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나갔다고 생각하자마자 다시 장마다. 일주일 내내 비가 예보되어 있는 날씨 위젯을 확인하고는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과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에 압도되어 한숨이 새어 나온다. 덩달아 물기를 잔뜩 머금으려다실내습도조절에 유의하라는 다정한 안내에 마음의 물기를 털어낸다. 미세먼지의 수치가 좋아서 공기 질은 최고 그래도 깨끗한 습함이로구나!
올해는 우리 집 백합들의 수난시대인가. 현관 옆 화단의 진분홍 백합은 눈부신 개화의 순간에 들이닥친 돌풍으로 힘겹게 솟아 올린 가녀린 꽃대가 댕강 꺾여 유명을 달리하더니 테라스의 흰 백합은 우중개화다. 일 년을 기다린 개화의 순간에 볕 한 번 쨍, 하게 못 받아보고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니.... 우중에 찬란하게 핀 하얀 백합이 애처롭게 아름답다.
나는 날이 어두울수록, 마음이 흐릴수록, 밝은 것에 마음이 끌린다. 고로 사람도 밝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지는 편. 비가 종일 내리는 이런 날에는 화창하게 개인, 맑은 날 같은 최화정 언니가 끌린다. 우중에 핀 하얀 백합에게 마음이 끌리듯 그녀에게 끌리는 마음은 이미 그녀에게 가있다. 우리들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준 최파타(최화정의 파워타임)의 하차로 허전했던 구석을 이젠 그녀의 유튜브 채널로 채울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목소리로만 만나던 그녀의 삶을 동네 언니네 집에 놀러 가는 것처럼 들여다볼 수 있어 즐겁다. 나 또한 그녀와 함께 서울숲으로 피크닉 갈 준비를 하는 마음으로 집안일을 하며 마음의 날씨도 덩달아 맑게 개는 마법을 경험한다.
하늘의 뜻도 알고 귀도 순해진그녀의 생얼이 말갛고 해사한 아기의 얼굴 같아일단 반칙, 세상사 어떤 근심도 상처도 없이 티 없이 맑음 또한 반칙 같지만, 어쩔. 밝은 에너지로 무장하여 친근하고 귀엽게 다가오는 이 언니의 매력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후다닥 예쁜 도시락에 맛깔스레 음식 싸서 서울숲으로 피크닉을 가는 그녀는 마스코트인 레드립을 쨍하게 발라 입꼬리를 쫙 올렸겠다, 핏이 잘 드러난 원피스를 입고 허리를 쫙 피고 명랑하게 걷는다. 그런 그녀에게서 흐르는 아우라는 다르다. 피크닉 매트에 앉아 우아하게 와인잔에 수박쥬스를 마시다 들려주는 이야기 또한 일품.
예전에 어떤 스승에게 서예를 배우던 한 동자승이 얘기했대. "왜 꼭 벼루물을 달이 빠진 우물에서 길어와야 합니까?" 그랬더니 스승님이 말씀하셨어. "풍류가 있기 때문이니라." "풍류가 무엇이옵니까?"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이니라." 나에겐 이게 풍류야~ 풍류를 즐기는 마음이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이라잖아~
나에겐 이게 풍류라니!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그녀, 예쁜 그릇에 음식을 담아 가까운 숲에서 피크닉을 즐길 줄 아는 그녀, 맛있으면 0칼로리라고 유쾌하게 웃으며 맛있게 먹는 그녀는 풍류와 삶의 지혜마저 깨우쳐 주는몇 안 되는 명랑한 으른이다. 그녀와 동시대를 함께 사는 영광을 누리며 그 명랑함 이면에 있는 그 이상의 것들, 이를테면 건강한 마음이나 삶의 내공 등에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까닭은 아마도 평생을 내적으로 외적으로 내려놓지 않고 부지런히 가꾸어 온 그녀의 성실함에 있을 것이다.
그녀의 명랑함이 꽃 같다. 해마다 찾아오는 개화의 시기처럼 활짝 핀 그녀의 명랑함이 좋다. 생에 한 번뿐인 화양연화가 아닌, 계절이 돌아오고 꽃이 피듯 반복되는 그런 화양연화가 나이를 먹어가는 동안 우리에게도 있을 것을 믿는다. 무려 칠순을 앞둔 명랑한 어른이 되고싶다는그녀를 보며 나이 듦을 낙관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아름다운 노년의 시기도기대할 수 있어 감사하다. 에너지를 드려도 모자랄 판에 속수무책으로 무장해제되어 보는 것만으로도 전해지는 좋은 기운을 받고 있으니, 그녀의 무병장수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수밖에.
내년의 개화를 기약하며 땅 속에서 오랜 기다림을 해야 할 백합에게 장마는가혹한 날씨다!라고생각했던 마음은 이내 촤정(최화정)식 사고로 풍류를 더한다. 백합도 비 오는 날을 좋아할 수 있으니, 이런 날씨도 운치 있구먼~뜨거운 뙤약볕을 피해 잘 놀다 가오~백합의 마음은 아무도 모를 일이라며 마음을 다스린다. 역시 나나 잘하면 될 일, 자연은 스스로 잘 살아내니말이다.난세에 등장한 영웅처럼 이 어려움가운데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최화정 언니와 백합덕에 오늘 마음의 날씨도 맑음이다. 비 오는 날엔 뭐다? 최화정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