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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카 Mar 25. 2022

이 작품을 '무지개'라 부르기로 했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

출처 : tvN 공식홈페이지

요즘은 자극적인 소재의 콘텐츠들이 성공하는 것 같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넷플릭스에서 연이어 흥행한 국내 콘텐츠 <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이 있다. 이런 빨간 맛 콘텐츠들과 비교해 보면,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하늘 같은 드라마이다. 딱히 자극적인 내용은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 꿈을 좇고, 서로를 끌어 주며 사랑하는 청춘들만이 있을 뿐이다.


일기장으로 엿보는 청춘들의 이야기

청춘, '만물(萬物)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젊은 나이 혹은 시절을 일컫는 단어. 무엇을 해도 아름답기만 하고, 얼마든지 넘어져도 씩씩하게 일어날 수 있는 시기. 이 드라마는 감정을 숨기는 방법 따위 모른 채 온몸으로 꿈과 사랑에 부딪쳐 오는 희도와, 재난 같은 상황 속에서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이진을 비롯한 다섯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드라마는 희도의 딸 민채가 엄마의 일기장을 통해 희도가 제 또래였을 적의 사건과 감정을 엿보는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된다.


출처 : tvN 공식홈페이지

시대라는 이름의 악당

<스물다섯 스물하나> 1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를 꼽자면, 단연 "시대가 내 꿈을 빼앗았다"일 것이다. 이 드라마에 주인공을 방해하는 못된 인물 혹은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작품의 빌런이자 인물들이 겪는 고난과 역경의 원인은 다른 무엇도 아닌 '시대'이다.

1998년 IMF는 희도에게서 꿈을, 이진에게서 꿈은 물론 돈과 가족까지 송두리째 빼앗았다. 폭력의 형태로 권위를 남용하는 그 시대의 교사들과 시스템은 지웅과 승완을 비롯한 청춘들을 억압했다. 이른 나이에 예기치 않게 맞이한 혹독한 계절, 그 속에서 이들은 꿈을 꾸고, 부당함에 맞서고, 실패에 좌절하며, 결국 나아간다. 암흑 속의 빛이 더 밝게 보이듯이, 혼란한 시대에서 아픔을 이겨내고 한 걸음씩 성장하기에 그들은 밝게 빛난다.


'빨간 맛' 아닌 '무지개 맛'

시대가 주는 고난과 기회의 물살을 헤치며 주저 없이 꿈과 사랑에 다가서는 희도의 모습은 질투가 날 정도로 사랑스럽다. 그의 말과 행동에서 보이는 많은 조각들 중 십 대의 내가 가졌던 것과 가지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할 때면 향수와 동경이 마구 샘솟는다. 극의 9화에서 희도는 친구도 연인도 아닌 자신과 이진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아직 세상에 없다고 말하며, 그들 관계를 '무지개'라고 정의한다. 청춘 성장물이라 하기엔 어딘가 애틋하고, 로맨스라 부르기엔 너무나 푸르게 빛나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로 하여금 질투와 사랑이라는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이 작품을 무지개라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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