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샐리 Oct 17. 2024

이유없이 선물을 주는 사람이 싫다

모든 것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자칭) 무난무난하고 무던한 성격의 소유자인 내가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발작버튼이 하나 있다.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닌데 선물을 주는, 그것도 별 의미없이 가끔 주는 사람들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어 화가 난다.


쓸데없는 선물을 주는 버릇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의 취향을 고려한 것도 아니고, 필요해보여서와 상관없이 그저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주는 사람들이다. 절대 고가는 아니고 브랜드 물건은 더더욱 아니다. 작은 과자이거나 청소 용품, 컵 등 있으면 언젠가 쓸 수도 있지만 굳이??? 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들이다. 

비싼 물건이 아니라서 그런거 아냐?


오 노우... 비싼 물건은 거절하기 쉽다. 누가봐도 명백히 이유가 없으면 주기도 받기도 어려우니까. 그런데 저런 아기자기(?)한 것들은 거절하기도 애매하다. 과거 거절해 본적이 있는데 호의를 무시한다고 비난받은 적이 있다. 내 생각에 이들은 '내 취향에 감동하렴' 이라고 강요하기 위해 선물하는 것이 분명하다.




작은 선물이라도 쌓이고 쌓이면 부담스럽다. 뭔가 갚아야 할 것 같다. 이 때도 화(짜증)가 밀려온다. 내가 원해서 받은 것도 아니고, 전혀 쓰지도 않고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애물단지들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답례해야 하다니. 나도 똑같이 쓸데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줘야하나? 여기서 내 화의 이유가 하나 더 나온다.

난 취향이 없단말야!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고 그 안에서 열심히 챗바퀴를 굴리며 살아가는 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챙기는 것도 제대로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내 감정을 소모하게 하는 일련의 행동들은 나의 깊은 고민, 취향의 부재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만들고 전전긍긍한 상태로 몰아 넣는다.




엄마는 말했다. 누군가 나를 생각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좋은 것이 있을 때 나를 떠올렸다는게 얼마나 따뜻한 일인지. 똑같이는 아니더라도 너도 가끔 작고 의미있는 선물로 보답을 해야한다고.

그게 싫다는겁니다


인간관계란 무엇인가. 서로 교감하고 공감하면서 '관계'가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상적이긴 하지만 이 바운더리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관계로 엮일 수 없다. 어떤 조직에 함께 속한다고 해도 그건 그 공동체에 속한 것일뿐 내 사람, 내 인맥은 아니라는 거다.


아무에게나 호의를 배풀기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손끝 한번 스쳐주는게 더 감동적이다. 


알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내가 원하는 행동양식만 주변에 두고 살 수는 없다. 내 바운더리에 있지 않은 사람들도 물리적이든 관계적이든 내 근처에 있을 수 있고, 그들도 자신이 원하는 행동양식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다. 그들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겠지 "내 호의에 똑같이 반응해 주지 않는 사람이 싫어" 라고.


갖은 고민을 해봐도 바꿀 수 있는 건 나 스스로다. 남을 바꿀 수 없다. 누군가를 바꾸기 위한 조언에는 얼마나 많은 애정이 들어가기 때문...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살아남아야 한다. 

하나. 나는 내가 허용할 수 있는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이외의 관계에는 마음 쓰지 않고싶다.

둘. (내가 위와 같이 원하는 만큼) 어느 누군가는 나와 반대로 자기가 신경쓰고 있음을 온 세상에 조금씩조금씩 나누면서 뿌리는게 삶의 낙일 수 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너무나도 다양하다.)

셋. 나는 참을 수 없다. 대신 상대편은 나 말고도 자신의 케어와 관심을 나눠줄 수 있는 이들이 여럿 있다. 그렇다면 나는 명확하게 거부해야 한다. (이 때 고민했던 사람들의 비난, 비난은 한 순간이다. 호의 쓰레기통으로 평생 살면서 썩어나가고 싶지 않다.)



작가의 이전글 취향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