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동 이야기(14. 천둥과 벼락 이야기)

14. 천둥과 벼락 이야기-

by 홍반장

주물공장의 하루는 새벽부터 용광로에 불붙이기로 시작한다.

용광로는 시커먼 도가니를 중심으로 주변에 여유 공간을 주고,

둥그렇게 첨성대처럼 벽돌이 쌓여 있다.

아래에는 두꺼운 철근을 격자 모양으로 만든 후 도가니 밑을 받친다.

도가니 주변에 석탄을 채워 넣고, 철근망 밑에는 공간을 두고,

후왕(공기를 불어넣는 장치)이 자리한다.

일하는 형들은 쌀쌀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도가니를 큰 쇠 집게로 들어 용광로 정중앙에 자리 잡고,

부삽으로 석탄 넣고, 아래에 후왕을 돌려 불을 피운다.

도가니 주변이 빨간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해 가면 도가니 안에 쇠붙이 등을 넣어 녹인다.

그 쇠붙이들이 녹으면 긴 쇠막대에 머그컵이 붙은 것처럼 생긴 것으로 떠다가

미리 주물모래로 만들어 놓은 틀에 부어 원하는 모양을 만든다.



새벽일을 마친 형들은 아침부터 양념된 돼지고기로 고봉밥을 해치운다.

하나같이 다들 근육질이다.

근육 자랑인지 더워서인지 한겨울에도 러닝만 입기 일쑤다.

겨울이 다가오니 여름보다는 나은가 보다.



분주한 오전 시간이 지나고,

엄마는 형들이 좋아하는 진한 고기 볶는 냄새로 식사시간을 알린다.



기세네 집에 자주 오는 분 중에 옆집 전도사 아주머니는 아버지가 항상 살갑게 대하신다.

책 파는 아저씨, 옆집 아저씨들과 드시는 막걸리하고는 다르게

보기 힘든 병맥주를 사가지고 오시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추운 날씨인데도 용광로 옆이어서 그런지

러닝만 입고 있는 아버지와 형들이 점심 반주로 유리잔에 마시는 맥주는 카아 소리를 연발하게 하는 시원한 맛인가 보다.

옆자리에 걸 터 앉아 있는 아주머니는 잔뜩 들고 오신 맥주병 뚜껑을 따고,

연신 잔에 거품이 넘치게 따라 주신다.


밝은 표정의 아버지와 아주머니는 웃으시면서,

무슨 약속을 하시는 듯 새끼손가락까지 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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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양복을 꺼내 입으시는 아버지는

한쪽 손에 검은색 가죽으로 덮인 성경 책을 든 미소 띤 전도사 아주머니가 문밖에서 서 계신 걸 보고 인사를 나누신다.

멀리 아카시아 길을 따라 두 분이 걸으시며,

자꾸 뭘 물으시는 듯한 아버지와 아주머니는 다정해 보인다.



한 시간도 안돼 허겁지겁 들어오시는 아버지 뒤를 아주머니도 들어오신다.

나중에 엄마와 형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릎 꿇고(그 시절엔 의자 없는 마루로만 되어있는 교회가 많았음),

목사님의 성경 말씀을 열심히 듣고,

눈을 감고 기도를 하던 중 아버지에게 천둥과 벼락이 치길래 마루바닥인 교회를 뛰쳐 도망 나오셨다는 내용이다.




진짜 하늘 위에는 하나님이 계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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