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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일러 문 May 01. 2024

밤, 고양이의 아름다움

집사의 밤은 고양이로 하여 아름답다.



밤 시간을 쪼개어하고 싶은 것들을 붙들고 살던 계절이 지나갔다.  시간에도 좋아하는 루루와 함께 하니, 가끔은 톱달을 닮아 날카롭고 낯설게 느껴졌던 고양이의 날 선 눈동자가 이제는 새초롬하 귀엽게만 느껴진다. 가 점점 길어지면서 봄 햇살이 길게 드리워진 오후, 낮의 고양이를 보는 것 시나브로 익숙해지고 있다.



이제 밤 시간은 낮 시간을 위한 충전의 시간이 되었고, 밤 시간에 집착하지 않게 되자 한결 가벼운 밤을 맞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밤 기다려지곤 하니,  이유 중 하나는 더 매력적로 변신하는 팜므파탈 매력 내 고양이에 있다.  아름답지만 밤에 더 아름다운, 밤의 여왕 고양이의 아름다움 사는 한 번씩 취하곤 한다. 맞아! 저 눈빛, 저 몸짓.



동그랗고 까만 루루의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유난히 빛난다. 강력한 밀도와 중력으로 집사의 시선을 빨아들이 이끌림에 루루의 블랙홀 같은 눈을 가만, 들여다본다. 어둠이 촘촘히 내려앉은 은하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작은 우주다. 루루 눈작은 우주를 보며 가보지 못할 지구 밖의 우주를 떠올리니 어쩐지 아련해지기도 한다. 마음 한 켠의 속 시끄러움과 아등바등 살아낸 오늘의 나 또한 우주의 티끌에 지나지 않는, 아주 사소한 것임에 위안이 되는 것도 같다. 또한 루루의 동그란 눈 집사의 마음도 동글동글, 동그랗게 빚어 버리모나고 못난 마음들도 둥글둥글 둥글어진다. 떠안기 괜찮은 마음으로 어진 마음을 떠안고, 루루도 함께 안아올리니 그릉그릉 골골송을 부르다, 팽 하고 떠나 버린다.



밤의 여왕 활동 시작을 알리는 고양이 세수를 한다. 예쁜 애가 성실하게 자기 관리까지 하니, 더 예뻐질 일만 남은 것인가. 손의 관절을 한껏 꺾어 눈 두 번을 야무지게 닦고, 혀로 손을 한 번 닦는 리드미컬한 움직임으로 부지런히 세수를 하고 나면,  말간 얼굴 속에 가뜩이나 예쁜 루루의 아이라인은 더 예쁘고 난리다. 집사의 증발한 눈꼬리와 대비되는 루루의 앙큼한 아이라인은 태생에 예쁜 눈을 갖고 태어나 못한 집사에겐 대단한 부러움이다. 아침마다 공을 들이는 집사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클렌징 티슈 한 장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밋밋한 눈으로 "루루 아이라인, 어디에서 했어?" 답을 알면서도 한 번씩 심심한 농을 던져 본다. 다 고와. 루루의 미모 덕에 새삼 외모지상주의가 왜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없는지, 왜 부지런히 몸과 마음을 가꾸어야 하는지, 불편한 진실도 자주 깨닫는다.



루루는 저녁 10시 하루의 마지막 식사를 한다. 아기 고양이 시절부터의 오랜 습관으로, 오독오독 사료를 맛나게 씹어 먹는 소리가 들려오면, 10시나 싶은데 놀랍도록 정확하다. 즈음 돌돌이를 돌려 이부자리 정비를 마치고, 잘 밤용 패드를 촤라락 펴면 귀신 같이 루루가 달려와 패드 안을 파고든다. 일상용 패드와 잘 밤용 패드의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작은 코를 벌름벌름하 섬유 냄새를 맡 루루. 포근하고 부드러 불 위에서 루루가 행복에 겨운 뒹굴거림을 다 아예 자리를 잡는다. 이불을 빨아 의자들을 멀리 두어 그 위에 널고 나면 꼭 체크인을 하던 우리 애들 어린 시절 떠오르곤 하니, 집사는 막내 루루의 매일밤 체크인이 반갑다. 귀여운 녀석에게 질척여 볼 요량으로 슬쩍 옆자리에 누우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뜨는 그녀, 이게 또 매력이다. 그녀는 밀당의  이 치명적인 매력에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은 집사의 숙명 같다.



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루루, 집 안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는  탄탄한 몸과 고고한 걸음걸 보며 집사의 밤은 깊어간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 작은 생명체를 오래 바라보고 털을 부비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다인냥 사랑에 허덕이는 밤, 집사의 밤은 고양이로 하여 아름는 생각을 한다. 름다운 밤, 집사의 행복을 나눈다. 고양이는 그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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