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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조 Oct 22. 2021

로레알 파리 본사 인턴부터 디올 스카우트까지 4

여섯 번째 만남 현아현

마치 서바이벌 프로그램 같네요. 최근에 디올로 스카우트되셨다고 들었습니다. 뒤늦게나마 축하드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스카우트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올해 3월 말쯤에 생일 기념해서 잠시 휴가를 내고 런던에 갔었어요. 그때 링크드인으로 디올 HR에게 연락이 왔어요. 제 프로필을 봤는데 재미있어 보인다 얘기 좀 해보자고요. 처음부터 포멀한 자리는 아니었고 서로 알아가 보는 수준이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포지션을 제안을 하더라고요. 몇 번의 협상을 걸쳐서 이직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현아현님이 이직한 디올 뷰티 본사 (사진 출처 : 현아현님)



인터뷰를 하면서 계속 느끼지만 외국에서의 취업과 이직은 링크드인으로 시작하고 끝나는 것 같아요.


그렇죠. 제 주위에만 봐도 링크드인으로 연락 오는 경우가 제일 많은 것 같아요. 


그럼 링크드인 관리는 취업을 했더라도 더 좋은 제안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서 꾸준히 해야 하는 거네요. 


그렇죠. 저는 사실 딱히 관리를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에요. 주위 친구들 보면 기사도 공유하고 프로젝트에 관한 포스팅도 하는데 저는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고요. 이력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정도로만 관리를 하는 편이에요. HR들도 키워드를 가지고 검색을 하기 때문에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디올 측에서 아현님의 어떤 면을 보고서 스카우트 제의를 하신 것 같나요?


일단 디올이 찾고 있는 부분에서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디올이 스킨케어 쪽을 강화하려고 하는데 제가 스킨케어 제품 관련 경력이 있으니깐요. 그리고 한국에서도 통용되는 분위기인데 원래 2-3년 차에 가장 연락이 많이 와요. 왜냐하면 연봉이 그렇게까지 비싸진 않지만 이제 어느 정도 짬이 차서 일은 또 잘하는 시기거든요. 두 번째는 거대 시장인 중국 시장이 한류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 같아요. 또 로레알 자체가 좀 힘들게 일을 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보니까 로레알에서 2-3년 버티면 얘는 일을 잘하겠구나 이런 인식도 있어서 여러 박자가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스카우트 과정에서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가장 먼저 HR과 연락을 하게 될 텐데 얼마 받냐고 물어볼 거예요. 희망 연봉이라든지 얼마 받는지를 물어보게 될 텐데 그에 대한 답을 미리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꼭 정확하게 답변할 필요는 없어요. 너무 많이 뻥튀기하는 거는 조금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뭐 천-이천 유로 정도는 높게 말해도 괜찮아요. 현재 연봉을 기준으로 계산을 시작하기 때문에 시작점을 저에게 유리하게 올려놓는 편이 좋죠.  


전에 만나셨던 분도 그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제가 간이 작기 때문에(웃음) 그래도 혹시 확인을 하면 어쩌나 불안하기도 해요. 


정말 말도 안 되게 뻥튀기 쳤을 경우에는 그럴 수 있겠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고요. 그리고 HR분들은 연봉에 빠삭하다는 것을 알고 계셔야 해요.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뻥튀기는 통용된다 그리고 그래야지 협상의 시작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시작을 할 수 있다 이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두 번째는 받고 싶은 최저 연봉이 얼마인지를 생각해두시라는 것. 어쨌거나 회사로 옮긴다는 거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안고 가는 거니까 이 이하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협상에 임하는 거죠. 그다음에는 만약에 회사 측에서 괜찮은 오퍼를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가능성은 남겨두고 회사 쪽에서 제안을 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저의 경우에도 디올 측에서 감사하게도 제 예상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해 주셨지만 그 점을 감안해서 제가 다시 오퍼를 했거든요. 근데 다시 오퍼를 할 때 무작정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근거를 드시는 것이 좋아요. ‘오퍼 잘 받았다 정말 감사한데 나는 이런 경력도 있고 이것도 했어. 이런 언어도 하고 이런 비전도 있다’ 이렇게 간단하게 이유를 덧붙이고 그래서 나는 내가 디올에 되게 좋은 팀원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이렇게 메일 보내니까 그쪽에서도 제가 다시 제안한 연봉과 그쪽에서 처음 제시했던 연봉의 중간에서 협상을 해오더라고요. 협상은 항상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시는 게 좋아요. 그리고 주니어로 들어갈 때는 회사에 따라서 연봉 테이블이 정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협상을 못 할 수도 있어요. 제가 로레알 처음 입사할 때 협상을 해보려고 했지만 그쪽에서 주니어는 무조건 이 정도 받는다 해서 그때는 협상을 못했거든요.


내가 을이고 회사가 갑이다는 생각을 버리고 쌍방향으로 소통한다. 이 자세가 중요한 것 같네요. 사실 생각은 그렇게 해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 확신을 기르는 방법은 혹시 무엇이 있을까요?


