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만남 현아현
준비가 되어있으셨으니 그런 기회도 찾아오신 것 같아요. 취업을 위해 집중했던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요?
저는 실무 경력을 쌓는 데 가장 집중을 했어요. 왜냐면 외국인으로서 취업해야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비자잖아요. 비자가 걸림돌이 되는 이유는 회사 측에서 굳이 그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고 세금을 더 내서라도 이 사람을 채용하게 하는 어떤 메리트가 있어야 되잖아요. 프랑스인이나 EU 시민들에 비해서 뛰어난 게 있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첫 번째가 실무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랬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했던 경험이나 여름방학에 했던 인턴 경험을 많이 살렸고요. 두 번째는 아시아인이라는 점이 이점이 되는 회사를 찾았어요. 한류와 중국의 영향력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아무래도 뷰티산업이라든지 럭셔리 업계이기 때문에 그런 곳들을 공략했죠. 어느 기회나 마찬가지겠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하되 준비를 하려고 할 때 전략을 잘 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상대방에게 어필이 될 만한 게 뭘까 그럼. 저 같은 경우는 그게 아시아였고 또 운이 좋았던 게 제가 케라스타즈 인턴을 할 때 다른 인턴들과 달랐던 점이 그때 마침 케라스타즈 로레알 코리아에서 한 분이 주재원으로 오셨어요. 그래서 그분이 제가 한국인인 걸 알고 네가 나를 도와서 케라스타즈 브랜드 자체에서 아시아 지분을 높이는 일을 도와달라 해서 다른 인턴들은 하지 못한 일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로레알 같은 경우는 인턴십이 끝나면 마지막에 자기가 한 프로젝트를 발표하는데 그때 사람들이 '아 얘는 진짜로 이제 아시아 텔런트고 아시아 쪽을 잘 아니깐 우리가 고용하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했어요. 그리고 모든 면에서 80점이 되기보다는 다른 면에서 6-70점이 되더라도 스트롱한 두세 가지는 100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 마지막 날에 인턴들이 발표를 하고 거기서 뽑힌 몇몇 분들만 정식으로 채용이 되는 건가요?
인턴 기간이 6개월이라고 치면은 3개월쯤에 중간 평가가 있고 끝날 때쯤에 마지막 평가가 있어요. 이 두 번의 평가는 매니저들이 담당하고요. 물론 이 두 번의 평가도 영향력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마지막 관문은 인사팀 앞에서 각 인턴들이 한 15분 동안 발표를 하는 거예요. 인턴 기간 동안 했던 일들 중 대표할 만한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건데. 그때 저는 운 좋게도 앞서 말했듯 한국인 매니저님을 따라서 다른 인턴분들이 해보지 못한 업무들을 했고 로레알 자체도 중국 시장을 공약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면들이 맞아떨어졌죠. 그 후에는 HR에서 브랜드를 연결해 주고 또 실무진들과의 면접을 보는 절차를 거쳐 정직원으로 채용이 되었죠.
그럼 그 과정을 통해서 인턴의 몇 퍼센트 정도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나요?
6-70명 중에 두세 명 정도만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었으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남진 않았죠. 그런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아마 더 힘들어졌을 거예요.
말 그대로 바늘구멍을 뚫으셨네요.
저는 운이 좋았죠. 매니저로 좋은 분을 만나서.
이미 많은 말씀을 해주셨지만, 프랑스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분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앞서도 말했지만 실무 경험을 최대한 쌓으라고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두 번째도 앞서 말씀드렸듯이 전략 잘 짜기. 예를 들어서 업계를 정할 때도 내가 했던 실무 경험이라든지 내 전공이라든지 아니면 나의 특성에 가장 잘 맞는 그런 업계가 어디인가를 잘 고민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은 활발히 네트워킹 하기. 네트워킹 같은 경우 당연히 알고 계시겠지만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을 하고 팁을 물어봐도 다들 친절히 설명해 주시거든요. 제 경우도 로레알 취업을 원하는 분들의 연락이 가끔씩 오기도 해요. 그러면 당연히 도움을 주려고 하거든요.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혹시 그렇게 물어본 사람 중에 한국인 분들도 있었나요
한국 분들 몇 분 계셨었어요. 그중에 인턴 하러 오신 다는 분도 계셨어요. 지내다 보니깐 사이클이 있더라고요. 특정 국적의 비율이 늘어나는. 요즘은 한국인이 많은 사이클이에요.
회사에서는 어떤 업무를 하시나요?
로레알은 본사가 있고 그다음에 여러 지사가 있어요. 지사는 소비자 맞춤 마케팅을 해서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파는 게 목적이라면 저희 본사의 고객은 결국 지사라고 할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만든 제품을 지사가 많이 주문할지. 예를 들어서 립스틱을 만들면 일단 시장조사를 해서 고객들의 니즈 갭(Needs Gap)을 찾아요. 니즈 갭에 맞춰 콘셉트를 짜고 팀이랑 조율하면서 제품 정보가 담긴 카탈로그를 만들어요. 매니지먼트에게 컨펌을 받으면 이제 다른 팀들과 같이 일을 시작하게 되는 거죠. 포밀러 면에서는 랩 팀도 있고 패키징 면에서는 데프팀이나 데코레이션 팀도 있고 또 테스트를 할 때는 테스팅 팀과 일을 하고요. 그렇게 협업을 거처 제품이 나오면 지사들이 몇 주 내로 주문하고 싶은 수량을 보내옵니다. 그래서 마케팅 업무지만 기획 제작 총괄의 느낌이 나기도 해요.
