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조개탄 이야기-
날씨가 추워지면 왜 겨울방학을 빨리 안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학교 교실에도 추워서 발 동동거리기 일쑤다.
선생님 말씀 “일찍 오는 순서대로 앉고 싶은 자리에 앉는 걸 허용한다!”
말씀 이후 아침 일찍부터 난로 주변에 앉으려고 등교를 서두른다.
난로 당번은 더 일찍 등교해서 자리 맡고 조개탄 한 통, 장작 한 통을 배급받으러 교사 뒤편으로 가서 반별로 줄 서서 배급을 받아온다.
기세는 실력 좋은 난로 당번이다.
아버지가 주물공장을 하시면서 용광로를 피우는 걸 자주 봐서인지,
불을 무지 잘 피운다고 선생님에게 항상 칭찬 섞인 말씀을 듣는다.
기세는 수업 전까지 장작으로 불 피우고 조개탄에 불을 붙여놓는다.
수업이 시작되고, 난로 주변에 먼저 앉은 친구는 수업 시간 내내 뻘건 얼굴을 하고 반 아이들이 싸온 네모난 양은 도시락을 난로 위에서 번갈아 가며 위치를 바꿔준다.
누군가 도시락 안에 볶은 김치를 싸왔나 보다.
그 향기로 수업내용은 뒷전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내 도시락이 혹시나 너무 아래로 내려가서 먹기 힘들게 타버린 누룽지를 먹게 되거나, 너무 위에만 있어 차가운 밥을 먹게 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의 눈초리로 곁눈질을 한다.
하지만 몇몇 그런 거에 신경을 안 쓰는 아이들은 잘 사는 집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은 점심시간에 도시락 뚜껑을 열면 밥통에서 김이 올라오는 보온 도시락을 싸온다.
그들은 난로 위 도시락 냄새에 사래질하거나, 질려 하며
점심시간에 주변 아이들의 부러움의 눈총을 받는다.
“오늘은 혼식 검사하는 날이다!”
“쌀밥만 먹으면 영양이 골고루 섭취하기 힘드니 혼식을 해라”라고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시며
일일이 도시락을 검사하신다.
잘 사는 집 아이는 주변에 콩이나 보리밥을 싸온 아이를 찾으려고 애쓴다.
가득 보리밥이 담긴 도시락을 싸온 아이를 부른다.
혼식 검사하는 날이면 기세가 인기가 많아진다.
“변또(도시락) 열어봐!” “보리밥 몇 개만 줘”
으스대는 보온도시락 싸온 아이가 보리밥 도시락 싸온 아이에게 부탁이 아닌 재촉을 한다.
보리밥 싸온 아이는 모든 걸 가진듯한 표정으로 선심 쓰듯 마지못한 듯 젓가락으로 보리 밥풀 몇 개를 얹어준다.
이 날은 보리밥이 인기 많은 날이다.
난로 당번인 기세에게는 오늘 기분 좋은 날인가보다.
하루 종일 따뜻한 자리에 따뜻한 도시락, 선생님의 혼식 잘했다는 칭찬으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기분 좋은 하루다.
수업이 끝나고 당번인 기세의 마지막 할 일이 남았다.
청소당번인 아이들이 책상과 걸상을 옮기고 빗자루질과 대걸레질을 다하길 기다린다.
이어 부랴부랴 아직까지 남아있는 잔불을 뒤적거려 끄고, 양철통에 타버린 조개탄을 부삽으로 담는다.
남아있는 잔 불 때문인지 양철통은 허리와 거리를 두어 들고 양손으로 들고 가야만 한다.
만만치 않은 무게의 양철통은 난로 당번인 두명이 교대로 들고, 교사 뒤 조개탄 창고 옆 쓰레기장으로 향한다.
‘헉 엄마와 삼촌이다!’
쓰레기장에 엄마와 삼촌이 타다만 조개탄을 들쑤시고 있었다.
수건을 머리에 동여맨 엄마와 얼굴이 시커먼 삼촌이 리어카에 재활용이 가능한 조개탄을 모으고 있다.
솜씨 안 좋은 저학년 난로 당번이 난로를 제대로 피우지 못해 생긴 쓸모 있는 조개탄을 주물공장 용광로 피우는데 쓰려고 모으시는 것이었다.
기세는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기세는 눈길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양철통에 있는 조개탄을 던져버리고 교실로 뛰어간다.
또 한명의 난로 당번 친구는 의아해 하며 아무말없이 쫒아온다.
“기세야!”
“기세야!”
“기세야 어디 가니?”
멀리서 엄마와 삼촌이 부르시는 목소리가 기세의 귓가에 계속 메아리친다.
기세는 교실로 들어가 가방을 들고,
난로 청소 완료했다는 선생님에게 보고도 안 하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간다.
교문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반대 방향으로 뛰어간다.
뛰어가는 길이 기세에게는 익숙한 길이건만 앞을 잘 볼 수가 없다.
기세의 눈이 계속 부어가며 앞이 물 번진것처럼 뿌해져서 인가보다.
길거리를 한참 헤매도 퉁퉁 부은 눈이 가라앉지 않는다.
어둑해져야 집에 들어간다.
엄마는 생일날에야 먹는 쌀밥에 제육볶음 반찬이 담긴 상을 내오시며 밝게 웃으신다.
기분 좋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