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놀라며 걷는 길

노는(遊)신부의 사순절 ‘함께 걷는 어둠’

by 교회사이


사순절 두 번째 주간 수요일, 걸으며 읽는 마가복음서 (13)


“예수께서 거기를 떠나서 고향에 가시니, 제자들도 따라갔다. 안식일이 되어서, 예수께서 회당에서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많은 사람이 듣고, 놀라서 말하였다. ‘이 사람이 어디에서 이런 모든 것을 얻었을까? 이 사람에게 있는 지혜는 어떤 것일까? 그가 어떻게 그 손으로 이런 기적들을 일으킬까? 이 사람은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닌가? 그는 야고보와 요셉과 유다와 시몬의 형이 아닌가? 또 그의 누이들은 모두 우리와 같이 여기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그들은 예수를 달갑지 않게* 여겼다. 그래서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언자는 자기 고향과 자기 친척과 자기 집 밖에서는, 존경을 받지 않는 법이 없다.’ 예수께서는 다만 몇몇 병자에게 손을 얹어서 고쳐 주신 것 밖에는, 거기서는 아무 기적도 행하실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믿지 않는 것에 놀라셨다.”


서로 놀라며 걷는 길 1.JPG photo by noneunshinboo


고향 사람들이 놀랍니다. 예수님의 그 가르치시는 것을 듣고 놀랍니다. 그 지혜와 보여주신 기적들에 놀랍니다. 우리가 잘 아는 마리아의 아들 목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그이 손으로 한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습니다. 그 믿지 못할 말들과 그 믿지 못할 기적들, 그래서 더 믿지 못하는 고향 사람들입니다.


“그가 어떻게 그 손으로 이런 기적들을 일으킬까?”


고향 사람들은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그 광경에 놀라고, 예수님은 보고도 믿지 못하는 저들에 놀라십니다. 나무나 깎고 돌이나 다듬던 그 투박한 손이 한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믿지 않을 것입니다. 나무에 못질이나 하고 돌이나 만지던 그 손이 머지않아 정말 못이 박혀 그 깎던 나무에 달릴 것이라는 사실을, 또 머지않아 그 다듬던 돌로 막은 무덤에 그 손, 그 몸이 묻힐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또 그 머지않아 그 못으로 구멍이 난 손, 그 창에 찔린 몸이 그 돌무덤을 뚫고 저들을 향해 손짓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마리아의 아들 목수로만 알았던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그때에는 저들이 그 손을 잡아야 하는데, 그 손 잡고 놓지 말아야 하는데, 그 손 뿌리치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처럼 놀라기만 해서는 안되는데, 놀라 쫓아내지도 도망치지도 말아야 하는데 . . . 그때는 정말 믿어야 하는데 . . .


서로 놀라며 걷는 길 2.JPG photo by noneunshinboo


검은 모자 그 안에 넣은 토끼가 사라지고, 흰 손수건에서 별안간 비둘기가 나타나고, 사람들은 놀랍니다. 정말은 세상에 토끼 한 마리 빼지 않았고, 비둘기 한 마리 더 보태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놀랍니다. 그 눈으로 본 것에 놀랍니다. 내 눈 앞에 있다 없어지고, 없다 있어지는 그 광경에 놀랍니다. 잠깐 그 본 것을 믿습니다. 길게 믿는 사람들도, 그리고 사라진 토끼가 불쌍하다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처럼 아주 믿는 사람들도 간혹 있습니다. 길게든 짧게든 그 본 것을 믿지 않으면 놀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의 기적을 일으킨 마술사의 재주에 놀라는 것이지, 그 마술사가 세상에서 토끼를 정말로 사라지게 만들고, 비둘기를 진짜로 생기게 말들었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게 믿는다면 거길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마술사 곁에서 꼼짝을 않고 있을 것입니다.




목수인 마리아의 아들 예수께서 했다는 놀라운 말들과 기적들에 사람들은 놀랍니다. 그 눈에 보인 기적,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눈을 뜨고, 걷고, 말하고, 심지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고 놀랍니다. 그것이 정말 믿을 수 없는 그러나 내가 내 눈으로 보는 틀림없는 사실이어서 놀랍니다. 잠깐이지만 그것을 믿습니다. 아주 잠깐이나마 그 본 것을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 누구는 길게 믿습니다. 분명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고, 그게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눈물로 경탄으로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 믿지 못할 말과 그 믿지 못할 기적에 모두 놀랍니다. 누구는 짧게, 또 누구는 길게 믿습니다. 그러나 정말로는 믿지 못합니다.

나의 눈으로 보는 것을 마음으로 보지 못하고 그래서 믿지 못합니다. 그 너머를 보지 못하고 믿지 못합니다. 믿지 못하니 그 너머를 보지 못합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그분이 진리라는 것을 믿었다면 보았다면 알았다면, 그들은 거길 그렇게 떠나진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쫓아보내지도 떠나보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라 나섰을 것입니다.


믿음이 기적입니다. 믿음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입니다. 내가 믿는다는 것, 그것이 무엇보다 놀라운 일이고 기적이고, 하나님의 은혜이고 주신 복이고 선물입니다.


나는 그 예수님이 정말 나에게 오신 것에 놀라고, 예수님은 이렇다 저렇다 토를 달지 않고 당신 따라 나선 나의 그 제법하는 믿음에 놀라시고, ‘의심은 나의 힘’** 이라는 듯 ‘가면서 저 계속 토를 달아도 되죠?’ 하며 당신의 길을 따라 나선 나의 그 비록 지금은 어리지만 앞으로 자라날 그 믿음에 또한 즐겁게 놀라시고, 그렇게 서로의 좋은 놀람으로 예수님과 내가 동행하는 사순절입니다.



* ‘성을 냈다’ 혹은 ‘꺼려 하였다’ 혹은 ‘예수에게 걸려 넘어졌다’ 혹은 ‘거부하였다’로 읽을 수 있습니다.

** 기형도 시인의 시, <질투는 나의 힘>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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