그렇네요 마케팅하면 보통 홍보 쪽을 생각하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요즘은 프로젝트 매니저라고 말하곤 해요. 콘셉트 마케팅 및 프로젝트 총괄을 하니깐요.
회사 워라벨은 어떻게 되나요?
로레알은 프랑스에서 일이 힘들기로 유명한 회사이긴 한데 때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시즌을 많이 타는 업종인데 5월이 가장 바빠요. 5월 같은 경우에는 정말 많이 일하면 밤 11시까지 일을 하기도 해요. 바쁜 시즌이 아니면 6시에 퇴근하기도 하고 정말 왔다 갔다 하는데 그래도 휴가 워라벨은 완전히 지켜져요. 제가 한국 회사를 다닐 때는 휴가 때도 연락이 오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프랑스에서 회사를 다니면서부터는 휴가 때 연락 오는 일은 없었어요. 또 휴가 자체가 1년에 37일이 유급휴가니까 굉장히 많은 편이기도 하고요.
2019년에 로레알에서 인턴을 시작하셨으니깐 이제 2년 정도가 흘렀는데 그동안 쌓인 직장 생활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노하우라면 첫 번째는 일단 모든 일을 열심히 하기. 첫인상은 오래가기 때문에 처음부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나중에도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어요. 자기 자신의 브랜딩을 하는 거죠. 두 번째는 네트워킹을 항상 열심히 하기. 네트워킹 같은 경우는 자꾸 네트워킹이라고 하니까 이상해질 수 있는데, 이 사람이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친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여러 사람을 알아두고 거기서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로레알 같은 경우는 큰 건물 안에 여러 브랜드들이 모여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재밌거든요. 어느 날 랑콤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너 프로젝트 봤는데 너무 쿨하더라 우리 같이 점심 먹을래 이렇게 제안할 수도 있고요. 이런 교류가 이뤄지는 것을 다들 중요하게 여기고 또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해요. 세 번째는 역시 계획 잘 세우기. 결국 내 커리어의 목표는 무엇인가. 제 분야에서 말씀드리자면 스킨케어를 잘하고 싶은지 아니면 제품 개발을 잘하고 싶은지 또 스킨케어라면 수분라인을 위주로 하고 싶은지 아니면 안티에이징을 잘하고 싶은지 그런 구체적인 계획을 잘 설계하는 것이 노하우인 것 같습니다.
직장 생활 초반에는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잖아요.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실수를 하면 굉장히 위축되기도 하고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곤 하는데 직장 생활 초반의 실수를 잘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번째는 너무 미안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느낀 게 프랑스에서는 지하철이나 일상생활에서 살짝 스치거나 했을 때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미안하다는 얘기를 잘 안 하더라고요. 물론 당연히 뻔뻔하게 나가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저 자세로 나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실수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거고 또 사회 초년생 레벨에서 사고를 쳐봤자 그렇게까지 심각한 사고는 아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말고 숨기려고 하기보다는 바로 매니저한테 가서 보고를 하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실수를 해도 많이 배웠다 생각하고 자책하지 않고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회사 생활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신가요?
재미있었던 건 아무래도 파티가 많은 회사여서 파티에 관한 기억들이 많아요. 보통 일 년에 여름과 겨울에 한 번씩 행사를 여는데 특히 여름 파티가 굉장히 크거든요. 여름 파티 같은 경우는 보통 한 장소를 빌려서 테마를 정해요. 제가 인턴 하기 전에는 사파리가 테마에서 파리 동물원을 통째로 빌려서 다들 동물 분장을 했다고 들었어요. 내부는 오픈 바로 되어있어서 밤새 내내 놀다가 밖으로 나오면 택시들이 기다리고 있죠.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런 파티네요.
맞아요. 제가 인턴을 할 때는 큰 크루즈선을 빌려서 각국의 인플루언서를 초대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잠정 중단됐죠. 업무적인 면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제가 앞서 5월이 가장 바쁘다고 했잖아요. 그 이유가 5월 말에 인터내셔널 미팅이 있거든요. 각국의 로레알 지사들을 초청해서 자기 브랜드의 비전을 발표하는 행사가 있어요. 모든 브랜드가 다 참여하기 때문에 각 브랜드가 서로 튀어 보이려고 노력을 엄청 하죠. 그래서 보통 빠르면 4월 말부터 늦으면 5월 초 중순부터는 다들 다른 업무는 중단하고 그 행사에만 집중하거든요. 그때는 거의 한 달 내내 정말 11-12시까지 일해요. 그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가 기억에 많이 남네요.
다음 편에 계속...
인터뷰어 조소희
파리 8 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후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이 현아현 @ahhyeonh
연세대학교 졸업
시앙스포 Communications, Media & Creative Industries 졸업
전) 파리 로레알 DMI 스킨케어 제품 개발 담당
현) 디올 스킨케어 제품 개발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