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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조 Oct 20. 2021

로레알 파리 본사 인턴부터 디올 스카우트까지 2

여섯 번째 만남 현아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보통 떨어질 것을 생각해서 석사를 지원할 때 많게는 열 군데 넘는 학교를 지원하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입학한 학교 생활은 어떠셨어요?


보통 석사 과정은 학사 과정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잖아요. 그런데 시앙스포는 워낙 실무 위주여서 그런지 한 학기 수업을 거의 14개 정도씩 들어야 하고 각 수업마다 발표와 조별 과제가 무조건 있었어요. 그때 만났던 친구들과 얘기하면 다들 되게 많이 배웠다. 근데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해요(웃음). 며칠 전에 집 청소하다가 그때 썼던 플래너를 보게 됐는데 지금보다 더 바쁘게 살았더라고요. 근데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았고 추억도 많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귄 것 같아요. 다시 다니고 싶지는 않지만 추천할 만한 커리큘럼인 것 같아요(웃음). 


석사 생활 중 작성했던 플래너 (사진 출처 : 현아현님)



학교생활 팁이 혹시 있으신가요? 예를 들면 어떤 분은 노트를 빌리면 그대로 돌려주지 않고 본인이 녹음을 다시 들으면서 알게 된 내용을 포스트잇으로 덧붙여서 돌려준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세세한 팁보다는 전반적인 태도에 관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있어요. 박사 과정을 원하시는 분이면은 당연히 학점을 신경 쓰는 게 맞지만 만약에 저처럼 취업이 목적이시다면 학점은 조금 뒤로 밀어 두고 많은 걸 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조별 과제를 할 때도 어떻게 해야 학점이 잘 나올까가 아니라 진짜로 해보고 싶은 걸 많이 시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대학원은 좀 더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가는 거니까 수업 자체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더 많이 배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네트워킹을 즐기라는 것이에요.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배들과의 만남이 있을 때 빠지지 않고 가거나 교수님들과의 친분을 쌓아두는 것도 중요해요. 네트워킹을 의무적으로 하라는 게 아니라 재미를 느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지 한국인이든 프랑스인이든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 좀 어렵거든요. 혹시 네트워킹을 잘하는 팁이 있을까요? 


저는 결국 사람들은 다 본인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적당한 예의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저 같은 경우도 첫 인턴십을 구할 때 교수님한테 부탁을 드려서 일면식이 없던 졸업한 선배 분의 링크드인을 알게 되었거든요. 무작정 친추를 하고 저를 소개한 다음에 커피 한잔할 수 있겠냐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흔쾌히 응해주시더라고요. 그러니깐 결국 약간의 용기를 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당연히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그냥 가서 '저 취업하고 싶은데 알려주세요' 그러면 그 인연은 거기서 끝이겠죠. 적당히 자기가 알고 싶은 게 뭔지 준비하고 가면 그 사람들도 예전에 비슷한 고민했기 때문에 당연히 도와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저도 생각해보면 누군가 저에게 제가 했던 고민들을 물어보면 아는 한에서 모두 이야기해드릴 것 같아요. 그럼 한국과 프랑스의 학교생활을 비교해보시면 어떤 점이 다른 것 같으세요? 


모든 학생들이 열심히 하는데 열심히 하는 방식이 다른 것 같아요. 한국은 교수님이 지식을 전달해 주면 그걸 열심히 흡수하는 스타일인데 프랑스는 좀 더 토론을 더 많이 하고 스스로 사고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수업이 쌍방향으로 진행되는구나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맞아요. 이번에 제가 한국 와서 어떤 수업을 듣게 됐는데 저는 프랑스 분위기에 너무 익숙해져 있으니깐 내 생각도 말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궁금한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니 나중엔 입을 다물게 되더라고요(웃음).


맞아요. 두 번째는 프랑스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보다 본인이 원하는 수업을 듣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한국에 비해서 열정이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들었어요. 당연히 열심히 하는 정도를 보면 한국이 덜하다 이런 건 아닌데 조금 더 즐기면서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한국 수업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가 프랑스에서 석사를 하시게 됐을 때 힘들었던 점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제가 다녔던 대학은 다른 한국 대학에 비해서는 토론도 많이 하고 에세이도 많이 썼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면 학점을 잘 받을 수 있겠구나 이런 길 같은 것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처음 프랑스에서 수업을 들으면서는 좀 많이 헤맸던 것 같아요. 조별 과제 같은 걸 할 때도 발표를 할 때 자신감을 가지고 해야 되는데 초반에는 안 돼서 좀 고생을 했고요. 그렇게 한 학기 정도는 적응하는데 고생을 했지만 그 후에는 잘 적응했던 것 같아요. 


한국어,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를 구사하시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영어를 쓸 때도 불어가 자꾸 튀어나와서 고민인데 다른 언어까지 배우면 그땐 정말 0개 국어가 될 것 같거든요(웃음). 그래서 불어를 어떻게 배우셨는지 궁금합니다. 


