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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조 Oct 10. 2021

불어 1도 모르는 상태로 그랑제꼴 입학하고 취업하기 3

다섯 번째 만남 강미카엘라

취업 준비 시작부터 채용까지 얼마나 걸리셨어요?


3주 조금 안 됐었던 걸로 기억해요. 보통 인사팀 전화 면접을 통과하면 인사팀과 2차 인터뷰를 하거나 아니면 같이 일하게 될 팀 사람들과 2차 면접을 하고 다시 인사팀 디렉터 아니면 팀 디렉터랑 면접을 보는 절차로 진행이 되더라고요. 면접이 3-4번 있으니깐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오히려 한국처럼 따로 시험을 보거나 별도의 과제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면접만 보면 되니까 채용 과정 자체는 그렇게 길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컨설팅 같은 경우에는 프랑스인들 중에서도 말을 잘하는 사람들을 선호하거든요. 고객을 상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언어 능력이 중요한데, 제가 2년 동안 프랑스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초반에 면접을 본 회사에서는 많이 고배를 마셨어요. 그럴 때마다 인사팀에게 뭐가 제일 아쉽냐고 물어봤는데 모두 프랑스어 실력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지금 해야 될 거는 프랑스어 밖에 없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면접을 봤을 때 나왔던 질문들을 정리해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어요. 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하다 보니까 점점 면접을 볼 때도 편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인터뷰는 저한테 유리한 게임인 거예요. 나에 대해서 물어보는 건데 그거를 대답을 못하면 내가 바보다 싶은 거죠.


한 번도 그렇게 생각 못 해봤는데 생각해 보니깐 정말 그렇네요. 그럼 혹시 기억나는 질문이랑 대답이 있으시다면서 살짝 말해 주실 수 있으니까요?


글쎄요. 기억나는 질문이 뭐가 있었을까... 그냥 끊임없이 솔직하게 얘기했던 것 같아요. 거짓말을 해서라도 들어가는 것보다 회사와 나의 케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매니저의 스타일도 중요하고. 저와 맞지 않는 회사 분위기라면 나도 가고 싶지 않으니까요. 한 번은 면접을 보고 나서 매니저가 지원한 팀이랑은 안 맞을 것 같다 그런데 너는 이 팀에 가면 좋을 것 같다 하면서 그 매니저가 인사팀에 이야기를 해줘서 다른 팀 면접을 본 적도 있어요. 


Raclette soirée 준비 중에 테이블이 모자라 문짝을 뜯어 왔던 사건 (사진 출처 : 강미카엘라님)



일하신 지 3년 가까이 되시고 계시는데 직장 생활은 어떠세요? 


논어에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자만 못하다고 하잖아요. 제가 일하는 회사가 IT 계열이라 아무래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학과나 IT로 특화된 학교 출신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입사 초반에는 아무래도 그 친구들이 저보다 일에 대한 전문 지식이 많으니깐 조금 움츠려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일을 좋아하고 즐기다 보니 지금은 결과물들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게 보여요.  동물들도 누가 자기를 좋아하고 아닌지 본능적으로 알잖아요. 클라이언트들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인간적으로 더 호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끌리고 결국 그런 것들이 모여 조금 더 나은 결과물들을 낳는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어요.


지금 회사에서 하시는 업무를 좀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기업 it 컨설팅을 하는데 예를 들면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솔루션을 기업에 제공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최근에 벨기에 국가 전체에 스마트 계량기를 통한 중앙화 된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었어요. 검침원이 와서 일일이 체크할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개인이 자신의 에너지 소모량을 체크할 수 있고 국가 차원에서도 에너지 관리를 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하는데 그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조금 더 간편하면서도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가공하는 일을 했어요. 원래는 스트레티지 쪽에서 일을 더 해보고 싶었는데, 청소도 청소를 해본 사람이 시킨다고 지금 단계에서는 개발 일도 하면서 배우고 있어요. 그래야 나중에 CEO가 되어서 잘 시킬 수 있죠(웃음). 물론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제가 컴퓨터 공학을 컴퓨터 공학과 출신들 만큼 깊이 배운 건 아니잖아요. 다른 여러 가지 과목을 배워야 했기 때문에. 그래도 먹고살려고 하니까 어떻게든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회사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으신가요? 


소소한 걸로는 저를 뽑아 주신 분 딸이 케이팝 팬이에요. 그래서 내가 뽑혔나도 싶은데(웃음)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굿즈를 챙겨 와서 드리는데 그럴 때마다 굉장히 좋아해 주세요. 


유학 오기 시기 전에 유학비를 벌기 위해 1년 정도 일을 했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일반 기업에서 일을 하다 보면은 유학 준비할 시간은 없을 것 같아서 딱히 취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 대신 고려대학교에 영어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낮에는 온오프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랑 학부모님들께 교육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영어 과외를 했어요. 또 오전 시간을 활용해서 취업 성공 패키지를 하기도 했어요. 8시부터 시작이라 일찍 일어날 수도 있었고 뭔가를 배우는데 돈도 지원해 주잖아요. 안 할 이유가 없죠(웃음). 1년 동안 체력과 두뇌를 풀가동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운동을 좋아하신다 하셨는데 그래서 체력이 좋으신 걸까요?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과외를 할 때 특히 여학생들에게 운동을 하라고 하기도 했어요. 공부든 회사일이든 결국 장기전인데 체력이 부족하면 금방 지칠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농구도 하고 스케이트도 타고 태권도, 이종격투기 등등 가리지 않고 다 했는데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고 자전거를 탄다든가 강아지와 산책을 한다던가만 해도 충분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에 취업에 대한 압박 같은 건 없으셨나요?


있었죠. 왜 없어요. 그래도 다행히 과외를 하면서 어느 정도 벌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압박은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스케줄이 없어서 과외를 못 넣을 정도였거든요. 학모님들이 택시비 드릴 테니 스케줄 사이에 좀 껴달라고 할 정도였어요. 


요즘 과외도 수요만큼 공급도 많잖아요. 어떤 점이 조금 특별했을까요? 


일단은 제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가르쳤는데 제가 영어로 수학과 과학을 가르쳤거든요. 제가 SAT를 보거나 AP를 쳐본 적은 없는데 아무래도 제가 좀 자신 있는 분야라서 책을 보고 공부한 뒤에 가르쳐줄 수 있었어요. 또 초등학생들은 제가 영어로 잘 놀아줘요(웃음). 당장 단어 하나를 더 많이 알려주려는 것보다 영어와 친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또 아이들은 순수해서 이 선생님이 나를 좋아하는 안 좋아하는지를 알거든요. 이 선생님이 그냥 수업만 하러 왔구나 아닌지 바로 안단 말이에요. 제가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깐(웃음) 아이들이 그런 저를 알아봐 준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말이 많아지잖아요. 저에게 이렇고 저렇고 이야기를 하면 제가 ‘영어로 하면 선생님이 들어줄게’라고 말해요. 그럼 아이들이 쫑알쫑알 영어로 이야기를 해줘요. 그러면 학부모님들이 밖에서 듣고 계시다가 굉장히 좋아하시죠. 



다음 편에 계속...




인터뷰어 조소희 

파리 8 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후 단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이 강미카엘라 

고려대학교 학부 졸업

Arts et Métiers ParisTech 그랑제꼴 엔지니어 디플롬 과정 수료

현) 프랑스 IT 컨설팅 회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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