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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09. 2024
고양이가 웃는다.
그녀가 웃잖아.
언제부턴가 루루의 옆모습을 보다 화들짝 놀라곤 한다.
어머 루루야, 루루 행복해?
아이들을 바라보는 루루의 옆모습에서, 창 밖의 풍경을 감상하는 루루의 옆모습에서, 쓰담쓰담 집사의 애정 어린 손길을 즐기는 루루의 옆모습에서 웃음을 발견하고 있다. 아무래도 루루가 요즘 행복한 모양이라며 자의적인 해석을 하는 집사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행복은 역시 전염력이 강하다.
루루가 창 밖을 바라보며 지루할 틈이 없는, 좋은 계절 봄이다. 홀홀 날아다니는 솜털씨앗들, 생명이 다시금 움터 연두 잎과 꽃이 자라나는 화단의 풍경과 이곳에 자주 놀러 오는 날벌레들, 쉬지 않고 노래하는 산새의 등장이나,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 그 바람에 화초들이 한 번씩 춤을 출 때면 루루는 신이 난다. 아드레날린의 분비로 동공은 확장되고 감출 수 없는 신남이 꼬리에 실린다. 따스한 봄볕과 맑은 하늘, 살랑이는 바람까지 완벽한 오늘의 날씨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루루를 보고 있자니, 집사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이들이 잠들고 루루와 남편, 나, 우리 셋이 거실을 점령하고 있었던 어젯밤. 남편은 쇼파에 누워 누군가 옛날 노래를 리메이크했다며 ‘종로에서’를 듣고 있었고, 나는 곁에 루루를 두고 사진첩의 루루 사진들을 넘겨 보고 있었다. 음악평론가 빙의된 남편은 원곡과 리메이크곡을 여러 차례 번갈아 들으며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다 이 노래 가사가 이렇게나 좋았냐며 발가락으로 리듬을 탄다.
“오빠, 요즘 루루가 웃는다? 이 사진들 좀 봐봐.”
“응? 아닌 거 같은데?”
“아 그래? 기분 탓인가? 내 눈에는 루루가 웃고 있는 거 같은데.”
“원곡이 더 좋다. 내가 곁에 있어도 그립다고 말하던 그대에게 내일은 사랑한다 말해줄 거야.”
지나온 세월을 어쩔 수 없는 옛날 사람인 남편은 원곡에 더 마음이 끌린단다. 옛 추억이 묻어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아내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 남편은 전 여친인 아내가 족히 수십 번은 불렀을 그 애창곡도 귓등으로 흘려들었던 것 같다. 십수 년 전 우리의 단골 노래방에서 어둠과 가사의 힘을 빌려 수백 번은 전했을 사랑고백을 알아듣긴 했던 걸까. 십수 년의 세월 후에 다시 새겨듣는 가사처럼, 또 그만큼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남편은 루루가 웃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려나.
이렇게 저렇게 주특기인 자의적 해석을 남발하는 엄마 집사와 언제나 늦는 것이 주특기인 남편이 오늘 밤도 쇼파를 점령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곁에, 웃고 있는 것인지 그냥 있는 것인지, 그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엄마 집사의 눈에는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루루가 있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 하지 않았는가. 설령 루루가 웃고 있는 것이 아닐지라도, 루루의 옆모습 덕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웃고 있는 엄마집사가 있으니 만복은 찾아오겠지. 그 만복을 다시 루루에게, 소중한 내 사람들에게 나눠 줘야지. 고양이의 옆모습에서 웃음을 발견하는, 행복한 집사의 행복을 나눈다. 고양이는 그저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