초반에는 문법이랑 어휘 위주로 공부했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재미를 못 느꼈었어요. 결국 프랑스에서 지내면서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일단은 주위에서 많이 듣는 것도 있고 그다음에는 어떻게든 말하려고 하면서 저도 모르게 느는 것도 있었고요. 제일 중요한 거는 어차피 주위 사람들은 문법 오류가 있거나 하더라도 이해해 주니까 일단 용기를 내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프랑스 드라마를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됐고요.


시앙스포에 다니시던 도중 블로뉴에 위치한 크리에티브 인저스트에서 여름 인턴십을 하셨는데 어떤 과정으로 인턴십에 합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원 2학년 여름방학 때 뭘 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이제 졸업도 가까워지고 하니깐 Fin de stage(석사과정을 이수하기 위한 인턴십)를 찾기 전에 그래도 뭔가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때 마침 수업을 듣던 교수님 중 한 분에게 여쭤봤거든요. 제가 한창 브랜딩에 관심이 많을 때여서 브랜딩 수업 교수님에게 제가 브랜딩에 관심이 많은데 인턴십을 한번 해보고 싶다. 혹시 연락할 만한 에이전시나 이런 게 있는지 알려줄 수 있냐 하니까 그분이 한 에이전시 사장님의 링크드인을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제 소개와 함께 인턴십을 찾고 있다 연락을 했더니 그분이 안 그래도 자기 브랜딩 쪽에 찾는 사람이 있어서 와보라고 하셔서 면접을 한 번 보고 2개월 동안 인턴을 하게 됐었어요


인터뷰를 할 때 아현님이 생각하는 중요한 점이 있나요?


일단 첫 번째는 자기 자신의 브랜딩이 제일 중요해요. 굉장히 많은 지원자가 있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하면은 그쪽에서 찾던 인재상이라는 걸 가장 어필할 수 있는지를 잘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인터뷰에 가도 결국 첫 질문은 자기소개거든요 그래서 자기소개에 공을 많이 들이셨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나는 이런 이런 일을 했다 이런 나열식의 자기소개보다는 경력이라든지 아니면 내 백그라운드의 어떤 점이 이 회사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회사를 잘 알아야겠죠. 회사를 알아볼 때도 단순히 그 회사에 대해서 알아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에 경쟁사들도 알아보면서 다른 경쟁사는 이렇게 하는데 왜 이 회사는 이렇게 했을까 이런 식으로 파고드시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면접 볼 때 너무 떨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사람마다 면접에 강한 분이 있고 아닌 분도 계시지만 결국 면접을 쌍방향이거든요. 그쪽이 내가 마음에 들어도 내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는 거니까 너무 떨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말씀해 주신 세 가지 팁은 한국과 프랑스 회사에서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좋은 팁인 것 같아요. 그럼 혹시 한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만 유효한 팁도 있을까요? 


거칠게 봤을 때 한국 회사에서는 원하는 인재상은 결국에는 팀플레이에 맞는 사람 그러니깐 수직적인 프로세스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것 같아요. 프랑스의 경우는 물론 제가 있는 업계의 특성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능동적인 인재를 찾는 것 같아요. 100% 동의하지 않으면 난 동의하지 않는다 말할 수 있고 또 근거를 들고 설득시킬 수 있는, 조금 더 능동적인 사람을 더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일을 할 때도 단순히 주어지는 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기가 먼저 제시도 할 수 있고 자기의 의견이 확실히 있고 자기 비전이 있는 그런 사람을 굉장히 중요시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로레알 인턴 시절 (사진 출처 : 현아현님)



학교생활에서도 그 점들을 느꼈는데 역시 회사 생활에서도 이어지는군요. 로레알에서 정식 채용되기 전에 인턴부터 시작하셨는데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인턴에 합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로레알 인턴십은 약간 얻어걸린 느낌이 있어요. 시앙스포 같은 경우는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취업률에 굉장히 신경을 쓰거든요. 그래서 여러 회사들과 협약을 맺어서 하루 정도 학생들이 가서 어떤 일을 하는지 보고 배우는 행사가 있어요. 그 행사에 참가하기 전에 이력서를 먼저 보냈어야 됐는데 제가 이력서를 보내 놓고 결국 그날 안 갔어요(웃음). 런던에 쌍둥이를 보러 가느라 안 갔는데 그곳 인사 담당자가 저에게 따로 연락이 온 거예요. 일단 이력서는 받았으니깐. 그리고 로레알이 특히 코로나 전에는 약간 스피드 데이팅 느낌으로 면접 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면접을 보러 오지 않을래 제안해 주셔서 가게 되었고 운 좋게 로레알 계열사 중에 케라스타즈라는 브랜드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죠. 



다음 편에 계속



인터뷰어 조소희 

파리 8 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후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이 현아현 @ahhyeonh

연세대학교 졸업

시앙스포 Communications, Media & Creative Industries 졸업


전) 파리 로레알 DMI 스킨케어 제품 개발 담당

현) 디올 스킨케어 제품 개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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