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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일러 문 Jul 16. 2024

비 오는 날에는 최화정언니를

우중개화

 장마가 지나갔다고 생각하자마자 다시 장마다. 일주일 내내 비가 예보되어 있는 날씨 위젯을 확인하고는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과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에 압도되어 한숨이 새어 나온다. 덩달아 물기를 잔뜩 머금으려다 실내습도조절에 유의하라는 다정한 안내에 음의 물기를 털어낸다. 미세먼지의 수치가 좋아서 공기 질은 최고 그래도 깨끗한 습함이구나!


올해는 우리 집 백합들의 수난시대인가. 현관 옆 화단의 진분홍 백합은 눈부신 개화의 순간에 들이닥친 돌풍으로 힘겹게 솟아 올린 가녀린 꽃대가 댕강 꺾여 유명을 달리하더니 테라스의 흰 백합은 우중개화다. 일 년을 기다린 개화의 순간에 볕 한 번 쨍, 하게 못 받아보고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니.... 우중에 찬란하게 핀 하얀 백합이 애처롭게 아름답다.



나는 날이 어두울수록, 마음이 흐릴수록, 밝은 것에 마음이 끌린다. 고로 사람도 밝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지는 편. 비가 종일 내리는 이런 날에는 화창하게 개인, 맑은 날 같은 최화정 언니가 끌린다. 우중에 핀 하얀 백합에게 마음이 끌리듯 그녀에게 끌리는 마음은 이미 그녀에게 가있다. 우리들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준 최파타(최화정의 파워타임)의 하차로 허전했던 구석을 이젠 그녀의 유튜브 채널로 채울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목소리로만 만나던 그녀의 삶을 동네 언니네 집에 놀러 가는 것처럼 들여다볼 수 있어 즐겁다. 나 또한 그녀와 함께 서울숲으로 피크닉 갈 준비를 하는 마음으로 집안일을 하며 마음의 날씨도 덩달아 맑게 개는 마법을 경험한다.


하늘의 뜻도 알고 귀도 순해 그녀의 생얼이 말갛고 해사한 아기의 얼굴 같아 단 반칙, 세상사 어떤 근심도 상처도 없이 티 없이 맑 반칙 같지만, 어쩔. 밝은 에너지로 무장하여 친근하고 귀엽게 다가오는 이 언니의 매력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후다닥 예쁜 도시락에 맛깔스레 음식 싸서 서울숲으로 피크닉을 가는 그녀는 마스코트인 레드립을 쨍하게 발라 입꼬리를 쫙 올렸겠다, 핏이 잘 드러난 원피스를 입고 허리를 쫙 피고 명랑하게 걷는다. 그런 그녀에게서 흐르는 아우라는 다르다. 피크닉 매트에 앉아 우아하게 와인잔에 수박쥬스를 마시다 들려주는 이야기 또한 일품. 


예전에 어떤 스승에게 서예를 배우던 한 동자승이 얘기했대.
"왜 꼭 벼루물을 달이 빠진 우물에서 길어와야 합니까?"
그랬더니 스승님이 말씀하셨어.
"풍류가 있기 때문이니라."
"풍류가 무엇이옵니까?"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이니라."
나에겐 이게 풍류야~
풍류를 즐기는 마음이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이라잖아~


나에겐 이게 풍류라니!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그녀, 예쁜 그릇에 음식을 담아 가까운 숲에서 피크닉을 즐길 줄 아는 그녀, 맛있으면 0칼로리라고 유쾌하게 웃으며 맛있게 먹는 그녀는 풍류와 삶의 지혜 깨우쳐 주는 몇 안 되는 명랑한 으른이다. 그녀와 동시대를 함께 사는 영광을 누리며 그 명랑함 이면에 있는 그 이상의 것들, 이를테면 건강한 마음이나 삶의 내공 등에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까닭은 아마도 평생을 내적으로 외적으로 내려놓지 않고 부지런히 가꾸어 온 그녀의 성실함에 있을 것이다.


그녀의 명랑함이 꽃 같다. 해마다 찾아오는 개화의 시기처럼 활짝 핀 그녀의 명랑함이 좋다. 생에 한 번뿐인 화양연화가 아닌, 계절이 돌아오고 꽃이 피듯 반복되는 그런 화양연화가 나이를 먹어가는 동안 우리에게도 있을 것을 믿는다. 무려 칠순을 앞둔 명랑한 어른 되고 싶다 그녀를 보며 나이 듦을 낙관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오지 않은 아름다운 노년 시기도 기대할 수 있 감사하다. 에너지를 드려도 모자랄 판에 속수무책으로 무장해제되어 는 것만으로도 전해지는 좋은 기운을 고 있으니, 그녀의 무병장수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수밖에.

 


내년의 개화를 기약하며 땅 속에서 오랜 기다림을 해야 할 백합에게 장마는 혹한 날씨다!라고 생각했던 마음은 이촤정(최화정)식 사고로 풍류를 더한다. 합도 비 오는 날을 좋아할 수 있으니, 이런 날씨도 운치 있구먼~ 뜨거운 뙤약볕을 피해 잘 다 가오~ 합의 마음은 아무도 모를 일이라며 마음을 다스린다. 역시 나나 잘하면 될 일, 자연은 스스로 잘 살아내니 말이다. 난세에 등장한 영웅처럼 이 어려 가운데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최화정 언니와 백합 덕에 오늘 마음의 날씨 맑음이다. 비 오는 날엔 뭐다? 최화정언니!



*사진출처 : 유튜브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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