈피를 못 잡고 있으니, 고마운 선생님들 곁에스며들지 못하고 이방인처럼 겉돌곤 한다. 무소속의 슬픔이 이런 것일까. 이렇게 지내도 되는 것인지 조급한 마음과 함께, 잘하고 있는 건지, 어찌 살아야 하는지 물음표가 자주 머다 간다.



반면 쫓기는 것 없이 책 속에 푹 빠져 사는 요즘, 행복하다는 생각에도 자주 . 다른 이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멋진 문장 속을 거닐다 보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데... 이런 설렘 얼마만인지, 병은 아니겠지 허허 문장을 곱씹으며 작가님 리스펙, 춘기소녀 감성에도 취해본다.


"글은 잘 써져?"

남편이 물어오는 통에 시작된 간밤의 대 슬쩍 이대로도 괜찮은지 생각해 본다. 

"내가 요즘 책을 읽다 보니, 나 하나쯤은 그냥 열심히 읽는 사람, 열혈독자로 남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다들 너무 잘 써. 너무 멋져서 나는 감히 쓸 용기가 나질 않는 거 있지."



사직을 준비하다 흘렸던, 주 5일만 하게 해 주겠다던 말이 내심 달콤했던 이유로 근황을 물어오는 것인지 아내의 근황이 그저 궁금한 것인지 모르긴 몰라도 도둑 제 발이 저린다.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아. 미안...


딥-하게 읽는 요즘, 생각이 많아진 것인지 길을 잃은 것인지, 도통 무언가 쓰기가 어렵다. 지난한 날들을 정리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남편이지만, 남편에게 편승한 것 같은 이 열패감은 언제쯤 극복이 가능할지 막막하기도 하다. 다 다시 또 나를 갈아 넣으면서 살고 싶진 않아 졌고,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에 기대어 살고 싶지도, 그 마음을 모른 척 살고 싶지도 않은, 나의 마음그나마 확실히 알게 되어 행이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오랜만에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나에게 온갖 심술을 부리는 이 숱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약간 비극적이더라도 사는 내내 이럴 을 알아 괜찮다, 괜찮다 본다. 어떤 시대는 지나고 난 다음에야 똑바로 보이는 듯하다는 어느 작가님의 말처럼, 이 시기는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속 시원히 떤 시기였다고 알게 되지 않을까? 

   


집사, 매일의 행복은 있어.

부지런히 몸과 마음을 돌보고,
좋아하는 것들을 붙들고 살면 돼.
좋아하는 풍경에 더 자주 머물고
가끔은 늘어져서 멍 때리는 시간도 즐겨봐.
다 괜찮을 거야. ;)
집사, 매일의 행복은 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