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들

누가와 함께 걷는 기다림 (8)

by 교회사이

기다리며 읽는 누가복음서, 대림절 두 번째 일요일


“어느 날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배에 오르셔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호수 저쪽으로 건너가자.’ 그들이 출발하여 배를 저어 가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는 잠이 드셨다. 그런데 사나운 바람이 호수로 내리 불어서, 배에 물이 차고, 그들은 위태롭게 되었다. 그래서 제자들이 다가가서 예수를 깨우고서 말하였다. ‘선생님,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되었습니다.’ 예수께서 깨어나서, 바람과 성난 물결을 꾸짖으시니, 바람과 물결이 곧 그치고 잔잔해졌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의 믿음이 어디에 있느냐?’ 그들은 두려워하였고, 놀라서 서로 말하였다. ‘이분이 도대체 누구시기에 바람과 물을 호령하시니, 바람과 물조차도 그에게 복종하는가?’” (누가복음서 8:22-25)



어둔 하늘 1.JPG photo by noneunshinboo


낮에 연거푸 마신 커피 탓에 잠이 오지 않으면 내친김에 읽다 만 책을 보면 됩니다. 그러다 졸리면 그때 자면 됩니다. 내일 하루가 피곤하면 내일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면 됩니다. 사실 커피 탓에 사는 것이 피곤하진 않습니다. 잠 못 드는 이유가 커피이면 그건 꽤 괜찮습니다. 하지만 커피 탓 할 수 없는 불면의 밤이 몇 날이고 이어지면 그건 정말 고역이고 고통입니다.


제자들이 배를 젓고 있습니다. 그리 먼 거리도 아닙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그새 잠이 드셨습니다. 그리고 사나운 바람이 내리 불어오고, 파도가 더욱 거칠어져 높아가고, 배에 물이 차오릅니다. 이러다 꼭 죽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죽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일어나십시오.”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나 옆에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누구를 보면 그냥 얄미운 것이 아니라 정말 밉습니다. 세상 짐 나 혼자 지고 간다는 생각에 억울합니다. 참다 못해 ‘툭’ 실수치곤 분명 세다 싶게 발로 걷어찹니다.


“지금 잠이 와, 죽게 생겼는데?”


그러나 차마 그러진 못합니다. 그게 내 불면의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는 것을 나도 알고, 지금 자고 있는 그 누구도 압니다.


어둔 달 1.JPG photo by noneunshinboo


“너희의 믿음이 어디에 있느냐?”


믿음이 있는 곳에 내가 있습니다. 사나운 바람, 거친 파도, 짜디짠 바닷물로 내가 탄 배는 위태로워 보이고, 걱정, 근심, 불안이 내 턱 밑까지 차오를 듯 싶고, 이러다 ‘죽겠다’, 이러다 ‘살겠다’가 아닌 이러다 꼭 ‘죽겠다’, 거기에 나의 믿음이 꼼짝을 않고 있다면, 정말 그럴지도 모릅니다.


지금 엄한 곳에 가 있는 나의 믿음이 내 안에, 내가 탄 배 안에 계신 주님을 내가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나의 믿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나는 지금 누구를 믿는 것일까요? 지금 나는 누구를 믿는다고 나는 믿는 것일까요? 무엇을 나는 믿는 것일까요? 어떤 일이 나에게 일어날 것이라고 나는 믿는 것일까요?


“예수께서 깨어나서, 바람과 성난 물결을 꾸짖으시니, 바람과 물결이 곧 그치고 잔잔해졌다.”


내게 불어오는 바람과 달려드는 파도와 차오르는 물에 내가 깨어 있는 것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배의 주인이신 예수께 먼저 내가 깨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의 믿음은 거기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대림절, 주님께 깨어 주님을 기다립니다.


“주님, 나를 돌보아 주시고,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나는 외롭고 괴롭습니다. 내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시고, 나를 이 아픔에서 건져 주십시오. 내 괴로움과 근심을 살펴 주십시오. 완전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지켜 주십시오. 주님, 나는 주님만 기다립니다. 아멘.” (시편 25:16-18ㄱ,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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