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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조 Oct 11. 2021

불어1도 모르는 상태로 그랑제꼴 입학하고 취업하기 4

다섯 번째 만남 강미카엘라

왜 인기가 많으셨는지 단번에 이해가 가네요(웃음). 회사 문화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잖아요. 더구나 외국 회사가 첫 직장이신데 회사 분위기에는 금방 적응하셨나요?


그런 편인 것 같아요. 프랑스는 한국보다 자유분방하고 수평적이라고 많이 생각하잖아요. 한국처럼 한 살 차이만 나도 존댓말을 쓰는 이런 문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지켜야 할 예의범절이 있단 말이에요. 특히 바로 저희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우리 세대보다 보수적이고요. 그런 분들 눈높이에는 요즘 세대 아이들이 예의 없어 보일 수 있어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분들이 보시기에 만족스러웠겠죠(웃음). 또 프랑스는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게 중요한데 그런 면은 제 원래 성향과 맞아서 오히려 물 만난 물고기 같았어요. 


지금 한국에 계시지만 IT 계열 프랑스 회사 입사를 꿈꾸시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확실히 IT는 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프랑스어에 대한 기준이 높지 않지만 불어는 기본 중에 기본이니 불어를 최대한 열심히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2017년부터 지금까지 4년 정도 프랑스에 머무셨는데 그동안 바뀐 점이 있으신가요?


한국은 약간 스탠다드가 있잖아요. 몇 살에는 결혼을 하고 이런 기준들. 그런 압박에서 벗어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그런 여유가 생기니깐 점점 더 나 다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사람마다 다를 텐데 저는 타고난 제 성향이 프랑스와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강미카엘라님이 졸업한 Art et Métier학교에서는 혁명기념일에 재학생들이 제복을 입고 행사를 하기도 한다 (사진 출처 : 강미카엘라님)



저 같은 경우 미카엘라님과 반대로 한국에서는 별다른 부딪힘이 없었거든요. 근데 프랑스에서 제 생각을 주장하는 걸 배우고 한국에 다시 들어오니깐 힘든 점이 생기더라고요. 


나만 나서는 것 같고 그럼 또 점점 눈치를 보게 되잖아요. 프랑스 문화 중에 우리나라 문화와 비교해서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는데 그런 문화는 확실히 고쳐야 하는 문화 같아요. 특히 이제는 서비스업 중심이잖아요. 크리에이티브와 개성이 중요한데 그런 분위기 사회에서 개성 있는 것들이 많이 나올 수 없죠. 우리나라 기업도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아마 시간이 걸리겠죠. 그래도 사회에 분위기 때문에 애써 체득한 걸 변화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본인이 나다울 수 있는 곳에서 살면 되지 않을까요(웃음). 


저는 전공이 영화라서 더 고민되는 것 같아요. 2018년에 제가 영화과에 들어갔을 땐 한국 영화를 한 번도 안 본 친구들도 많았거든요. 중국, 일본 심지어 홍콩 영화에 관련된 수업은 있어도 한국 영화에 대한 정식 과목은 하나도 없었죠. 그걸 보면서 내가 프랑스에서 한국 영화에 대해 무언갈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어요. 또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 이후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성장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저는 학계보다는 현장에 있고 싶은 사람인 거예요. 또 한두 작품은 프랑스에서 하더라도 한국에서 한국어로 작품을 하고 싶고요. 그런 걸 생각해보면 프랑스에 말뚝박기는 글렀다 싶어요(웃음). 


끈만 놓지 않으시다면 기회가 언젠가 생길 것 같아요. 그리고 안 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시간은 걸리겠지만요.


응원 감사드립니다. 3년 가까이 한 회사에 다니셨는데 이직 생각은 없으신가요? 


일반 기업으로 이직을 할까 생각 중이라 조금씩 준비를 하는 중이에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컨설팅과 테크놀로지를 병행하는데 테크놀로지 비율이 더 크거든요. 저는 테크놀로지와 비즈니스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서 그런 쪽으로 이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목표를 위해 차근차근 나아가시는 것 같아요. 혹시 최종 꿈을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우주로 여행을 가는 게 꿈이에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돈도 열심히 벌고 있으면 언젠가 우주여행이 상용화돼서 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웃음). 우주는 아니지만 조금 생활 안정되면 경비행기 자격증을 따려고 하고 있어요.


경비행기라니 너무 멋있어요. 비용이 비싸지는 않나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150만 원에서 250만 원 사이라고 해요.


프랑스 친구 중에 보트 자격증 따는 친구는 봤거든요. 이렇게 상상도 못 했던 자격증을 따고 취미를 즐기는 분들을 보면 너무 멋있어요.


그런가요(웃음)? 자동차, 조정, 경비행기 이렇게 세 가지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예요.


뭔가 철인 삼종 자격증 같은 느낌이네요.


어디에 떨어져도 살 수 있게(웃음).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사실 제가 n+i로 처음 여러 대학에 지원하고 발표가 났을 때, Arts et Métiers는 오퍼 명단에 없었어요. 떨어진 거죠. 그래서 왜 떨어진 걸까 생각을 해봤는데 제가 공대가 아닌 물리학과 출신이라서 필터링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입학처에 메일을 썼어요. 내가 이런 꿈을 가지고 있고 너희 학교에 이런 이유로 관심이 많아서 다니고 싶다 한 번 더 내 프로필을 검토해달라고요. 그리고 다음 날 오퍼가 들어온 명단에 Arts et Métiers가 떴거든요. 기회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일도 사랑도 후회 없이 하려면 찾아오는 걸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회 없이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2021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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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라님과의 인터뷰는 졸업 후 진로를 갈등 중인 상황에서 굉장히 힘이 된 인터뷰였다. 그녀와의 인터뷰는 '일'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매우 풍성한 인터뷰였다. 먼저 취업에 성공한 선배로서 많은 노하우를 전달해주었고 유학 선배로서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는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나도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일하는 파리지엔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인터뷰이분들에게 묘하게 비슷한 기질(?)을 느낄 수 있었는데 한 마디로 정의를 내릴 수는 없었다. 인터뷰 마지막에 미카엘라님이 '기회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라는 말을 했을 때 바로 이거다 싶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낸 사람들이었다. 오퍼가 들어오지 않았음에도 절망하지 않고 입학처에 메일을 보낸 미카엘라님이나 교수님을 찾아가 나를 키워보라고 했던 홍소라 교수님 등. 그녀들은 행운과 성공이 떨어지기를 마냥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찾아낸 사람들이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에필로그에서 털어놓고 지금은 파리에 돌아가면 미카엘라님과 함께 마실 맥주와 와인 그리고 보드카를 찾아봐야겠다. 





인터뷰어 조소희 

파리 8 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후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이 강미카엘라 

고려대학교 학부 졸업

Arts et Métiers ParisTech 그랑제꼴 엔지니어 디플롬 과정 수료

현) 프랑스 IT 컨설팅 회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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