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기 말고,
서로 세우기 그래서 같이 서기

노는(遊)신부의 사순절 ‘함께 걷는 어둠’

by 교회사이


사순절 두 번째 주간 목요일, 걸으며 읽는 마가복음서 (14)


“그리고 예수께서는 마을들을 두루 돌아다니시며 가르치셨다. 그리고 열두 제자들 가까이 부르셔서, 그들을 둘씩 둘씩 보내시며*, 그들에게 악한 귀신을 억누르는 권능을 주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명하시기를, 길을 떠날 때에는, 지팡이 하나 밖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말고, 빵이나 자루도 지니지 말고, 전대도 동전도 넣어 가지 말고, 다만 신발은 신되, 옷은 두 벌 가지지 말라고 하셨다. 또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디서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그 곳을 떠날 때까지 거기에 머물러 있어라. 어느 곳에서든지, 너희를 영접하지 않거나, 너희의 말을 듣지 않거든, 그 곳을 떠날 때에 너희 발에 묻은 먼지를 떨어서, 그들을 고발할 증거물로 삼아라.’ 그들은 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그들은 많은 귀신을 쫓아내며, 수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발라서 병을 고쳐 주었다.” (마가복음서 6:6-13)


홀로 서기 말고 1.jpg photo by noneunshinboo


“예수께서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또한 사도*라고 이름하셨다. 이것은, 예수께서 그들을 자기와 함께 있게 하시고, 또 그들을 내보내어서* 말씀을 전파하게 하시며, 귀신을 쫓아내는 권능을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마가복음서 3:14)


사도(apostle)*는 나아가 스승을 따르는 제자(disciple)**는 스승과 함께 있어 그 가르치시는 말씀을 듣고 또 그 하시는 일들을 보고 배우고, 때가 되면 그 스승에 의해 세상 밖으로 보내진*, 그래서 그 스승에게서 듣고 보고 배운 것들을 전하고, 그 스승께서 하신 일들을 그대로 하는 사람입니다. 나의 마음대로 내 멋대로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스승의 대리인이며 심부름꾼입니다.


스승의 권한과 권능과 권위를 위임받아 그 스승을 대신하여, 여기에서 저기로 보내져 나를 보내신 그 스승의 메시지를 전하고 그 스승의 일을 대신 하는 사람, 비록 그 스승이 곁에 지금 있지 않아도 그의 안에는 그 스승이 항상 함께 있어, 전하는 그 모든 메시지와 하는 그 모든 일들 그 안에 그 스승의 숨결이 담겨 있습니다. 사도는 그리고 제자는 철저하게 스승에게 의지하고 의존합니다.

그래서 사도는, 그리고 제자는, 그리고 교회는 홀로 서는 사람, 홀로 서는 공동체가 아닙니다.




스승은 제자를 둘씩 둘씩 보내십니다. 최소 단위의 공동체입니다. 그 스승의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가장 작은 공동체입니다. 그 가는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스승은 너무도 잘 아십니다. 이미 그 스승이 그 길을 걸으셨기에 너무도 잘 아십니다. 거기에는 낙심도 실망도 절망도 실수도 잘못도 아픔도 외로움도 오해도 핍박도 고통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길동무로 서로를 의지하라고, 서로에게 희망이 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서로를 돕고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의 실수와 잘못도 얘기해주고 잡아주고, 말벗이 되고 길벗이 되고 사랑벗이 되어 가라고, 제자를 너무 잘 아는 스승은 철없는 제자들을 둘씩 둘씩 보내십니다.

그래서 사도는, 그리고 제자는, 그리고 교회는 홀로 가는 사람, 홀로 가는 공동체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을 세상으로 보내면서 스승은 ‘가난하게 가라’ 하십니다. 사랑하는 자녀들을 사회로 세상으로 보내면서 ‘가난하게 가라’하고 말하는 부모는 없을 텐데, 왠일인지 지금 스승은 제자들에게 ‘가난해라’ 하십니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너희의 스승인 내가 너희와 같이 가고 있으니, 나의 권능과 권위가 그리고 나의 영이 항상 너희 안에 있으니, 그것을 믿고 가라고 하십니다. 한눈 팔지 말고, 다른 것에 마음 두지 말고, 바리바리 짐싸서 이고 지고 들고 끌고 가려고 하지 말고, 애당초 그런 꿈도 꾸지 말고 가라고 하십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내려 주시고, . . . (마태복음서 6:11)’ 그 기도면 충분하니, 다른 것에 그 귀하고 고운 마음을 뺏기지 말고 가라고 하십니다.


내가 보낸 길 그리고 네가 가는 그 길을 줄곧 가라고, 너희가 나에게 듣고 보고 배운 것들을 나를 대신하여 전하고 살아내라고, 그 가난하게 가는 길이 곧 네가 부유해지는 길이라고, 또한 너희로 인해 세상이 그리고 사람들이 부유해지는 길이라고, 그대신 내가 너를 챙길 것이니 믿고 가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들이 너를 또한 챙길 것이니 그것을 믿고 가라고 하십니다. 모든 도움의 끝이고 시작인 너희의 스승인 나를 의지하고, 같이 가는 서로를 의지하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이웃들이 주는 환대를 의지하고, 가난하게 가라고, 가난해지라고 하십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로 충분치 않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로는 부족하다, 가난해지는 교회, 그래서 가난한 교회가 되라 하십니다.

그래서 사도는, 그리고 제자는, 그리고 교회는 홀로 넉넉한 사람, 홀로 넉넉한 공동체가 아닙니다.


홀로 서기 말고 2.jpg photo by noneunshinboo


사도는, 그리고 제자는, 그리고 교회는 ‘홀로’가 아닌 ‘서로’ 그리고 ‘같이’입니다.


신앙의 길,

서로를 의지하며 같이 가는 길,

동행자로 함께,

무겁지 않은 배낭 하나 맨 여행자로 순례자로 가난하게 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사순절입니다.



* 한국어로 ‘사도 (使徒)’, 영어로 ‘apostle’에 해당하는 그리스 단어 ‘ἀπόστολος (apostolos)’는 ‘보내진 사람(one who is sent out, delegate, envoy, messenger)’이란 뜻을 갖습니다. 그 동사형 ‘ἀποστέλλω (apostello)’는 ‘보내다(send, send away or out)’란 뜻을 갖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세상으로 그리고 사람들 가운데로 보내진 사람들입니다.

** “나를 따라오려고 하는 사람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 (마가복음서 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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