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절 이야기-
유일하게 주물공장 집 기세네에만 전화가 있다.
그런데 공장으로 전화 오는 거보다 옆집으로 오는 전화가 더 많다.
기세는 건넌방에 사는 택시운전사 집 아주머니에게 뛰어간다.
“전화 왔어요 아주머니!”
매번 느끼는 거지만 아주머니 방에는 향기가 난다.
여름 한철 저녁시간에 피우는 모기향하고 다른, 방 끝에 모셔진 재단 위에서 나는 향이다.
아주머니는 허겁지겁 기세 따라 슬리퍼를 벗고 기세네 방으로 들어오신다.
엄마에게 간단한 눈인사와 기세 손에 단팥빵을 하나 쥐어주시고는,
내려져 있는 수화기를 혹시나 끊길까 봐 재빨리 잡아드신다.
전화벨이 울리면 기세와 동생들은 방마다 뛰어다니는 일이 귀찮아서 서로 미루기 일쑤다.
하지만 택시운전사 집 아주머니에게 전화 오면 기세가 먼저 방을 나선다.
보통 통화가 끝나시면,
엄마랑 통화 내용과 밥반찬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시다 점심도 드시고,
소일하다가 가신다.
아주머니가
“여름방학 때 기세는 뭐 하니?”라고 물으신다.
같이 절에 놀러 가자고 하시는 것이다.
기세는 방학이 되면 교회 가랴, 절에 가랴 바쁘다.
절에서도 교회에서 하는 여름성경학교 같은걸 하는 걸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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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방에서 나는 향기가 그득한 절 법당에는 여러 아이들이 모여 있다.
양반다리 한 아이,
다리 펴고 등 뒤로 두 손을 받치고 앉은 아이,
서서 불상을 신기한 듯 만지는 아이,
투닥투닥 다투는 아이 등등.
학교에 계신 무서운 선생님이 안 계셔서
그런지 시끌벅적한게 한마디로 돗대기 시장이다.
법당 추녀에 매달린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가
하나도 안 들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머리카락이 많은 스님 같지 않은 이상한 분이 부처님을 등지고 앞에 서신다.
크지 않지만 엄한 목소리로 절에서의 규칙, 행동, 마음가짐에 대해 설명해 주시자
이내 조용해진다.
이어서 부처님에게 절하는 법을 구분 동작으로 알려주신다.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손 모양이나 자세를 하나하나 일러 주신다.
모두들
무릎 꿇는 것부터,
손을 내리고 돌리는 모양도 각양각색이고,
주위를 둘러보며 흉내 내기 바쁘다.
기세는 한쪽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앉아 배운 대로 절을 따라 한다.
어려서부터 습관처럼 부모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생활을 많이 해본 터라 그리 어렵지 않다.
다른 아이들은 무릎 꿇는 것부터 어려운가 보다.
그리고 몇 번을 해봐도 손 모양이 이상한지 좌우로 고개를 들어 손을 살핀다.
그분은 아이들이 잘 못해서 그런 건지,
떠들어서 벌을 주시는 건지 아이들에게 여러 번 반복을 시키신다.
아이들이 모두 마당으로 나간 이후에도
아주머니는 계속 절을 하시는데 백 번도 넘는 듯하다.
떠들지도 않은 아주머니가 기세는 왜 이리 안되어 보였는지 모른다.
‘따르릉 따르릉’
항상 택시운전사집 아주머니네 전화가 오면 기세는 열심히 건넌방으로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