사실 저도 아직 저에 대한 백 프로 확신이 없고 매니저나 주위의 평가에 따라 롤러코스터처럼 기분이 바뀔 때가 많아서 제가 답변할 질문인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항상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고,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나에게 오퍼를 주고 고용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스스로 한계를 짓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자기도 모르게 그런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일을 할 때 항상 나는 이걸 해낼 수 있고 해내고 나면 한층 더 성장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여러 일들을 해나가다 보면 조금씩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한국 회사와 프랑스 회사 두 회사에서 모두 일해 본 경험이 있으신데 직장 생활을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일단 한국도 요즘 많이 바뀌고 있지만 가족과의 삶을 중시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프랑스의 분위기까지 오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한국 같은 경우는 애를 낳거나 엄마가 애가 아파서 데리고 가야 된다 하면 좀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있다고 들었는데 프랑스 회사의 경우는 애가 아파서 못 오는 경우에 애가 좀 나아지면 좋겠다 이렇게 응원하는 분위기거든요. 그리고 아빠들 자체도 육아 참여가 많아요. 제 매니저 같은 경우도 남성분이신데 아이 때문에 조금 늦을 것 같다고 하면 모든 팀원들이 이해를 하거든요. 그리고 프랑스는 조금 더 다양성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로레알의 경우는 동성 커플이 애를 입양했다 그러면 그 부부에게도 당연히 육아 휴가를 주는 등 약간 이런 식으로 조금 더 열려있죠. 


한국에서는 취업할 때 나이를 많이 보잖아요. 또 그중에서도 여성들의 나이에 대해선 좀 더 엄격하잖아요. 여성 신입사원 나이의 마지노선은 27살이다 이런 이야기도 있고요. 근데 외국은 좀 막연하게 그런 건 좀 별로 없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 회사 생활을 해보시니 어떠신 것 같아요? 


그런 분위기가 완전히 없다고 말씀드리기는 힘든 것 같아요. 프랑스 사람들 자체가 일을 워낙 일찍 시작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또 많은 나이가 결정적으로 취업에 불리하게 적용하냐 하면 또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일단 한국에 비해 나이에 대한 신경이 덜하고 마지노선은 몇 살이다 이런 인식 자체가 없기 때문에 비슷한 스펙을 가진 다른 어린 경쟁자들에 비해 뒤처질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결정적이지 않고 또 그것을 대체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이 있으면 된다. 제가 느끼기에는 그런 것 같아요. 


그렇군요. 혹시 지금 다니시는 회사에 외국인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로레알 자체가 굉장히 글로벌한 회사고 또 제가 본사에서 일하기 때문에 다른 프랑스 회사에 비해서는 외국인 비율이 좀 높은 편이에요. 예를 들어서 지금 로레알 영국에 가있는 친구 말을 들으면 올해는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다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어쨌든 저희 팀만 치자면은 러시아인이 한 명 있고 우크라이나인이 한 명 있고 제가 한국인 그다음에 아르헨티나인 한 명 인턴은 중국인 한 명 독일인 한 명 이렇게 다양한 국적을 가진 팀원들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더 다양한 것 같아요. 그러면 지금 퇴사 준비를 하고 계신 거잖아요. 어떤 식으로 퇴사를 준비하고 계시나요? 


우선은 인수인계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인수인계에 신경 쓰고 있어요. 사실 막판이니깐 늘어지는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정이 많이 들기도 했고 퇴사한다고 이 회사 사람들과의 인연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도 열심히 인수인계를 했습니다(웃음). 또 오늘 마지막으로 제 보스와 면담을 했는데 고맙다 하시더라고. 인수인계를 꼼꼼히 하는 모습이 굉장히 프로페셔널하다고 느꼈다 해주셨어요. 두 번째는 다른 회사에 더 나은 조건으로 떠난다 해도 지금 떠나는 회사에 대한 안 좋은 점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도 인사팀과 면담한다거나 매니저와 면담할 때도 혹시 우리가 개선할 점이 있냐 했을 때 굳이 말하지 않았거든요. 원래는 떠난다고 하면 할 말을 다하고 가는 스타일이 있는데 결국 돌고 돌아서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해서 최대한 좋게 마무리했습니다. 


퇴사할 때 팀원들의 깜짝 송별회 (사진 출처 : 현아현님)



회사 생활에서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동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잖아요. 동료와의 관계는 어떠셨어요?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처럼 20대인 친구들은 동료와 친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가정이 생기면 다들 가정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이 점은 한국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그렇군요. 앞으로도 계속 프랑스에서 지내실 계획이신 건가요?


당분간은 프랑스에 있을 것 같아요. 몇 년간 아시아 국가에서 주재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한데 그래도 결국에는 다시 돌아오는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인터뷰어 조소희 

파리 8 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후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이 현아현 @ahhyeonh

연세대학교 졸업

시앙스포 Communications, Media & Creative Industries 졸업


전) 파리 로레알 DMI 스킨케어 제품 개발 담당

현) 디올 스킨케어 제품 개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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